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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 재활용쓰레기, 상반기부터 집 앞에 못 버린다

이승현 기자I 2013.04.15 07:02:19

수거 어르신 협동조합 조직해 수익창출 도모
어르신 처우개선 및 재활용품 배출량 증대 목적

[이데일리 이승현 기자]이르면 올 상반기부터 서울 시민들은 재활용쓰레기를 집 앞에 버리지 못하게 된다. 또 서울시 내의 재활용쓰레기 수거 어르신들이 지역별 협동조합 형태로 조직화해 수거한 물품들을 직접 판매할 수 있는 방안도 추진된다.

15일 서울시에 따르면 시는 이 같은 내용을 골자로 하는 ‘재활용쓰레기 거점 분리수거 방식’을 추진키로 하고, 이르면 상반기 시행을 목표로 현재 자치구 및 동과 함께 구체적 방안을 마련 중이다. 재활용쓰레기 거점 분리수거 방식이란 폐품이나 폐지, 페트병, 고철 등을 집 앞이 아닌 정해진 장소에 배출하면 걷어가는 방식을 말한다. 현재 서울 서대문구 홍은1동이 시범 운영하고 있다.

이번 방안은 여러 하청단계로 구성된 재활용품쓰레기 수집업계의 최말단에서 고된 노동과 저임금에 시달리는 수거 어르신들의 처우를 개선하는 한편 일반 가정에서의 재활용쓰레기 배출량을 늘리기 위해 마련됐다.

시는 현재 주로 아파트 단지 등에서 실시되는 재활용쓰레기 거점수거 방식을 앞으로는 단독주택이나 빌라, 다세대주택 단지 등에도 확대 적용할 방침이다. 구체적으로 재활용쓰레기 수거대를 지역 여건을 감안하여 한 곳에 고정배치하거나 혹은 몇몇 곳을 이동시키며 배치하는 방안 등을 구상하고 있다. 시는 각 지역별로 어떤 배치방식이 적합할 지 살펴서 주민 집에서 가까운 최적의 장소를 구하고 수거대가 배치된 곳의 인근 주민의 불편도 최소화한다는 방침이다.

이를 통해 최대 5만명으로 추산되는 수거 어르신들이 일정 장소에 모아진 재활용쓰레기를 걷어가게 해 지금처럼 일일이 집을 찾아다니는 수고로움을 덜어줄 계획이다. 또 거점수거를 하면 직접 발품을 팔며 모을 때보다 평균 수거량이 더 많아져 수거 어르신들의 소득증대에 도움이 된다는 게 서울시의 설명이다.

서울시가 파악한 수거 어르신들의 월 평균 소득은 현재 50만원대로 올해 1인 가구 최저생계비인 57만원에도 미치지 못한다.

아울러 수거 어르신들로 구성된 지역별 협동조합을 만들어 조합이 수거 재활용쓰레기를 직접 관리하고 이를 고물상 등 수거전문업체에 팔아 사업수익도 남기게 할 방침이다. 조합에는 수거지점 인근 청소 및 쓰레기 무단투기 감시 등의 관리 역할도 맡길 계획이다. 조합원들이 재활용쓰레기를 모아 고물상에 갖다 주는 단순한 수집상이 아니라 수거 관리업을 하는 사업 운영주체가 되도록 하겠다는 것이다. 서울시 관계자는 “협동조합이 시스템을 갖추게 되면 자립능력이 생길 것”이라고 말했다.

서울시는 또 거점 분리수거를 하면 지금보다 재활용쓰레기 배출량이 늘면서 일반쓰레기 배출총량은 감소할 것으로 보고 있다. 앞으로는 재활용품을 일반 쓰레기와 같이 섞어 집 앞에 무심코 버릴 수 없기 때문이다. 서울시는 이렇게 되면 각 가정의 일반 쓰레기용 종량제 봉투의 사용이 감소한다며 재활용쓰레기의 거점배출을 독려할 계획이다.

그러나 재활용쓰레기를 버리기 위해 일부러 집을 나서는 사람이 얼마나 될 지 의문이라는 지적이 제기된다. 서울 영등포구에 사는 김모(41)씨는 “집 앞 재활용 분리수거도 번거로운 판에 재활용품들을 직접 들고서 수거장소까지 걸어가야 하는 건 너무 불편하다”며 “서울시가 시민 편의의 문제는 간과한 것 같다”고 말했다.

수거 어르신 협동조합이 생겨나면 기득권을 가진 기존 수거전문업체들의 반발도 예상된다. 또 서울시의 구상에도 불구하고 거점공간을 안정적으로 확보하기는 여의치 않아 보인다. 서대문구 관계자는 “거점수거 공간이 자기 집 근처인 사람들이 민원을 많이 내고 있어 거점을 많이 늘리기가 쉽지는 않다”고 말했다.

서울시 관계자는 이에 대해 “재활용쓰레기를 집 앞이 아닌 밖에 갖다 버려 깔끔하다는 사람들도 있을 것”이라며 “거점수거방식을 시민들이 선호하는 방식이 되도록 만들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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