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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강, 佛기메 문학상 수상…영향력 커지는 ‘K문학’

김미경 기자I 2024.03.04 05:40:00

메디치 상 이어 프랑스서 두 번째 쾌거
“프랑스 문학계 단단한 입지 구축”
K-문학 작년 이어 올해도 승승장구
김혜순 '날개환상통' 美NBCC 최종 후보

지난해 서울 목동 한국방송회관에서 열린 장편소설 ‘작별하지 않는다’의 프랑스 메디치 외국문학상 수상 기념 기자간담회에 참석한 소설가 한강 모습(사진=뉴스1).
[이데일리 김미경 기자] ‘한국에서 가장 위대한 작가다’(기메 문학상 심사위원단), ‘프랑스 문학계에서 단단한 입지를 구축하고 있다’(한국문학번역원).

지난달 29일(현지 시간) 프랑스 에밀 기메 아시아문학상을 받은 소설가 한강(54)을 두고 한 말이다.

기메 문학상 심사위원단은 이날 한강의 장편소설 ‘작별하지 않는다’를 수상작으로 발표하며 “절제된 표현력과 주제의 보편성”을 선정 이유로 밝혔다.

심사위원단은 ‘작별하지 않는다’에 대해 “우정에 대한 찬가이자 상상력에 대한 찬가이며, 무엇보다도 망각에 대한 강력한 고발”이라며 “소설 그 이상의 가치를 지니면서 수십 년 동안 묻혀 있던 충격적인 기억을 선명하게 드러내는 작품”이라고 평가했다. 이어 한강 작가를 “한국에서 가장 위대한 작가로 여겨진다. 작가의 책이 출판되는 것은 한국뿐 아니라 국제적으로 하나의 사건이 된다”고 극찬했다.

한강 ‘작별하지 않는다’의 프랑스역판(최경란·피에르 비지우 옮김) 표지(사진=한국문학번역원 제공),
한국 작가가 이 상을 받은 건 2018년 소설가 황석영의 장편 ‘해 질 무렵’ 이후 두 번째다. 한강이 2021년 펴낸 이 소설은 제주 4·3의 비극을 세 여성의 시선으로 풀어낸 작품이다. 사랑하는 이를 잃은 이들의 상흔을 담아냈다. 프랑스에선 한국문학번역원의 지원을 받아 지난해 8월 최경란·피에르 비지우 번역으로 출간됐다. 불어판 제목은 ‘불가능한 작별’(Impossibles adieux)이다.

세계 속 한국(K·케이) 문학의 위상이 점점 올라가고 있는 모습이다. 해외에 번역 출간된 한국 문학이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권위 있는 국제상에 여럿 호명되고 있어서다. 앞서 한 작가는 지난해 11월 이 작품으로 프랑스 메디치 외국 문학상을 받았고, 페미나 외국 문학상 최종 후보에 오르기도 했다. 2016년엔 소설 ‘채식주의자’로 한국 작가 최초로 영국 부커상 인터내셔널부문을 받았다.

곽효환 한국문학번역원장은 이번 수상의 의미에 대해 “프랑스 현지에서 한강의 작품을 비롯한 K-문학이 큰 공감대를 얻으며 단단한 입지를 구축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며 “매년 국제문학상에 입후보하거나 수상 작품 수, 해외 판매량 등의 여러 지표를 고려할 때 이미 세계 무대에서 한국 문학의 장이 열렸다고 본다”고 평가했다.

김혜순 시인의 시집 ‘날개환상통’은 전미도서비평가협회상(NBCC) 시부문과 바리오스 번역부문 최종후보(숏리스트)에 동시에 올랐다. 최종 수상자는 이달 발표한다.

한편 이날 시상식에 참석하지 못한 한 작가는 출판사를 통해 “이 소설은 작별 인사를 하지 않기로 결심한 사람들의 이야기로, 그들은 깊은 밤, 바닷속에서 촛불을 켠다”며 “그들처럼 깜빡이는 빛에 대한 믿음을 멈추지 않길 바란다”고 감사의 뜻을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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