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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 오현주 문화전문기자] 맞다. 1000년쯤 지나야 나올 거다. 나무에서, 나무로부터 뻗치는 기운이 말이다. 비록 잘려나간 둥치뿐이라고 죽었다고 하겠는가. 곧추세운 가지와 번져내린 뿌리가 저토록 뒤엉켜 있는데. 붓으로는 감히 흉내내기 어려운 생명력. 작가 이길래(59)가 빚은 소나무다.
작가는 자연의 영원성을 ‘조각한다’. 거대하고 광활한 외형만이 아니다. 살아남으려 몸부림치는 속사정까지 꿰뚫는 거다. 이를 시각화하기 위한 소재는 ‘구리’다. 동파이프를 오리고 이어 고리를 만들고, 끊고 잘라 선을 만든 뒤, 세포 삼아 하나씩 연결해 형체를 조직한다.
온전히 소나무에만 빠진 듯하지만 놓치지 않는 게 있다. ‘인간’이다. 나무에서 사람을 보는지, 사람에서 나무를 보는지, 길게 굽은 몸통에서 여인이 튀어나오는 것도, 넓게 퍼진 몸통 아래 낮은 의자 하나 놔두는 것도 인간을 생각하지 않는다면 나올 수 없는 장면이다.
“수많은 동파이프 단면이 영원히 죽지 않는 소나무를 만들고, 나는 이 땅 위에 그것을 식수해 나가고 싶다.” ‘천년-소나무 9’(Millennium Pine Tree 9·2020)에게 겸손히 양보한 작가의 말이고, 또 의지다.
16일까지 서울 강남구 언주로154길 오페라갤러리서 여는 개인전 ‘죽지 않는 소나무(Timeless Pine Tree): 천년’에서 볼 수 있다. 동파이프·동선 산소용접. 404×40×260㎝. 작가 소장. 오페라갤러리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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