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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만위 민사고 교장 “영재교육 못하는데 누가 오겠나…일반고 전환 땐 폐교”[만났습니다]

신하영 기자I 2021.11.11 05:00:00

“현 정부 교육정책 고교학점제 안착시켰지만 폐교 내몰려”
“일반고로 바뀌면 강원도 내에서만 학생 선발…존폐 위기”
“대안교육특성화고 지정 시 존립 가능하지만 교육청 반대”

한만위 민족사관고 교장(사진=신하영 기자)
[이데일리 신하영 기자] “평등교육과 수월성 교육이 공존해야 국가의 건전한 발전이 가능합니다.”

한만위 민족사관고(민사고) 교장은 10일 이데일리와의 인터뷰에서 현 정부의 자사고 폐지 정책에 대해 이같이 우려했다. 현 정부는 2025년을 기해 전국 76곳의 자율형사립고(자사고)·외국어고·국제고를 모두 일반고로 전환할 방침이다. 민사고 역시 2025년부터는 전국단위 자사고의 자격을 잃고 강원도 내에서만 학생을 선발해야 한다. 한 교장은 “일반고로 전환해 강원도 안에서만 학생을 뽑아야 한다면 폐교 수순을 밟아야 할 것”이라고 토로했다.

민사고는 대안교육 특성화고 지정을 존립 방안으로 꼽고 있다. 대안교육 특성화고는 초중등교육법 시행령이 규정한 학교 형태로 전국에서 25곳이 운영 중이다. 학생 선발과 교육과정 편성·운영에서 자율권을 가질 수 있어 민사고는 존립방안 중 하나로 강원도교육청에 대안교육 특성화고 지정을 요구하고 있다.

한 교장은 “현행 교육제도에서 민사고와 가장 가까운 학교 형태는 대안교육 특성화고로 전국단위 모집 등 학생 선발권을 유지할 수 있다”며 “하지만 강원도교육청은 민사고에만 전국단위 선발권 등 특혜를 줄 수 없다며 반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한만위 교장을 만나 현 정부의 자사고 정책과 존폐 위기에 놓인 민사고의 앞날에 대해 들어보았다.

-1996년 개교해 올해로 설립 25주년이 됐는데 그간의 민사고 성과라면.

△개교 25년을 넘기면서 졸업생 중 대학 교수로 자리 잡는 동문들이 등장하고 있다. 지금까지 약 15명이 국내외 대학에 교수로 임용됐다. 개교 이후 약 2500명의 졸업생을 배출했는데 미국 아이비리그(미국 북동부 8개 명문 사립대)로 진학한 졸업생이 25% 정도다. 미국 스탠포드대에서는 매년 단과대별로 최우수 졸업자를 초청하는데 작년(1명)에 이어 올해에도 민사고 출신 2명이 여기에 포함됐다.

-2004년 모기업인 파스퇴로유업이 매각되면서 민사고 역시 어려움이 컸을 것 같다.

△개교 당시 전교생 전액장학금 지원을 원칙으로 출발했지만 외환위기로 모기업인 파스퇴르유업이 부도를 냈다. 그래도 민사고 학생들은 개교 2~3년간 전액장학금을 받을 수 있게 했지만 학교도 재정난을 겪으면서 기숙사비만 받는 것으로 조정했다. 이후 파스퇴르유업이 매각되면서 2004년부터는 등록금·기숙사비를 받고 있다. 소수정예로 교육의 질을 확보하는 게 목표이기에 지금은 자사고 중에서도 학비가 비싼 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학부모들이 자녀를 민사고에 보내는 이유는 우수한 교육에 대한 기대감 때문이다.

-현 정부가 2025년을 기점으로 자사고의 일반고 전환을 추진하고 있는데.

△교육정책은 미래를 생각하고 세워야할 백년대계다. 현 정부가 추진하는 평등교육도 중요하지만 학생·학부모의 선택과 다양성이 강조되는 교육도 필요하다. 우리나라 고등학교는 1974년 고교평준화 정책 이후 획일적 교육의 틀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그러다가 2001년 학부모·학생에게 선택권을 주자는 취지로 도입한 학교 형태가 현 자사고의 전신인 자립형사립고였다. 획일적 교육에서 벗어나 다양성·수월성 교육을 해보자는 취지였다. 현 정부의 논리대로 이러한 설립취지에서 벗어나는 자사고가 있다면 재지정 평가 등으로 핀셋 규제를 하면 된다. 일부 자사고가 국·영·수 위주의 입시교육을 한다며 전체를 일괄 폐지하려는 것은 ‘빈대 잡으려다 초가삼간 태우는 격’이다.

-자사고가 모두 일반고로 일괄 전환되면 민사고도 강원도에서만 신입생을 선발해야 하는데.

△만약 민사고가 일반고로 전환돼 전국단위가 아닌 강원도 안에서만 학생을 뽑아야 한다면 폐교 수순을 밟아야 한다. 폐교는 물론 막고 싶다. 민사고 구성원 중 누가 25년간 끌어온 학교를 폐교하고 싶겠는가. 하지만 일반고로 전환되면 지금과 같은 교육의 질은 포기할 수밖에 없다. 강원도에 있는 학교가 일반고와 차이가 없어지는데 누가 여기까지 오겠는가. 현재 강원도 인구 규모(153만명)가 우리나라 전체 인구(5182만명)의 2.9%에 불과하다. 이 안에서만 학생을 뽑기도 어려울 것이다.

-민사고는 개교 이후 교과교실제 등을 운영해왔는데 사실상 고교학점제와 같은 것 아닌가.

△교장·부교장을 제외한 민사고 전체 교사 수는 67명이다. 이들 중 90% 이상은 석·박사급으로 학교는 이들에게 전문가 대우를 하고 있다. 개교 초기부터 학교에는 교무실을 두지 않았다. 교과교실제에 따라 학생들은 자신의 수업시간표에 따라 해당 교실로 이동해 수업을 받는다. 수업이 없는 교실은 교사의 연구실로 쓰이며 학생이 찾아오면 상담실이 된다. 민사고 전체 재학생이 468명인데 교사는 67명으로 ‘교사 1인당 학생 수’는 7대 1에 불과하다. 소수정예교육이 가능하기에 교사·학생 간 관계가 밀접해질 수밖에 없다. 학생들은 졸업 이수 단위인 180단위 중 100단위(1단위는 50분 기준 17회 수업)를 선택과목으로 이수한다. 학생 5명 이상이 원하면 학교에서는 해당 선택과목을 개설하려고 노력하고 있다. 그러다보니 한 학기에 운영되는 선택과목 수는 200개에 달한다. 민사고 교육은 학생들이 적성·진로에 따라 선택과목을 이수할 수 있는 것으로 현 정부가 2025년 전면 시행하려는 고교학점제와 사실상 같다. 민사고는 이를 먼저 시도해 안착시켰지만 일반고로의 전환을 강요받고 있다.

-대안교육 특성화고로의 전환을 모색하고 있는데.

△민사고만의 교육을 유지하려면 재정자립과 학생선발권, 교육과정의 자율성을 확보해야 한다. 현 교육제도 하에서 이와 가장 가까운 형태가 대안교육 특성화고다. 특성화고교의 한 종류인 대안교육 특성화고는 전국에 25곳이 운영되고 있으며 지정 권한은 관할교육청(강원도교육청)이 갖고 있다. 하지만 강원도교육청은 민사고에게만 전국단위의 학생 선발권을 주는 것이 특혜란 입장이다. 영재학교 전환도 하나의 대안이 될 수 있지만 현재 사립학교를 영재학교로 지정한 사례가 없기에 민사고를 대상으로 이를 허용하는데 교육당국이 부담을 갖고 있다. 현재 영재학교는 전국에서 8곳이 운영 중인데 대부분 수학·과학·예술 영재학교다. 이에 반해 민사고는 인문사회와 자연과학을 아우르는 융합 인재 양성을 추구한다. 이 역시 전례가 없다는 점에서 민사고의 영재학교 전환을 어렵게 하고 있다. 교육당국이 전향적 검토를 해주길 바라고 있다.

한만위 교장은...

△서울대 농생물학과 △서울대 대학원 농학박사 △강원대 교육대학원 △농업과학기술원 연구사 △미국 리버사이드 캘리포니아대(UC Riverside) 방문연구원 △민사고 교사 △민사고 교무부장 △민사고 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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