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글·사진 이데일리 강경록 기자] 제주의 칠성로, 중앙로, 남문로 주변 일대는 ‘원도심’으로 불린다. 중심은 이 마을을 관통해 바다로 흘러드는 산지천이다. 이 산지천을 따라 최근 새롭게 태어나고 있는 원도심 속 카페를 찾아가는 길. 첫 목적지는 제주목관아 앞에 자리한 ‘순아커피’다. 이 카페가 자리한 건물은 제주에서 가장 오래된 적산가옥(일본식 가옥)이다. 무려 100년의 역사를 간직한 건물로, 제주 원도심의 ‘산증인’인 셈이다.
카페 이전에는 점포 겸 주거시설로 쓰이던 건물이었다. 몇해 전, 태풍으로 건물 외벽이 무너지면서 철거 위기에 처했다. 주인장은 건물을 허무는 대신 카페로 만들어 건물을 유지하기로 결정했다. 제주에서 적산가옥을 재생한 첫번째 건물로 이름 남기게 된 이유였다.
안으로 들어서자, 묵묵히 자리를 버텨온 시간만큼 카페 곳곳에 밴 커피향이 여행객을 반긴다. 1층 내부 공간은 기존 목구조의 부재와 되살린 부재들이 고스란히 드러난다. 그 사이를 통해 옛 타일과 신문으로 된 벽지, 그리고 문살들도 눈에 들어온다.
제주에서 가장 오래된 적산가옥 ‘순아커피’의 2층 내부
2층은 과거로 돌아간 느낌이다. 좁고 가파른 계단을 오르면 미서기문과 다다미방이다. 짙은 갈색의 공간으로, 아래층과 달리 차분하고 정적인 분위기다. ‘이웃집 토토로’에서 동생 메이가 좁은 통로를 지나 만나게 되는 새로운 공간과 풍경에 놀라던 모습이 그려지는 듯하다.
카페 곳곳에는 복원의 흔적들도 더러 보인다. 100년이 넘은 집을 존중하면서도, 작은 부분까지 세심하게 배려한 주인장의 의지까지 엿보인다. 옛 공간을 지키고 기억하게 하는 인상적인 공간이다.
제주에서 가장 오래된 적산가옥 ‘순아커피’의 1층 내부
오래된 건물이 카페로 바뀐 곳은 또 있다. 삼도이동에 자리한 ‘리듬 앤 브루스’. 오래된 낡은 목욕탕을 카페로 리모델링했다. 건물 외관은 거의 그대로이고, 내부는 일부 허물었다. 하지만 목욕탕의 전체적인 뼈대를 그대로 남겨 재밌는 콘셉트로 활용했다. 건물 외벽에는 아직도 ‘태평탕’이라는 이름이 그대로 남아있다. 씻기 위해 찾아가는 목욕탕이 아닌 옷을 입은 상태로 차를 마시고 대화를 나누기 위해 목욕탕에 들어가는 기분은 아주 독특하고 신선하다.
오래된 목욕탕을 카페로 리모델링한 ‘리듬앤브루스’
탑동 아라리오 뮤지엄 옆 골목. 현재 원도심에서 가장 핫플레이스로 떠오르고 있는 공간이다. 좁은 골목 사이로 젊은 여행객들이 북적인다. 디앤디파트먼트의 외벽에 ‘d’라고 새겨진 타이포그래피 앞. 이 단순한 타이포그래피를 배경으로 줄을 서서 인증샷을 찍고 있다. 젊은 여행객들 사이로 제법 나이든 여행객들도 보인다. 단순히 사진을 찍고, 추억을 공유하는 것이 유행을 좇는 것만 아닌 세대 간의 이해와 공감의 장으로 다가오는 순간이다.
디앤디파트먼트의 외벽에 ‘d’라고 새겨진 타이포그래피가 제주를 찾은 여행객에게 ‘핫플레이스’로 등극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