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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 오현주 문화전문기자] 쏟아내듯 경매시장으로 보낸 미술품들이 또박또박 새 주인을 찾아가면서 기록한 낙찰총액이 785억 3000만원. 지난 1분기가 그랬다. 오프라인·온라인 가리지 않고 국내 10개 경매사가 71회(오프라인 10회, 온라인 61회)의 경매를 치러냈으니 매주 5회 이상 어딘가에선 경매봉 내리치는 소리, 그게 아니라면 응찰가 올리는 마우스 클릭소리가 계속 들렸단 뜻이다. 지난해 1분기(527억 7000만원)와 비교해 48.8%가 늘어난 그 낙찰총액 덕분에 당장 실적을 크게 올린 데는 다름 아닌 국내 양대 경매사인 서울옥션과 케이옥션이다. 두 회사가 최근 신고한 1분기 매출액은 325억 2000만원(서울옥션 216억 3000만원, 케이옥션 108억 9000만원). 이 중 미술품 판매가 182억 2000만원, 경매수수료 수입이 122억 8000만원이다. 지난해 1분기(228억 1000만원)보다 42.5%를 늘렸다.
올해 2분기의 정중앙인 5월에도 경매봉 떨어지는 소리는 요란할 예정이다. 양대 경매사가 예정한 메이저 경매가 200여점, 277억원어치를 내놓고 컬렉터를 부른다. 24일 서울옥션은 강남구 신사동 서울옥션 강남센터에서 ‘컨템포러리 아트 세일’을, 25일 케이옥션은 강남구 신사동 본사에서 ‘5월 경매’를 열고, 각각 90여점 172억원어치(서울), 110여점 105억원어치(케이)를 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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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예하 원화 국내 첫 경매…천경자는 큰딸 연상한 그림
5월 이들 메이저 경매에선 그간 ‘메인작품’으로는 드물었다고 할 새로운 ‘얼굴’들이 눈에 띈다. 인물화 그것도 ‘눈’이 매우 독특한 회화작품의 등판이다.
스페인작가 하비에르 카예하(50)에겐 대표적인 캐릭터가 있다. 산처럼 솟은 더벅머리를 목 대신 어깨에 올린 한 소년이다. 하지만 그보다 더 특별한 외형이라면 얼굴의 절반을 차지하는 두 눈. 그래서 이 소년은 작품명보단 ‘눈이 큰 아이’로 줄곧 불려 왔던 터다. 그 ‘눈이 큰 아이’가 국내 경매에 처음 나온다. ‘같은 옛이야기’(Same Old Story·2018·130×116㎝)란 타이틀을 단 출품작은 카예하의 첫 원화작품으로도 관심을 끌고 있다. 그간 국내에서 작가는 에디션이나 판화, 아트토이 등으로만 거래된 적이 있다. 서울옥션에 나서는 작품의 추정가는 9억∼12억원이다.
‘눈이 큰 아이’의 대항마 격인 ‘눈이 큰 여인’도 뜬다. 바로 천경자(1924∼2015)의 ‘여인’(1990·40×31㎝)이다. 카예하보단 현실적인 눈을 가진 인물이지만 천경자 특유의 고독한 외현은 출품작에서도 여지없이 드러난다. 특히 화려한 치장과는 달리 공허함을 품은 멍한 눈동자가 말이다. ‘여인’은 천경자가 큰딸을 생각하며 그렸다는 스토리에 다시 돌아보게 만드는 작품이다. 굴곡 많은 삶을 산 여성작가가 자신과는 다른 인생을 살길 바라는 딸에게 기울인 마음이 어떻게 보일까 해서다. 케이옥션에 나서는 작품의 추정가는 6억∼9억원.
‘인물·얼굴·눈’ 등을 키워드 삼은 5월의 미술품 경매가 유독 뜨겁다면, 해외서 날아온 소식들이 분위기를 달군 덕도 있다. 2주 전 크리스티뉴욕경매에서 1억 9504만달러(약 2500억원)에 팔린 ‘총 맞은 푸른 마릴린’(Shot Sage Blue Marilyn·1964)이 그중 하나다. ‘경매에서 팔린 20세기 미술작품 중 최고가’란 다소 억지스러운 수식이 달리게 됐지만, 이 범주에 드는 파블로 피카소의 ‘알제의 여인들’(1955·1억 7940만달러)과 장 미셸 바스키아의 ‘무제’(1982·1억 1050만달러)를 제친 건 맞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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앤디 워홀이 실크스크린으로 제작한 마릴린 먼로의 색색 초상화 5점 중 ‘블루’ 배경인 작품은 진짜 ‘총 맞은 작품’으로 화제가 됐더랬다. 행위예술가 도로시 포드버가 워홀의 스튜디오를 방문해 먼로의 초상화 5점을 겹쳐 세워놓고 권총을 발사했던 건데, 낙찰작은 그때 살아남은 3점 중 하나로 알려져 있다. ‘오렌지’ 배경의 한 점은 2017년 경매가 아닌 개인 거래를 통해 2억달러에 팔리기도 했다.
26∼27일 여는 크리스티홍콩경매에 출품한 피카소의 ‘액자 속 남자의 흉상’(Buste d’homme dans un cadre·1969·92×73㎝)도 역시 ‘얼굴·눈’이 돋보이는 인물추상화로 꼽힌다. 추정가 1억 5000만홍콩달러(약 245억원)를 달고 나선 작품은 프랑스작가 알렉산드르 뒤마의 소설 ‘삼총사’에 등장하는 리슐리외 추기경을 그렸다고 전해진다. 강렬한 검은 눈을 즐겨 그렸던 피카소의 붓이 빚은 강인한 남성상이 도드라진 작품은 영국배우 숀 코네리가 컬렉션한 그림으로도 화제를 모으고 있다. 작품은 아들 스테판 코네리가 내놨다.
◇이우환 ‘동풍’, 31억원 최고가 ‘동풍’ 기록 깰까
‘인물·얼굴·눈’이란 키워드 외에도 국내 5월 경매에서 눈여겨볼 지점이 적잖다. 세계적인 큰 작가의 조각작품 두 점도 묘한 대결구도를 만드는데. 서울옥션에 출품하는 이브 클랭(1829∼1962)의 ‘미켈란젤로 이후 죽어가는 노예’(The Dying Slave After Michelangelo S20·1962·22×15×60㎝)가 그 하나고, 케이옥션에 출품하는 안토니 곰리(72)의 ‘밈(MEME) CXXXVIII’(2011·10.5×6×37㎝)이 다른 하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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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켈란젤로의 조각상을 본뜬 클랭의 작품은 그의 상징이라 할 강한 푸른색이 특징. 300개의 에디션 중 285번이며 추정가는 1억∼2억원이다. 나무로 만든 블록로봇을 세운 듯한 곰리의 작품은 진화생물학자 리처드 도킨스가 저서 ‘이기적 유전자’(1976)에서 쓴 용어 ‘밈’에서 따왔단다. 추정가는 2억 5000만∼3억 5000만원이다.
케이옥션에서 나오는 이우환(86)의 ‘동풍 S85080’(1985·227.3×181.8㎝)도 향방을 지켜볼 대작 중 한 점이다. 지난해 8월 31억원에 낙찰되며 ‘생존작가로 가장 비싼 작품’을 기록한 이우환의 1984년 작 ‘동풍’과 닮은꼴이라서다. 이번에 출품하는 ‘동풍 S85080’은 여러모로 ‘동풍’(1984)과 유사해 컬렉터의 집중관심 대상이다. 150호 동일한 크기에 같은 색상을 가진 데다가 제작연도까지 비슷하다. 다만 1984년 작품보단 구성이 다소 단순하고 느슨하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지난해 10월 역시 케이옥션에서 추정가 20억∼30억원을 달고 출품했다가 유찰된 적도 있다. 이번 경매에선 추정가 12억∼30억원으로 시작가를 낮추고, 다시 한번 새 주인 찾기에 나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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