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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 오현주 문화전문기자] 백조 틈에 섞인 미운 오리새끼도 아닌데 유독 딱 한 마리가 눈에 띈다. 온통 분홍깃을 뒤집어쓴 홍학 틈에 청회색 큰 머리를 삐죽이 세운 ‘도도새’다. 참 평화로운 풍경. 하지만 어디까지나 상상이다. 도도새는 오래전 멸종했다고 알려졌으니.
‘홍학 틈새 도도’(Dodo in Flaming·2018)는 그 옛날 도도새가 주인공이다. 날 수 있었으나 나는 걸 포기했던 새. 먹이는 많고 적은 없는 환경에 완전적응해 날개를 써야 할 필요를 못 느낀 거다.
작가 김선우는 그런 도도새에 유독 애착을 갖는다. 현대를 사는 우리와 닮았다고 생각해서다. 현실과 타협만 하다가 자유의 종말을 맞을지 모를 현대인을 봤다는 거다.
그렇다고 슬픈 끝은 아니다. “그림 속 표정을 보라고. 다시 날아오를 거라고. 그것이 도도새와 인간의 가능성”이라고. 물론 작가의 주문이다.
내달 28일까지 서울 용산구 유엔빌리지길 필갤러리서 여는 개인전 ‘호모 바이어 도도’(Homo via Dodo)에서 볼 수 있다. 캔버스에 과슈. 145×111㎝. 작가 소장. 필갤러리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