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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 이승현 기자] 가습기살균제 ‘가습기메이트’ 제조사인 SK케미칼(현 SK디스커버리) 홍지호(69) 전 대표가 업무상 과실치사상 혐의로 구속됐다. SK케미칼 관계자가 이 혐의로 구속된 것은 처음이다.
18일 법원에 따르면 서울중앙지법 임민성 영장전담 부장판사는 전날 홍 전 대표 등 전직 임원 4명에 대한 구속 전 피의자심문(영장실질심사)을 한 뒤 홍 전 대표와 한모씨에 대한 구속영장을 발부했다. 조모씨와 이모씨 등 다른 2명은 구속하지 않았다.
임 부장판사는 홍 전 대표에 대해 “제품 출시 전후의 일련의 과정에서 피의자의 지위와 권한, 관련자 진술내역 등 현재까지 전체적인 수사경과 등에 비춰보면 증거인멸의 우려가 있다”며 구속 사유가 인정된다고 밝혔다. 홍 전 대표는 지난 2002년 SK케미칼이 가습기메이트를 출시할 당시 대표이사를 맡아 제조와 출시 과정을 총괄한 책임자다.
임 부장판사는 한씨 역시 증거인멸 우려가 있다고 판단했다. 그는 “제품의 개발 및 출시와 상품사업 인수, 재출시 과정에 이르기까지 일련의 과정에서 피의자의 지위 및 역할, 관련자들의 진술내역, 피의자가 수사에 임하는 태도, 현재까지 수사진행경과 등에 비춰 증거인멸의 우려가 있어 구속 사유와 그 상당성이 인정된다”고 설명했다.
임 부장판사는 다른 2명은 구속 사유가 인정되지 않는다고 했다.
앞서 서울중앙지검 형사2부(부장 권순정)는 홍 전 대표 등에 대해 업무상 과실치사상 혐의를 적용해 지난 15일 사전구속영장을 청구했다. 검찰은 이들이 가습기메이트의 원료물질(CMIT·MIT) 인체 유해성을 검증하고 안전성을 확인해야 하는 주의의무를 위반한 채 제품을 제조 및 판매해 소비자에게 피해를 줬다고 보고 있다.
검찰은 지난 1일 박철(53) SK케미칼 부사장을 증거인멸 혐의로 구속 기소한 이후 최고위 임원들의 업무상 과실치사상 혐의 입증에 주력해왔다. 최고 책임자였던 홍 전 대표가 구속되면서 제조업체인 SK케미칼은 이 사건에서 업무상 과실로 소비자를 죽게 하거나 상해를 입혔다는 혐의를 피하기 어렵게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