[edaily 김윤경기자] 재벌 소유-지배 왜곡의 심각성을 정부가 나서 바로잡아야 한다는 공정거래위원장과 해답은 기업 스스로 만들도록 놔두어야 한다는 금융감독위원장의 입장이 맞서면서 과연 정부의 사령탑인 청와대의 복심이 무엇인지에 지대한 관심이 쏠리고 있다.
참여연대 경제개혁센터소장인 김상조 한성대 교수가 제기했듯 시장은 `재벌개혁이냐 아니냐`에 대한 분명한 입장 표명을 요구하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김상조 교수는 지난 13일 노무현 대통령에게 보내는 서한 형태의 `공정위와 금감위 중 하나를 선택하십시오`란 글을 통해 재벌개혁에 박차를 가해달라고 강력히 주문한 바 있다.
여기에 여당 의원들이 재벌의 대명사랄 수 있는 삼성의 공정거래법 개정안 위헌소송과 관련해 비판적 자세를 보이며 재벌개혁의 필요성으로 주장을 확장하고 있어 관심의 수위는 더욱 높아졌다.
◇靑 `친기업` 이동 계속되나
지난해 하반기 해외순방을 기점으로 노 대통령의 기업을 보는 눈은 집권 초기에 비해 상당히 부드러워졌다. 이를 감안한다면 재벌개혁의 칼이 무뎌진 것 아니냐는 의문은 최근의 상황과 맞물려 당연히 촉발될 수 있다.
노 대통령은 지난해 순방 때마다 "기업이 곧 국가다" "나가 보니 기업의 고마움을 알겠다" 등 친기업 발언을 쏟아냈고 재계는 이를 반겼다.
또 올해 신년사와 연두회견을 통해 `경제올인` 구호를 내세웠고 삼성 리움 미술관 방문이나 수소연료전지 자동차 시승식 등을 통해 이건희 회장, 정몽구 현대·기아차회장과도 자연스럽게 접촉하면서 친기업 분위기가 무르익었다.
이런 가운데 공정거래법 개정을 통해 출자총액제 적용을 받는 대기업 집단이 지난해 18곳에서 절반에 가까운 11곳으로 줄어든 것이 정부의 입장을 간접적으로 보여준 예로 분류될 수 있다.
일부에선 노 대통령이 지난 5일 국무회의에서 "금융산업 구조개선에 관한 법률안(금산법)이 삼성에 면죄부 준다는 논란이 있다"고 한덕수 경제부총리를 질타했다고 전해져 노 대통령의 입장 변화 가능성이 불거졌다.
그러나 배석했던 청와대 고위 관계자에 따르면 노 대통령은 공정거래법의 개정안 이전 상황에 대한 소급적용 여부에 대해 물었을 뿐 삼성 등 재벌에 대한 비판적 입장은 보인 것은 아닌 것으로 확인됐다.
청와대 고위 관계자는 이와 관련, "대통령이나 청와대가 친기업, 반기업으로 이분법적 입장을 가질 것이란 추측 자체가 어불성설"이라면서 "이런 관점에서 친기업 분위기가 계속될 것이냐 아니냐 논쟁도 의미가 없다"는 논란을 무시하려는 입장을 보였다.
이 관계자는 "정부는 기업이 공정한 시장질서를 유지하면서 창의적인 활동을 할 수 있도록 하는 역할을 할 뿐"이라고 원칙론을 역설했다.
◇靑 "재벌개혁 진행형"
청와대는 같은 맥락에서 재벌개혁의 계속 여부 논쟁도 의미없다고 못박고 있다.
이 관계자는 "새로운 것 없는 논란을 다시 불붙이지 말라"며 "재벌개혁은 2년전 발표했던 `시장개혁 3개년 로드맵`에 따른 현재 진행형"이라고 밝혔다.
또 윤증현 금감위원장의 "어떤 기업지배구조가 효과적인지는 정부가 결정할 사안이 아니라 기업이 결정할 사안"이라는 발언은 법과 제도상에서 문제가 없다면 시장논리에 맡겨 기업의 활력을 살려야 할 것이란 말로 추정한다며 `기업 편들기`란 인식은 단편적인 비판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정부 정책은 원칙에 따라 일관성있게 진행되는 것"이라며 "재벌정책 또한 마찬가지"라고 덧붙였다.
◇재벌개혁 가속 필요성 대두
하지만 지금은 청와대가 이렇게 뜨뜻미지근한 모습을 보일 때가 아니란 목소리도 있다.
한 경제부처 실무 관계자는 "`이익내고 배당 많이 하면 지배구조야 어떻든 문제없다`고 얘기하는 것이야 말로 경제논리를 무시한 주장"이라면서 "문제는 게임의 기본 룰(시장개혁 로드맵)을 어떻게 운용하느냐에 달려있다"고 말했다. 정부가 재벌개혁의 속도조절에 좀 더 신경쓸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다.
김상조 교수는 "노 대통령이 만약 단기적으로 6개월 후의 경제성장률을 염두에 둔다면 금감위원장 손을 들어줘도 좋지만, 퇴임 이후 다음 대통령의 경제운용의 범위를 생각한다면 `경영성과가 좋다면 문제될 것 없다`는 잘못된 메시지에 현혹되지 말고 공정위원장 편에 서야 한다"며 강도높은 재벌개혁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김 교수는 또 "여당 의원들이 재벌의 대명사라 할 수 있는 삼성의 공정거래법 개정안 위헌소송과 관련, 비판적 입장을 보이면서 재벌개혁까지 논의를 확장하고 있지만 다소 감정적인 수준일 수 있다"며 "경제정책의 근본적인 자세로 돌아가 재벌개혁이냐 아니냐 청와대와 여당이 합의해 방향을 정하고 정책으로 끌고 가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입장을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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