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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伊 명품 가구마다 삼성 제품이"…유럽 빌트인 'K가전 붐'[르포]

김정남 기자I 2024.04.21 08:00:00

유럽 대표 가전 유통사 '미디어월드' 가보니
굴지의 브랜드 중 삼성 전시룸 가장 큰 규모
비스포크 AI 가전 '연결' 강조…伊 가전 1위
루베 등 명품 가구와 협업 통해 빌트인 공략

[밀라노(이탈리아)=이데일리 김정남 기자] 지난 17일(현지시간) 이탈리아 밀라노에 위치한 가전 유통사 미디어월드(Media World)의 체르토사 매장. 미디어월드는 독일계 전자유통업체 MSH의 이탈리아 계열사로 유럽 내 굴지의 가전매장으로 꼽힌다.

체르토사 매장 2층으로 올라가 보니 삼성전자(005930)를 비롯해 LG전자(066570), 다이슨, 하이얼, 아에게(AEG) 등 가전 브랜드들이 각각의 공간에서 제품을 전시하고 있었다. 그 가운데 삼성전자는 가전과 TV를 각각 나눠 가장 큰 크기의 전시룸을 유럽 가정집처럼 꾸며놓고 있었다. MSH는 가전 브랜드별로 스토어를 꾸며 차별화한 제품 디스플레이를 지원하는 ‘라이팅 하우스’(Lighting House)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는데, 체르토사점은 이를 적용한 첫 매장이다.

지난 17일(현지시간) 이탈리아 밀라노에 위치한 가전 유통사 미디어월드(Media World)의 체르토사 매장 전경. (사진=삼성전자 제공)
◇삼성전자, 伊 전체 가전시장서 1위

이탈리아는 가전 발상지인 유럽 내에서도 매우 중요한 시장이다. 시장조사업체 GfK에 따르면 냉장고·냉동고·세탁기·건조기·전자레인지·오븐·쿡탑·후드·식기세척기 등 9대 가전 기준 지난해 이탈리아 시장 규모는 41억9000만달러(약 5조8000억원)에 달한다. 2021년(39억2000만달러), 2022년(40억3000만달러) 등 해마다 늘고 있다. 삼성전자는 2022년부터 이탈리아 가전 시장에서 1위에 올랐다. 전통의 강자인 독일 ‘보쉬 지멘스’, 이탈리아 ‘캔디’(하이얼이 인수) 등을 제치고 거둔 성과다.

삼성전자는 2010년부터 폴란드에 냉장고·세탁기 생산거점을 구축하고 유럽용 제품 판매를 강화해, 2013년 이후 이탈리아 프리스탠딩(단독형) 가전 시장 1위를 기록했다. 빌트인까지 포함한 전체 시장에서 수위를 빼앗은 게 2022년이다. TV의 경우 2004년부터 20년간 1위를 지켜 왔다.

매장 내부는 평일 이른 오전이었던 탓에 고객들이 많지는 않았다. 그러나 현장의 미디어월드 관계자는 “주말마다 가전 숍은 사람들로 북적인다”며 “특히 삼성 등 대형 브랜드에 대한 문의가 많다”고 전했다. 실제 밀라노 시내 곳곳의 대형 건물에는 갤럭시 S24 등 삼성 광고들이 즐비하게 걸려 있었다. 삼성전자는 이탈리아 현지에서 2011년부터 브랜드 인지도 1위를 이어오고 있다고 한다. 삼성전자가 이탈리아 법인을 설립한 시기가 1991년이다.

지난 17일(현지시간) 이탈리아 밀라노에 위치한 가전 유통사 미디어월드(Media World) 체르토사점 내 삼성전자 전시룸에서 고객들이 냉장고 제품을 살펴보고 있다. (사진=삼성전자 제공)
삼성전자가 꾸민 체르토사 매장의 방점은 인공지능(AI)을 통한 ‘연결’이다. 올해 밀라노에서 열린 세계적인 주방가전 박람회 ‘유로쿠치나 2024’ 전시장처럼 일반 가정집에서 가전, TV, 모바일 기기들을 AI와 스마트싱스(SmartThings)로 연결한 환경을 구현해놓고 있었다. 매장을 찾은 고객들은 ‘패밀리허브’ 냉장고의 스크린으로 다른 비스포크 AI 제품들을 제어하고, TV와 스마트폰으로 보던 콘텐츠를 가전의 스크린으로 간편하게 이어보고 있었다.

각각의 비스포크 AI 기기들은 스마트싱스 에너지를 기반으로 전력 사용량을 모니터링해, 에너지를 줄일 수 있다는 장점까지 있다. 아울러 세탁기와 건조기의 경우 작은 유럽 가정집에 맞춰 10㎏ 안팎의 제품을 판매하고 있었다. 삼성전자는 2016년부터 밀라노에서 스마트싱스 쇼룸을 운영하면서 ‘연결’의 생활상을 보여주고 있다.

지난 17일(현지시간) 이탈리아 밀라노에 위치한 명품 가전 브랜드 루베(Lube) 매장에서 삼성전자 직원이 자사의 빌트인 가전들을 소개하고 있다. (사진=삼성전자 제공)
◇명품 가구들과 함께 빌트인 ‘공략’

기자는 밀라노 코르소 셈피오네 지역의 명품 주방가구 브랜드 스카볼리니(Scavolini)와 루베(Lube) 매장도 찾았다. 유럽 가전 시장의 절반 이상을 차지하는 빌트인을 엿보기 위해서다. GfK에 따르면 지난해 이탈리아 전체 가전 시장(41억9000만달러)에서 차지하는 빌트인(21억6000만달러)의 비중은 52%에 이른다. 다만 빌트인은 설치 용이성, 높은 품질 요구 등으로 새 브랜드가 진입하기 어려운 매우 보수적인 시장으로 여겨진다.

스카볼리니 매장에 가보니, 다수의 가전 브랜드 중 삼성과 협업한 모델이 가장 목이 좋은 곳에 자리하고 있었다. 스카볼리니의 명품 가전들로 꾸며진 주방에 삼성전자의 가전들이 채워진 식이다. 삼성전자가 유럽 빌트인 시장에 안착한 것은 가전 자체가 고장이 잘 나지 않고, 고장 났다고 해도 애프터서비스(AS)가 빠르며, 브랜드 이미지가 고급스럽다는 점이 큰 몫을 했다고 현장 관계자들은 전했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스카볼리니, 루베 등 현지 5대 가구 브랜드와 모두 전략적 협업 관계를 갖추고 있다”며 “특히 스카볼리니는 삼성과 가장 강력한 협업을 진행하고 있다”고 했다.

전진규 삼성전자 DA사업부 상무는 “유럽 빌트인 가전 시장은 AI 기반의 편의성과 높은 에너지 효율에 대한 소비자들의 관심이 매우 높다”며 “삼성이 강점을 가진 AI와 에너지 고효율을 바탕으로 유럽을 공략할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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