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석진 코어시큐리티 디지털금융범죄대응연구소장(동국대 국제정보보호대학원 교수)은 10일 이데일리와의 인터뷰에서 “KOK코인(KOK토큰) 사건을 비롯해 코인 다단계 사기가 반복되는 가장 큰 원인은 기술 자체가 아니라 사람과 제도의 문제”라며 “가상자산이라는 외형을 입으면서 사업 구조가 복잡해지고 해외법인과 해외거래소, 개인지갑 등을 이용해 자금 흐름을 분산시키기 때문에 투자자와 수사기관 모두 실체를 파악하는 데 시간이 걸린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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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 제3의 KOK 사태를 막기 위해서는 ‘통합 디지털자산 범죄 대응체계’를 구축이 필수적이라고 강조했다. 경찰·검찰·금융당국·FIU·국세청·거래소가 각각 정보를 보유한 채 따로 대응하는 현재 구조로는 빠르게 이동하는 디지털자산 범죄자금을 따라가기 어렵다는 설명이다. 황 소장은 “온체인 분석에서 거래소 계정 확인, 실명정보 확인, 보전·동결 조치까지 신속하게 이어지는 체계가 핵심”이라고 밝혔다.
수사의 ‘골든타임’을 놓치지 않기 위해서는 초동수사 방식부터 손질해야 한다고 봤다. 디지털자산 범죄를 일반 사기사건과 동일하게 처리할 경우 신고 이후 불과 몇 시간 또는 며칠 사이 자금이 여러 지갑과 해외거래소로 빠져나갈 수 있어서다. 황 소장은 “일선 경찰 단계에서 가상자산 사건을 신속하게 식별해 전문수사부서와 거래소, FIU 등 관계기관으로 즉시 연결할 수 있는 초동대응 프로토콜이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KOK 사건 역시 자금 이동을 초기에 포착했다면 피해를 상당 부분 줄일 수 있었을 것으로 평가했다. 그는 “범죄가 완성된 이후 자금 흐름을 따라가는 것이 아니라 이상징후가 나타나는 시점에 자금 흐름을 포착하는 것이 중요하다”며 “거래소와 수사기관이 신속하게 정보를 공유했다면 추가적인 자금 이동이나 현금화를 제한할 가능성이 높아졌을 것”이라고 꼬집었다.
이를 위해 피해 신고 단계부터 가상자산에 특화된 증거수집 체계를 마련할 필요가 있다고 봤다. 신고 단계에서 △코인·토큰명 △송금 지갑주소 △TXID(거래 해시) △이용 거래소 △입출금 내역 △상대방 지갑주소 △모집·투자 관련 사회관계망서비스(SNS)·메신저 자료 등을 표준화해 확보해야 한다는 것이다.
황 소장은 “TXID와 지갑주소는 디지털자산 수사에서 일종의 ‘디지털 금융전표’”라며 “피해자가 내용을 잘 모르는 경우에도 경찰이 거래소 애플리케이션이나 지갑을 함께 확인해 관련 정보를 확보할 수 있도록 신고 절차를 개선해야 한다”고 짚었다.
대응체계 역시 사후 수사 중심에서 사전 탐지 중심으로 전환해야 한다는 게 황 소장의 제언이다. 대규모 투자자 모집이나 비정상적인 고수익 약속, 특정 지갑으로의 자금 집중, 해외거래소로의 대규모 이전 등을 위험신호로 포착하는 체계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그는 “거래소도 수사기관의 요청이 있을 때 자료를 제공하는 수동적인 역할에서 벗어나 이상거래와 범죄 의심 자금의 이동을 조기에 탐지하고 신속하게 협력할 수 있어야 한다”고 주문했다.
수사기관 간 분석역량 격차를 줄이기 위해서는 ‘현장-권역-중앙’의 3단계 대응체계가 필요하다고 제안했다. 일선 경찰서가 기본 증거를 확보하고 시·도경찰청이나 권역 단위 조직이 전문분석을 맡은 뒤 국가수사본부 등 중앙조직이 해외거래소나 대형 사건, 크로스체인 분석을 지원하는 방식이다.
이 과정에서 온체인 분석자료를 범죄수익 환수와 국세청 세무조사까지 연계할 필요성도 제기했다. 특정 지갑에서 거래소로 범죄 의심 자금이 이동한 사실을 포착한 뒤 거래소의 고객확인(KYC) 정보와 금융계좌, 재산정보를 연결하면 실질적인 자산 추적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황 소장은 “디지털자산 범죄 대응의 최종 목표는 범인을 처벌하는 데 그쳐서는 안 된다”며 “범죄수익을 끝까지 추적해 환수하고 피해회복으로 연결해야 한다”고 역설했다. 이어 “궁극적으로 온체인 추적→거래소 KYC→금융계좌 추적→재산 추적→보전·몰수·추징→피해회복이 하나의 체계로 연결돼야 한다”고 부연했다.
황 소장은 “KOK 사건을 단순한 코인 사기사건으로만 바라봐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그는 “중요한 것은 특정 코인을 규제하는 것이 아니라 사기성 자금모집과 범죄자금 흐름을 얼마나 빨리 발견하고 차단하느냐”라며 “디지털자산 범죄 대응의 성과는 검거뿐 아니라 피해를 얼마나 줄이고 범죄수익을 얼마나 되찾아주느냐로 평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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