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코로나19 감염병 등급을 최고 단계인 1급에서 풍토병 수준인 2급으로 낮춘 25일. 이날 다시 문을 연 경로당부터 취식이 가능해진 영화관·마트 시식코너 등 곳곳에서 왁자지껄하게 ‘사람 소리’가 흘러나왔다. 코로나19 이전에 누린, 일상적인 보통의 삶으로 돌아가면서 사람들은 “행복하다”고 입을 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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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미크론 변이 유행으로 지난 2월14일부터 폐쇄됐던 경로당은 이날부터 다시 열었다. 고위험군인 고령층이 한 곳에 모이는 경로당의 특성상, 실내체육시설 등이 다 문을 열고도 추이를 본 뒤에야 뒤늦게 3차 백신 접종자들에 한해 운영을 재개했다.
이날 이데일리 취재진이 돌아본 서울 시내 경로당은 하나 같이 북적북적했다. 노인들은 “언니는 그간 어떻게 지냈느냐”며 담소를 나누고 이야기꽃을 피웠다. 서울 마포구의 한 경로당에서 만난 김모(82)씨는 “모여서 얘기하고 같이 밥 해먹는 게 삶의 낙이었는데 12년 동안 자주 모이던 사람들을 한순간에 못 만나니 심심하고 답답했다”며 “지금이라도 (경로당이) 열려서 아주 다행”이라고 가슴을 쓸어내렸다.
서울 중구의 한 경로당에서 만난 이모(81)씨는 “노인네들이 가만히 집에 있으면 TV만 보지 뭘 하나. 그동안 답답해 미칠 지경이었다”며 “집에 있으면 자식들 눈치 보이고 답답했는데 이제 갈 곳이 생겨 한숨 돌렸다”고 말했다. 인근 경로당에서 만난 김모(77)씨도 “집에만 있으면 괜히 기운 빠지고 몸도 쑤셔서 너무 괴로웠다”며 “같이 밥 먹고, 이야기 나누니 얼마나 좋은지 모른다”고 웃었다.
◇영화관서 팝콘 ‘꿀꺽’…마트서도 “드시고 가세요”
실내 다중이용시설 취식도 이날부터 가능해지면서 영화관 등에선 이미 코로나19 이전의 풍경이 돌아왔다. 정부는 △영화관·공연장 △실내체육시설 △상점·마트·백화점 △노래(코인)연습장 등에서 음료나 음식을 즐길 수 있도록 실내 취식 금지 조치를 모두 해제했다.
서울 용산구의 한 대형 영화관은 월요일 아침임에도 팝콘을 주문하려 키오스크 앞에 줄 선 관객들이 눈에 띄었다. 영화관은 오랜만에 달콤한 팝콘 냄새로 가득 찼다. 불과 몇 개월 전 백신패스관이 종료된 후 썰렁했던 영화관 매점 모습과 대조적이었다. 오후가 되자 관객들이 늘면서 매점 앞에선 주문번호를 알리는 ‘딩동’ 소리가 연달아 울렸다.
김예진(19)씨는 “영화를 볼 때 무조건 팝콘을 먹는 편인데 그동안 못 먹게 해서 마지막으로 영화 본 게 코로나 이전”이라며 “오랜만에 친구랑 나왔다. 영화관 기분은 나는데 마스크를 벗고 먹어야 하니까 조금 조심스러운 부분도 있긴 하다”고 말했다. 대학생 허진영(21)씨는 “오늘부터 팝콘을 먹을 수 있다고 해 기념으로 (실내취식 해제) 첫날부터 영화관에 왔다”며 “기분이 좋고 마음도 가볍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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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 상황이 안정세를 찾아가면서 이렇듯 삶의 곳곳에서 일상이 돌아오는 중이다. 조만간 실외 마스크 착용 의무 해제도 이뤄질지 관심이다. 대형마트를 찾은 김모(42)씨는 “핫바 하나 사서 마스크 올렸다내렸다 않고 봄길 걸으면서 먹으면 좋겠다”며 “마스크도 벗게 된다면 진짜 코로나19에서 해방되는 느낌일 것 같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