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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짜야근 근절, 근로기록 의무화에 달렸다"

최정훈 기자I 2023.08.01 05:00:00

이데일리 고용정책 심포지엄
포괄임금 오남용 막으려면
勞·野 주장대로 포괄임금 없애면
수당 없이 임금만 더 깎일 우려
전면폐지보다 개선·활용이 먼저
사업자가 근로시간 기록·보관
지키지 않으면 엄중 처벌해야

[이데일리 최정훈 함지현 기자] 윤석열 정부 노동개혁의 핵심이었던 근로시간제도 개편의 최대 걸림돌로 꼽히는 ‘포괄임금제’의 오남용을 막으려면 사용자에게 근로시간 기록·관리 의무를 부여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왔다. 경영계와 노동계도 근로시간 기록·관리 의무 필요성에 공감했다.

김기선 충남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31일 서울 중구 KG하모니홀에서 이데일리와 이데일리TV, 대한경영학회 주최로 열린 ‘제3회 노동개혁 고용정책 심포지엄’에서 “포괄임금 계약 방식이 법으로 금지되면 근로자와 사용자는 수당 삭감과 임금 인상을 두고 큰 갈등을 겪을 것”이라며 이같이 밝혔다.

[이데일리 이영훈 기자] 김기선 충남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가 31일 오후 서울 중구 순화동 KG타워 하모니홀에서 열린 ‘제3회 노동개혁 고용정책 심포지엄’에서 발언을 하고 있다.
‘포괄임금제 현황 및 문제점과 개선방안’을 주제로 열린 이번 심포지엄에는 경영계에서 한국경총, 중기중앙회가, 노동계에선 민주노총, 한국노총, 새로고침 노조협의회이 참여해 열띈 토론을 벌였다.

포괄임금제는 근로계약을 체결할 때 연장, 야간근로 등이 예정된 경우 노사 합의를 바탕으로 연장, 야간, 휴일수당을 미리 정해 매월 급여와 함께 지급하는 임금 산정 방식이다. 법적 근거는 없지만, 대법원 판례에 의해 근로시간을 정확하게 집계하기 어려운 경우 관행적으로 인정된다.

하지만 일부 사용자가 초과 근무를 한 근로자에게 그에 상응하는 수당을 지급하지 않는 일이 벌어지면서 포괄임금제는 ‘공짜 야근’의 주범으로 비판받았다. 윤석열 정부가 추진한 근로시간제도 개편안이 ‘주 69시간 근무제’, ‘과로사회 조장법’이라며 여론의 뭇매를 맞은 것도 이 때문이다.

노동계와 야당을 중심으로 포괄임금제를 폐지하려는 움직임도 보이고 있다. 하지만 김 교수는 “포괄임금을 금지하는 건 공짜 야근, 장시간 근로 문제에 대한 근본적인 해법이 아니다”고 지적했다. 그는 근로시간 기록·관리의 의무화를 근본적인 해법으로 제안했다. 사용자에게 근로자의 근로시간 기록과 일정 기간 보관의 의무를 부여하고, 이를 지키지 않을 경우 엄중 처벌하는 식이다. 근로시간을 투명하게 관리하면 대법원이 인정하는 포괄임금제의 활용 근거도 사라지게 된다.

이날 심포지엄에 참석한 노동계와 경영계는 포괄임금제에 대한 명확한 입장 차이를 드러내면서도 근로시간 기록·관리 의무화에 대해선 긍정적인 태도를 보였다. 이정희 민주노총 정책실장은 “포괄임금제는 근로자에게 비자발적 노동을 강제할 수 있어 원칙적으로 금지해야 한다”면서도 “근로시간을 명확하게 기록하고 관리하는 것이 가장 기본적인 과제라는 데에는 이견이 없다”고 강조했다. 이명로 중기중앙회 인력정책본부장은 “근로시간을 철저하게 기록·관리해서 시간에 상응하는 수당을 받도록 하는 건 맞는 방향”이라고 부연했다.

왼쪽부터 윤동열 대한경영학회 회장, 이명로 중소기업중앙회 인력정책본부, 홍종선 한국경영자총협회 근로기준정책팀장, 이정희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 정책실장, 황선자 한국노동조합총연맹 중앙연구원 부원장, 유준환 새로고침 노동조합협의회 의장, 김기선 충남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가 31일 오후 서울 중구 순화동 KG타워 하모니홀에서 열린 ‘제3회 노동개혁 고용정책 심포지엄’에 참석하고 있다.(사진=이영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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