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전에는 동행지수가 하락했다가 V자 반등을 하는 등 한국 경제가 다이나믹하게 성장했다. 최근에는 진폭이 좁아지고 철강 자동차 등 주력업종 경쟁력이 흔들린다는 우려가 있다. 그런 의미에서 위기라면 정부의 인식도 다르지 않다. 하지만 과거 석유파동, IMF외환위기, 글로벌 금융위기 등 경제 시스템이 붕괴되는 수준이라고는 생각하지 않는다”-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
한국 경제는 위기일까 아닐까. 문재인 정부의 경제정책에 대한 논란이 끊임없이 이어지고 있다. 문재인 정부의 정책 실패로 경제가 심각한 수준에 이르렀다는 지적도 있지만, 일부 지표를 근거로 지나치게 위기를 부각시킨다는 반론도 적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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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일 JTBC의 ‘2019년 한국 어디로 가나’ 토론회에서는 같은 논란이 이어졌다. 이날 토론에는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 유시민 작가, 신세돈 숙대 경제학부 교수, 김용근 한국경영자총협회 부회장이 참석했다.
신 교수는 현 경제상황이 위기라고 단정했다. 그는 “동행지수가 8개월 연속하락하고 있는데다 살질소득증가율과 실질가처분소득 증가율 괴리가 커지고 있다”면서 “한국 경제 상황을 충분히 위기로 정의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정부측 대표로 나온 김 위원장은 상식적인 의미로 ‘위기’라는 표현은 쓸 수 있지만, 구조적인 위기는 아니라고 선을 그었다.
그는 “철강이나 조선 등 주력업종의 경쟁력이 떨어지기 때문이며, 상징적이거나 상식적인 의미의 ‘위기’라는 표현은 쓸 수는 있다”면서도 “통계청이 아직 공식 판단하지 않았지만 침체 국면이라는 우려가 많다는 것에 대해 정부는 엄중하게 생각한다”고 경제 침체 국면이라는 점은 인정했다.
다만 김 위원장은 최근 위기론이 문재인 정부의 경제 패러다임 전환 정책을 과거로 되돌리고자 하려는 의도의 비판이 아닌가 유의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정부의 여러 정책 노력이 녹록지 않다는 점도 부정하지 않는다”면서도 “경제위기론을 팩트에 기반하지 않고 과거 (대기업 중심) 경제 패러다임으로 회귀시키려는 비판이 아닌지 유념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유시민 작가도 김 위원장을 거들었다. 그는 “경제위기론이 사실에 기반하기보다는 기존 기득권층의 이득을 해칠 가능성이 있는 정책을 막는 시도도 있어 보인다”면서 “공포감을 불러일으켜 정부가 옛날 정책으로 돌리려는 압력에 힘을 실어주는 식으로 여론이 형성되는 것은 너무나 안타깝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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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노믹스 궤도 수정해야 vs 보완·강화 방점
토론은 문재인 정부의 경제정책 기조 변화 여부로 옮겨 갔다. 소득주도 성장에 대한 속도조절을 해야하는 것인지, 아니면 완전히 궤도를 바꿔야 하는지 여부다. 정부는 올해 경제정책방향에서 경기활력 제고를 최우선 과제로 제시했다.
신 교수는 정부가 투자 활성화를 내세운 점을 긍정적으로 평가했지만, 구체성이 떨어진다고 꼬집었다. 그는 “올해 경제정책방향 첫번째 꼭지가 투자 활성화인데 부동산 부양을 통한 경기 부양이라는 점에서 과거 MB, 박근혜 정부와 크게 다르지 않다”고 지적했다. 그는 “여러가지 프로젝트를 대거 나열하는 것은 의미가 없다면서 하나의 프로젝트라도 구체적인 플랜을 제시하는 게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반면 김 위원장은 경기 패러다임 변화가 아니라 기존 J노믹스에 ‘보완’이라는 점을 분명히 했다. 정부가 경기활력제고만 추구하는 게 아니라는 것이다. 그는 “올해 경제정책방향에는 J노믹스 중 강화해야할 부분은 더 속도를 내 보강하고, 시장기대와 달랐던 부분은 보완하겠다는 문구가 담겨 있다”면서 “사회안전망, 취약계층 일자리, 자영업자 부담 경감은 강화할 부분이고, 최저임금과 근로시간 문제는 보완해야할 정책”이라고 설명했다.
최저임금과 관련해서는 “취업자의 4분의 1이 자영업자이고 고용구조가 경직적이라는 측면에서 최저임금 인상이 기대와 달랐던 점이 있었다”고 인정하면서도 “올해 일자리안정자금·근로장려금과 자영업자 혁신성장 등 여러 정책을 준비하고 있는 만큼 지켜봐 달라”고 당부했다.
유 작가는 “문재인 정부의 경제정책을 바라보는 현 주소가 바로 이것”이라면서 “정부가 혁신성장은 신경 안 쓰고 소득주도 성장만 한다고 하니 공무원들이 면피하려고 투자활성화를 제일 먼저 제시했다”면서 “하지만 정부가 기조를 바꾸더라도 성과가 나오려면 상당한 시간이 걸릴 수밖에 없을 만큼 전망이 어둡다”고 말했다.
그는 “기업은 성장하지만 일자리는 반으로 줄어들고, 민간과 기업의 소득 격차가 벌어지고 소득분배는 갈수록 나빠지는데 이를 바로 잡으려고 하니 공격을 받을 수밖에 없다”면서 “이런식이라면 과거 정부로 돌아가는 것 같아 우려스럽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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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저임금 인상과 관련해서도 논쟁은 이어졌다. 김 부회장은 “최저임금이 급격히 인상한데다 주휴수당까지 포함하는 식으로 시행령을 만들면 기업 입장에서는 부담이 커질 수밖에 없다”면서 “대한민국 전체 임금 체계에 대해 종합적으로 정리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김 위원장은 주휴 시간 논쟁과 관련해서는 “주휴 시간을 포함해 월급을 209시간 기준으로 시급 환산하는 것은 근로기준법, 최저임금법 시행 이래 계속된 현장 관행으로 재계의 문제 제기가 없었다”며 “오직 최저임금 요인만으로 긴급재정명령권을 대통령이 발동한다면 사회적 혼란이 커진다”고 우려했다.
이어 “작년과 올해 최저임금 인상률이 시장 기대와 달랐기에 보완을 하겠다는 점을 정부가 공식적으로 말했고 대통령도 공약을 지키지 못한다는 점에 사과했다”며 “시장이 받아들이기 어려운 수준을 정부도 고집하기 어렵기 때문에 보완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김 위원장은 “남은 임금 인상률은 과거 정부 수준에 그칠 것”이라며 “분명히 현실 수용력 감안해 보완하고 있다”고 말했다. 최근 2년간 급격한 인상 탓에 향후 3년간 최저임금 인상률은 한자릿수에 그칠 것이란 분석으로 풀이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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