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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품' 경고한 투자 귀재 "폭락장 온다"

김윤지 기자I 2022.02.28 04:05:06

짐 로저스 로저스홀딩스 회장 인터뷰
치솟는 인플레·이자율 상승 원인
화폐 가치 하락 속 원자재가 대안

[이데일리 김윤지 권오석 유준하 기자] “치솟는 인플레이션과 이자율 상승으로 내년이나 내후년 폭락장이 올 수 있습니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과 같은 전쟁도 이 흐름을 바꿀 순 없어요. 겁을 주고자 하는 것이 아닙니다. 이건 팩트(fact)입니다.”

전설적인 투자자 짐 로저스(80) 로저스홀딩스 회장은 지난 25일 홍문표 국민의힘 의원 주최 세미나 후 이데일리와의 인터뷰에서 이처럼 제2의 글로벌 금융 위기를 경고했다. 2008년 리먼 브러더스 사태 이후 미국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Fed)는 시장에 돈을 풀어 위기에 대응했고, 유동성을 바탕으로 뉴욕 증시는 10년 넘게 상승장을 연출했다.

짐 로저스 로저스홀딩스 회장이 25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이데일리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사진=이데일리 노진환 기자)
문제는 나날이 불어나는 국가 부채다. 2020년 코로나19 팬데믹이 찾아오면서 연준은 더 많은 돈을 찍어냈다. 그러나 공급망 혼란이 더해져 모든 것의 가격이 치솟는 인플레이션이 찾아왔고, 이를 잡기 위해 기준금리를 인상하면 ‘빚 잔치’가 끝나면서 거품이 꺼질 것이란 게 로저스 회장의 설명이다. 실제로 올해 들어 뉴욕 3대 지수(다우·S&P 500·나스닥)는 긴축 쇼크 우려로 힘을 못쓰고 있다. 지난 한해 27% 넘게 올랐던 S&P 500 지수는 올 들어 8% 하락했다.

1942년생인 로저스 회장은 미국 앨라배마주 시골 마을에서 자랐다. 다섯 살 때 야구장에서 빈 콜라병을 주워 팔아 돈을 벌었고, 다음해 볶은 땅콩과 콜라를 파는 첫 ‘사업’을 시작했다. 예일대와 옥스퍼드대를 거친 후 1969년 조지 소로스 회장과 퀀텀펀드를 설립해 10년 동안 4200%라는 기록적 수익률을 올렸다. 1987년 주가가 대폭락한 ‘블랙 먼데이’, 2000년대 초반 ‘닷컴 버블’ 붕괴, 2007년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 등을 예견하기도 했다.

그는 연준의 역할에 회의적이었다. 연준은 지난해 인플레이션을 ‘일시적인 현상’이라고 언급했지만, 인플레이션이 장기화되자 지난해 말부터는 돌연 ‘인플레이션 파이터’로 돌아섰다. 로저스 회장은 “그들은 그저 공무원”이라면서 “연준이 무엇을 하는지 잘 모르겠다”고 지적했다.

화폐의 가치가 떨어지는 상황에서 귀금속(금·은)이나 농산물(밀·설탕 등) 같은 원자재 투자가 대안이라고 강조했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국제 유가 등 원자재 가격이 최근 전반적으로 급등하고 있지만, 이와 상관없이 인플레이션 헤지(위험 회피) 수단으로서 원자재 투자가 유리한 여건이라는 것이다. 그는 줄곧 원자재를 ‘지금 세계 시장에서 가장 저렴한 자산군’이라고 말했다. 혼란스러운 매크로(거시경제)로 기초자산 변동성이 커진 최근 한 달 동안, 그는 실제로 “주식이나 채권은 투자하지 않았다”면서 농산물·에너지·원자재 상장지수펀드(ETF) 등에 투자했다고 말했다.

언제나 ‘저점에 사서 고점에 팔라’는 그는 현 시점에서 여전히 밸류에이션이 높은 미국 주식 보다는 서방 제재 우려로 가격이 폭락한 러시아 주식이 차라리 나을 수도 있다고 말했다. 평소에도 상대적으로 국가 부채가 적고, 자원이 풍부하고 물가가 싸다는 이유에서 러시아가 투자 기회가 많은 나라라고 말해온 그였다.

◇ “이재명·윤석열, 진지하고 지식 풍부”

로저스 회장은 통일과 한반도 투자에 대한 우호적인 전망을 갖고 있다. 2008년 금강산 관광단지에 골프·온천 리조트를 건설하면서 대북 관련주로 꼽히는 아난티(025980)의 사외이사이기도 하다.

이날 인터뷰에서도 그는 북한을 ‘한 번도 경험해보지 못한 투자처’라고 표현했다. 그는 “38선(휴전선)이 열리면 관광, 농업, 교통, 건설 등에 힘입어 향후 20년 동안 한반도는 지속적인 성장을 이룰 것”이라고 내다봤다. 막대한 통일 비용을 회수할 수 있고, 오히려 국방 예산을 줄어들어 더 큰 이익을 남길 것이란 논리였다. 저출산도 해결될 수 있다고 짚었다. 한반도의 발전이 예상되기에 일본 등 주변국들이 통일에 부정적이라고도 했다.

최근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와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를 만난 로저스 회장은 소감을 질문하자 “투표권도 없고, 누군가에게 투자할 수 없으니 할 수 있는 게 없다”고 농담을 한 후 “둘 다 매우 진지하고 지적이다”라고 말했다.

‘어떤 리더십을 가진 인물이 한국의 대통령이 돼야 하느냐’는 질문에는 “대통령이 바뀐다고 엄청난 변화를 기대하긴 어렵다”면서도 “확실한 것은 누군가 이 경제 위기 국면을 풀어가야 한다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그는 “통일이 한반도의 성장 기회가 될 것”이라고 거듭 말했다.

◇짐 로저스는…

△1942년 미국 앨라배마주 △예일대 역사학 △옥스퍼드대 대학원 철학, 정치, 경제 △퀀텀펀드 설립 △전 미국 컬럼비아대 객원교수 △로저스홀딩스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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