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기선 충남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31일 이데일리·이데일리TV·대한경영학회가 공동 주최한 제3회 ‘노동개혁 고용정책 심포지엄’에서 ‘포괄임금의 문제와 해법’이라는 주제로 기조연설을 하면서 이같이 밝혔다.
|
김 교수는 포괄임금제는 노사의 현실적인 이해관계가 맞물린 산물이고 이를 판례가 인정한 것이라면서 “사용자(기업)는 노동자의 근로시간 기록·관리를 엄격히 하지 않으면서도 월 단위의 안정적인 연장근로 시간을 확보할 수 있다”며 “임금 계산도 편리할 뿐 아니라 지출할 인건비의 규모를 예측하는 것도 비교적 쉽다”고 설명했다.
근로자 입장에 대해 그는 “나쁜 관행이지만 근무 시간 중 흡연이나 커피를 마시는 등 업무시간을 느슨하게 사용할 수 있다”며 “또 한 달에 들어오는 고정수당이 정해져 있어 안정적 수입 확보가 가능하다. 수당을 인상하는 방식으로 임금 상승도 도모해 왔다”고 말했다.
김 교수는 포괄임금제 자체보다 잘못된 인식으로 오남용을 하는 게 문제를 유발하고 있다고 봤다.
그는 “사용자는 포괄임금제를 시행하면 추가 임금을 지급하지 않아도 된다는 오해가 여전히 상당히 많이 남아있다”며 “위법소지가 있음에도 사용자들의 인식이 잘못돼 관행을 지속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청년층 근로자는 포괄임금이 곧 ‘공짜야근’이라는 부정적 인식이 많다”며 “사용자의 잘못된 인식으로 정당한 보상을 받지 못하는 문제들이 생기는 것”이라고 꼬집었다. 이어 “(근로기준법에서)초과임금을 통상임금보다 50% 더 주도록 한 이유는 그 부담 때문에 초과근로를 억제하는 효과를 노린 것인데, 사용자는 오히려 정해진 금액만 지급하면 일정 시간 연장근로를 시킬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지적했다.
◇“금지 시 노사 분쟁 격화…기록·관리 의무가 본질”
김 교수는 포괄임금제를 둘러싼 논란이 있다고 이를 금지하는 것은 근본적인 해법이 아니라고 진단했다. 그러면서 ‘근로시간 기록·관리 의무화’를 제시했다.
그는 “법원을 포괄임금을 금지하지 않고 있을 뿐만 아니라 포괄임금제를 두고 노사 분쟁이 격화할 가능성이 있다”며 “근로자 측은 기존에 지급하던 수당을 기본급으로 산정한 뒤 추가 연장 노동에 대해 임금을 더 받기 원하고, 사용자 측은 급여에서 정액 수당을 삭감한 뒤 실제 근로시간 만큼만 지급하겠다는 방식을 취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또한 “포괄임금이 근로자에게 유리한 경우도 있는데 이를 인정하지 않는 것은 법의 과도한 개입”이라며 “고정OT(오버 타임)제도를 예로 들면 현재는 미리 정해진 근무 시간에 미달하더라도 급여를 다 지급하지만, 포괄임금을 금지하면 정해진 시간을 다 일해야만 그 수입을 유지할 수 있다”고 말했다.
김 교수는 “근로시간 기록·관리 의무화가 문제 해결의 본질”이라며 “의무화를 하면 근로감독을 수월히 할 수 있고, ‘실근로시간 보상’이라는 원칙을 준수하면서 근로자에게 정당한 보상을 해줄 수 있을 뿐 아니라, 법정 근로시간도 준수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근로시간 기록·관리를 위해 △근로자의 근무일별 실근로시간을 객관적으로 측정할 수 있는 시스템 마련 △근로시간 기록 일정 시간 보존 △근로시간 기록 미작성 및 위·변조에 대한 제재 △근로시간 기록의 열람 및 자료제공 등을 동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다만, “미래 노동 환경은 근로자의 자율성에 기반해 근로시간·장소가 다양화할 수 있는데 의무화는 이런 변화에 역행할 수 있다는 점을 고려해야 한다”며 “영세 기업은 인사·노무관리 관리에 대한 부담이 커질 수도 있으니 지원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