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 간부에 대한 매력을 떨어뜨리는 원인이 단순히 병장 월급 200만 원 인상으로 인한 급여 역전과 열악한 복무 여건 때문이라고 보는 것은 현상을 너무 단순화하는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이같은 재정적 지원 문제는 결국 군의 기저에 있어야 하는 군복에 대한 명예와 자부심으로 이어지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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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히 하사·중사·소위·중위 계급의 초급간부들은 교육훈련 외에 부하 지도와 부대 관리도 해야 한다. 병사들과 나이는 또래지만 간부라는 이유 때문에 책임감과 부담감은 엄청나다. 업무를 끝내고 녹초가 돼 돌아온 숙소는 형편없다. 졸린 눈을 비벼가며 당직근무를 서는데, 돌아오는 건 밥값을 빼고 고작 7000원이다. 기본적인 생활여건은 물론이고, 고생한 만큼 경제적으로 보상해 주어야 하는 당연함이 군에는 없다. 그런데도 상관에 대한 충성과 부대에 대한 헌신을 강요한다. 군복이 싫어지는 이유다. 이런 대우를 받으며 내가 왜 여기서 이걸 하고 있느냐는 생각이 들면 떠나는 것이다.
즉 현재 우리 군이 겪고 있는 문제의 근본 원인은 정체성 문제다. 힘들고 어렵다고 해서 무조건 군대를 떠나진 않는다. 내가 어떤 일을 하고 있는지 자각하고, 그 일을 하면서 보람을 느끼면 된다. 보상이 따라와야 앞으로 뭘 해야할 지 찾아 연구하고 실천한다. 그렇게 전문성이 생기는 것이다. 그러면 여기에서 자신의 미래 비전을 가꾸어 나갈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 것이다. 직업으로서 매력적인 군이 되는 것이다. 당연히 우수 자원들이 군을 찾게 될 것이다. 군대가 유능한 조직으로 탈바꿈하는 것이다.
국방부 부대관리훈령 15조에는 “나는 조국을 사랑하며 조국은 나를 보호하고 있음을 확신한다”는 문구가 있다. 전투에 임하는 군인의 자세와 포로가 됐을 때 행동해야 할 내용을 담은 ‘군진수칙’의 일부분이다. 이 문구가 우리 군의 정체성이 돼야 한다. 예산 한푼 두푼 더 주는 문제가 아니다. 국가와 우리 군을 사랑해 입대한 청춘들에게 조국이 나를 보호하고 있다는걸 증명하는 접근이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