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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플방지] "대통령 되면 전광훈도 장관 한 번? 똑똑히 기억"

박지혜 기자I 2020.08.23 00:30:00

미래통합당, 지지율 반등 순간 전광훈에 발목 잡혀
"극우 정치권 내 강력한 입지"...통합당이 키웠다?
김종인 ''중도화 전략'' 성공, "X맨과 결별 여부에 달렸다"

[이데일리 박지혜 기자] “내가 대통령 되면 전광훈 목사님도 장관 한 번 하시겠느냐”

전광훈 사랑제일교회 목사가 지난해 5월 당시 황교안 자유한국당(미래통합당 전신) 대표에게 들은 말이라고 설교 도중 밝혀 논란이 된 발언이다.

아이디 ‘사막***’을 사용하는 누리꾼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재확산에 기름을 부은 격인 전 목사와 사랑제일교회 관련 기사에 이 발언을 떠올리며 “통합당이 키워주고 함께 했던 거 똑똑히 기억한다”는 댓글을 남겼다.

전 목사의 ‘장관’ 발언에 황 대표 측은 “말도 안 된다”며 “개인적 친분이 전혀 없다. 황 대표 취임 후 종교지도자를 예방한 의미 이상의 관계가 아니다”라고 부인했다. 하지만 불과 9개월 전 황 대표가 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GSOMIA) 파기 철회와 공수처 설치법 포기, 패스트트랙 법안 포기 등을 요구하면서 무기한 단식 농성을 선언한 뒤 가장 먼저 전 목사를 만나는 등 친분을 드러냈다.

지난해 3월 당시 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가 서울 종로구 한국기독교연합회관에서 전광훈 한국기독교총연합회장을 예방하며 악수를 나누고 있다 (사진=뉴스1)
독실한 기독교 신자인 황 전 대표가 전 목사에게 조언을 구하는 등 꾸준히 관계를 이어온 것으로 비치기도 했다. 실제로 지난해 3월 황 대표가 전 목사가 회장을 맡은 한국기독교총연합회(한기총)을 방문하자, 전 목사는 “위기 상황에서 우리 하나님께서 일찍이 준비하셨던 황교안 대표님을 자유한국당의 대표님으로 세워주시고… 제 개인적 욕심으로는 이승만 대통령 그리고 박정희 대통령에 이어가는 세 번째 지도자가 되어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종교 지도자가 정치인에게 하는 의례적인 덕담을 넘어서는 수준의 발언이었다.

배덕만 기독연구원 느헤미야 교수도 지난 18일 한 매체의 기고에서 전 목사의 장관 발언을 언급하며 “극우 정치권 내부에서 강력한 입지를 구축한 것”이라면서 “무엇보다 전 목사의 사랑제일교회가 극우정치집단, 불법집단, 사이비집단으로 변질했다”고 비판했다.

◇ “엮지 마라” 해도 “놀아난 대가를 지금 치러”

이러한 관계가 통합당이 반사이익으로 민주당의 지지율을 넘어선 순간 발목을 잡았다. 광복절 광화문 집회와 통합당이 엮이면서다. 그 연결고리는 극우 세력의 핵심 인물인 된 전 목사다. 전 목사가 이끄는 보수 기독교 단체 등을 중심으로 형성된 극우 성향의 집단과 정당들은 ‘태극기 부대’와 함께 광화문 광장에서 반정부 집회를 주도해왔다.

코로나19의 급격한 확산 책임과 관련해 이번 광화문 집회를 주도한 전 목사에 대한 국민적 분노가 커지자 통합당은 서둘러 ‘선 긋기’에 나섰지만 역부족인 모습이다.

지난 11일 “당원들이 참여하고 싶으면 참여하는 것”이라며 집회 참석에 애매한 태도를 보인 김종인 비상대책위원장은 “스스로 방역준칙을 지키지 않은 사람”이라며 전 목사를 비판했다.

지난해 자유한국당의 당권 도전에 나서면서 “통합이든 연합이든 목표가 같으니 태극기부대와 힘을 합쳐야 한다”는 취지의 발언을 한 주호영 원내대표도 “광화문 집회는 잘못”이라고 말했다. 다만 주 원내대표는 지난 18일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서 “(광화문 집회에) 많은 사람이 모여서 정권에 반대하고 정권을 비판했다는 그 메시지는 또 달리 봐야 할 거라고 본다”며 여운을 남겼다. 통합당의 고민이 엿보이는 대목이다.

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은 전광훈 사랑제일교회 목사가 지난 17일 오후 서울 성북구 사랑제일교회 사택을 나와 성북보건소 차량에 탑승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게다가 주 원내대표 역시 지난해 전 목사가 대표를 맡은 단체의 출정식에 참석하는 등 힘을 실어준 사실이 새삼 화제가 되면서, 전 목사의 정치적 존 재감을 키워준 것은 통합당의 책임이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통합당이 “전 목사와 아무 관계가 없다. 또 함께한 적도 없다. 말이 안 되는 걸 굳이 엮으려고 애쓰시는 게 안쓰러워 보일 뿐”이라고 한 논평을 두고 논란이 일어난 이유다.

진중권 동양대 전 교수는 지난 19일 SNS(소셜네트워크서비스)에 전 목사의 사랑제일교회를 비롯한 이른바 ‘기독교 반공주의’를 비판하며 “종교적 광신을 정치에 투사하는 사람들이라 앞으로 계속 사고 칠 거다. 저들과 놀아난 게 황교안 체제까지의 통합당이었고 그 대가를 지금 치르는 것”이라고 표현하기도 했다.

◇ 무릎 꿇은 김종인에 찬물 끼얹은 차명진

광화문 집회에는 전 목사뿐 아니라 홍문표 의원을 포함해 김문수, 김진태, 민경욱, 차명진 등 전·현직 의원들이 줄줄이 모습을 드러내면서 극우 세력과 ‘손절’해야 하는 것 아니냐는 목소리도 나왔다.

통합당은 황 전 대표가 태극기 보수의 지지를 얻었지만 중도보수층의 표심을 잃어 총선에 참패한 아픈 과거가 있다. 최근 호남에 구애하고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사태에 대국민 사과까지 검토하는 등 변화를 꾀하는 통합당이 또다시 선택의 기로에 놓인 셈이다.

이 가운데 김 위원장은 지난 19일 광주를 방문, 5·18 민주화운동에 대한 당의 소극적 대응과 일부 정치인의 막말에 대해 사죄했다. 무릎을 꿇고 울먹이는 모습까지 보인 김 위원장의 행보는 중도층 민심을 겨냥한 포석으로 읽혔다.

김종인 미래통합당 비상대책위원장이 지난 19일 오전 광주 북구 국립 5·18 민주묘지에서 무릎을 꿇고 참배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하지만 광화문 집회에 참석한 후 코로나19 양성 판정을 받은 차명진 전 의원이 SNS를 통해 “국가보위비상대책위원회(국보위) 전력이 창피하면 혼자 반성하면 되지 애먼 미통당(미래통합당)까지 도매급으로 끌고 들어가서 무릎 꿇고 질질 짜고 난리를 치나”라고 분통을 터뜨리면서 찬물을 끼얹었다. 차 전 의원은 총선 이튿날인 지난 4월 16일 이른바 ‘세월호 막말 논란’으로 자진 탈당해 통합당 당적엔 없는 상태다.

김 위원장이 효과를 본 중도화 전략을 계속 밀고 나가려면, 아무리 맹목적인 ‘콘크리트 지지층’이라 할지라도 극우 세력과 결별해야 하는 단적인 사례가 되기도 했다.

◇ “전광훈은 X맨”… 이참에 ‘손절’?

일단 통합당은 “방역 실패를 우리와 엮지 말라”며 정부와 여당에 역공을 펴고 있는 가운데, 당 일각에선 극우 세력과 빠른 손절을 요구하고 있다.

하태경 의원은 지난 21일 SNS(소셜네트워크서비스)에 “보수의 인적 풀도 이제는 교체되어야 한다. 코로나 국면에 좌우, 여야 따지는 낡은 이념세력은 이제 청산해야 한다”며 “썩은 피 내보내고 새 피를 수혈해야 보수도 더 건강해지고 우리 사회도 더 건강해진다”고 밝혔다.

통합당 서울 송파병 당협위원장인 김근식 경남대 교수도 같은 날 SNS를 통해 “전 목사는 통합당 당원이 아니다. 통합당의 미래는 극단적 태극기 세력과의 결별 여부에 달려있다”는 글을 남겼다.

김 교수는 이 글에서 “중도층과 상식적인 보수층은 태극기 집회의 행태에 결코 동의하지 못한다. 소수화될수록 극단화되는 전형적인 모습이 바로 전 목사와 그를 따르는 신도들”이라며 “결과적으로는 전 목사가 문재인 정부를 이롭게 하는 X맨 역할을 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어 “통합당이 내년 보궐선거 승리와 내후년 정권교체를 통해 대한민국을 바로 세우려면, 반드시 전 목사와 극단적인 태극기 세력과 결별해야 한다. 그 과정이 어렵고 힘들더라도 가야 한다”며 “정강정책 개정과 5·18 참회에 이어 극단적 태극기 세력과의 결별이 향후 통합당의 핵심과제가 되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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