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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 강경록 기자] 한반도 서남단에 자리한 전남 신안의 흑산도. 흑산도하면 꼬리표처럼 따라붙는 것이 홍어다. ‘홍어하면 흑산도, 흑산도 하면 홍어’라고 할 정도다.
흑산도를 찾았다면 홍어를 놓치지 말자. 그 먼 길을 달려와서 홍어를 접하지 못하고 간다면, 듣기만 해도 아쉽고 서운하다. 사실 홍어는 흑산도 앞바다뿐 아니라 인천에서도, 울릉도와 독도 부근에서도 많이 잡히는 어종이다. 그래도 사람들은 흑산도 홍어를 첫손에 꼽는다. 바로 ‘입에 착 달라붙는 맛’ 때문이다.
홍어의 제철은 겨울에서 이른 봄까지다. 그렇다고 추울 때만 홍어를 맛볼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추울 때는 암컷이, 날이 더워지면 수컷이 더 맛있다는 게 흑산도 주민의 귀띔이다. 늦겨울 알을 낳고 난 암컷은 맛이 떨어진다는 게 그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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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흑산도에서는 홍어를 삭히지 않고, 싱싱하게 먹는 게 일반적이다. 싱싱한 홍어를 굳이 삭힐 이유가 없어서다. 하지만 목포나 나주에서는 홍어를 단계별로 익혀서 즐긴다. 여기에는 이유가 있다. 지금이야 목포까지 2시간 안팎이면 닿을 수 있지만, 과거에는 더 오랜 시간이 걸렸다. 흑산도 인근에서 잡힌 홍어들은 이곳에 모여 전국으로 팔려나갔다. 목포에서 팔고 남은 홍어들은 영산강 하구에 자리한 나주 영산포로 향했다. 그러는 과정에서 싱싱했던 홍어가 저절로 삭혀졌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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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은 더 각별한 수고로움으로 홍어를 삭힌다. 전통적인 방법은 적당한 크기로 자른 홍어를 숯과 짚으로 덮어 항아리에서 삭히는 것이다. 짚에서 나는 열이 발효를 돕고, 이로운 균도 생성한다. 날이 더워지는 계절에는 홍어를 하얀 천에 싸서 냉장 보관하고, 수시로 천을 갈아 핏물을 빼줘야 한다.
흑산도 사람들은 홍어를 오래 보관하기 위해 홍어를 말려서 먹기도 한다. 특히 겨울바람에 말린 홍어는 더 맛있다고 한다. 잘 마른 홍어를 쪄서 참기름, 고춧가루, 간장 등과 버무려 마른홍어무침을 준비한다. 마른 홍어는 마른오징어처럼 그대로 먹어도 좋고, 한 번 쪄내면 홍어 특유의 톡 쏘는 맛을 조금 더 부드럽게 즐길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