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렇다면 우리는 왜 모든 이례적인 현상의 원인으로 기후변화를 지목하는 것일까. 인간은 불확실한 상황에 처하면 그 원인을 찾으려는 경향이 있다. 이는 불안감을 해소하고 상황을 이해하려는 본능적 욕구에서 비롯된다. 예상치 못한 자연현상이나 사회적 변화에 대해서도 우리는 그 원인을 찾으려고 한다. 이 과정에서 기후변화가 자주 지목되는 이유는 그 심각성과 영향이 강조되면서 우리에게 익숙한 위협 요소로 자리 잡았기 때문이다. 또 다른 이유는 기후변화가 내포한 불확실성과 변동성이다. 폭염, 폭우, 대규모 산불 등은 그 원인을 명확하게 설명하기 어려운 경우가 많다. 그러나 불확실성이 큰 기후문제를 원인으로 제시하면 의외로 설명이 간단해진다. 불확실한 현상을 불확실한 사실로 설명하는 셈이다. 설명할 수 없는 복잡한 현상을 설명할 수 있는 편리한 틀이 생긴 셈이다.
이런 경향은 몇 가지 문제점을 안고 있다. 첫째, 기후가 모든 문제의 원인이라는 확증편향을 갖게 할 수 있다. 사람들은 기후에 문제가 있다고 믿게 되면서 그와 맞아 떨어지는 정보만을 선택적으로 받아들이게 되고 처음에 품은 의심은 점차 확신으로 굳어지게 된다. 이러한 시각을 갖게 되면 다른 중요한 요인들을 간과하게 돼 해결해야 할 문제의 근본 원인을 놓치게 된다.
둘째, 개인과 사회의 책임이 희석될 우려가 있다. 인간의 잘못이나 실수로 발생한 문제조차도 기후변화 탓으로 돌리면 즉각적이고 효과적인 대응이 어려워진다. 문제의 원인이 다른 곳에 있음에도 불구하고 이를 단순히 기후에 책임을 전가하는 태도는 결국 책임 회피의 수단으로 전락할 수 있다.
셋째, 중요한 글로벌 이슈들에 대한 자원 배분이 어려워질 수 있다. 인류에게는 기후문제 외에도 전쟁, 질병, 기아, 빈곤 등 시급하게 해결해야 할 문제가 산적해 있다. 전쟁과 기아에 시달리는 이들에게 기후문제는 어쩌면 사치스러운 논제일 수 있다. 우리가 기후변화뿐만 아니라 이들 문제에 대한 균형 잡힌 시각을 가져야 하는 이유다.
넷째, 과학에 대한 신뢰를 저해할 수 있다. 검증되지 않은 가설을 사실처럼 받아들이는 태도는 과학의 신뢰성을 훼손하고 장기적으로는 환경 문제에 대한 대중의 지지를 약화시킬 수 있다. 모든 문제를 기후변화와 연결 짓는 것은 그 본래의 위험성을 축소할 수 있으며 기후변화 회의론자들에게 공격의 빌미를 제공할 수 있다.
모든 병의 원인을 운동부족으로 몰아가는 의사는 더 이상 환자의 신뢰를 받을 수 없듯이 지구상의 모든 문제를 기후변화로만 설명하려는 시도 역시 경계할 필요가 있다. 이는 문제의 복합성을 간과할 뿐만 아니라 궁극적으로는 적절한 해결책을 모색하는데 장애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기후변화를 경시하지 않으면서도 그 원인에 대해 직시하는 지혜가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