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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고는 1974년경 피고 소속 수사기관 담당 공무원들에 의해 대통령 긴급조치 제1호와 제4호 위반 혐의로 영장 없이 체포돼 1974년 4월 23일 구속됐다. 원고에 대한 구속영장은 1974년 5월 1일 1차 연장된 이후 1974년 7월 1일까지 총 6차례 연장됐다. 이후 원고에 대한 기소가 이뤄지지 않았고 원고는 공판절차를 거치지 않은 채 1974년 8월 8일 구속이 취소돼 석방됐다.
옛 형사소송법에 의하면 사법경찰관과 검사의 구속기간이 10일로 제한되고 검사의 경우 1회에 한해 법원의 허가를 받아 구속기간을 연장할 수 있었으므로 수사기관에서의 최장 구금 기간은 30일이다. 하지만 원고는 1974년 4월 23일에 구속돼 8월 8일에 이르러서야 석방, 108일간 수사기관에 구금돼 있었다.
원고는 민주화운동 보상심의위원회로부터 2007년 9월 10일 민주화운동 관련자 인정 결정을 받았다. 이에 2007년 12월 24일, 2008년 2월 19일 보상심의위원회의 보상금 지급 결정에 동의하고 보상금(약 3546만원)을 수령했다.
원고는 구속 취소로 석방된 후 1975년 12월경 군대에 입대했으나 군 복무 기간 중에도 보안관리로 구분돼 감시통제하에 있었고, 군 제대 후에도 20여 년 동안 보안사에 의해 밀착감시를 받으며 사생활 침해를 받았다고 주장했다.
특히 구금 당시 피고 소속 수사기관 담당 공무원이 폭행 등의 가혹행위를 하는 등 위법한 수사를 해 신체적, 정신적으로 큰 충격과 고통을 받았다며 정신적 손해로 인한 위자료 1억원을 손해배상으로 지급할 의무가 있다고 2019년 5월 10일 국가배상을 청구했다.
하지만 피고는 원고의 이 사건 손해배상청구권은 불법체포와 감금 행위가 있던 날 또는 늦어도 출소일인 1974년 8월 8일부터 민법 제766조 제1항에 정한 3년의 단기 소멸시효가 진행돼, 이 사건 소 제기 전에 시효가 모두 완성됐다고 항변했다.
1심에서는 원고 패소 판결을 내렸다. 1심 재판부는 “원고가 보상금을 수령한 사실이 인정되는 이상 헌법재판소의 위헌결정 이전에 이미 불법 행위의 요건사실에 대해 인식하고 있었다”며 “이 사건 소는 그로부터 역수상 3년이 지난 2019년에 제기된 것이 기록상 명백하다. 원고의 손해배상청구권은 시효로 소멸했다고 봄이 상당하다”고 판단했다.
2심도 원고의 항소를 기각했다. 불법 구금 상태가 해소된 1974년 8월 8일경 또는 늦어도 보상심의위원회로부터 민주화운동 관련자 인정 결정에 따른 보상금 지급 결정을 받은 날에는 불법행위의 요건사실에 대해 구체적으로 인식하고 있었으므로 소멸시효가 완성됐다고 판시했다.
하지만 대법원 판단은 달랐다. 대법원은 “원고가 석방됐을 당시 긴급조치 1·4호가 위헌이라는 사법적 판단이 없었다”며 “긴급조치 제1호에 대한 2010년 대법원 전원합의체 판결 이래 긴급조치가 위헌·무효라고 판단됐지만 그 이후에도 긴급조치의 발령과 그 적용·집행으로 인한 피해에 대해 원칙적으로 국가배상책임이 인정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대법원은 또 “긴급조치 위반죄로 유죄판결을 받지 않았던 원고로서는 형사 재심을 청구할 수도 없었다”며 “더욱이 원고는 2007년과 2008년 보상심의위원회의 보상금 지급 결정에 동의해 헌법재판소 등 결정 이전까지는 옛 민주화보상법 제18조 제2항에 따라 국가배상 청구의 소를 제기하더라도 부적법하게 되므로, 손해배상청구를 한다는 것이 전혀 실익이 없어 사실상 불가능한 상황이었다”고 판단했다.
이어 “이 사건 소 제기 당시까지도 원고가 피고를 상대로 긴급조치 1호와 4호에 기한 일련의 국가작용으로 인한 불법행위로 발생한 권리를 행사할 수 없는 장애 사유가 있어 소멸시효가 완성되지 않았다고 보는 것이 타당하다”고 판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