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차 ‘파워팩’은 엔진과 변속기에 냉각장치를 통합한 핵심 구성품으로 ‘전차의 심장’으로 불린다. 군 당국은 K2 전차 개발 초기 외산 엔진과 변속기로 파워팩을 구성해 적용하는 것으로 2003년 전차 개발을 시작했다. 하지만 이후 파워팩까지 국산화해 완전한 국산 전차를 만들자는 계획에 따라 2005년 964억 원(엔진 488억+변속기 476억 원)을 들여 국산 파워팩을 만들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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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히 1500마력 파워팩 개발이 처음이다 보니 해외 전차 파워팩 수명 보장 기준인 9600㎞를 그대로 가져왔다. 9600㎞는 교체 수명을 의미하는 것인데, 무고장 연속 주행 거리로 규격을 만들었다. 무고장 7000㎞ 수준에서 중단된 변속기 내구도 평가는 이후 국방규격의 모호성과 외산과의 형평성 문제 등의 논란으로 이어졌다. 이에 K2 전차 2·3차 양산 사업에서도 국산 엔진과 독일제 변속기로 파워팩을 구성해 장착했다.
국산화 중단 이후 7년여 동안 변속기 제작사인 SNT다이내믹스는 성능 개량을 지속했다. 자동변속기 핵심 부품인 변속제어장치(TCU), 정유압조향장치(HSU), 변속장치, 유체감속기, 브레이크 등의 국산화에도 성공했다. 특히 자체 활로 모색으로 튀르키예 수출 성과도 냈다. HD현대인프라코어 엔진과 SNT다이내믹스 변속기 조합이 K2전차의 튀르키예 버전인 ‘알타이’ 전차에 먼저 탑재되는 것이다.
사실 변속기를 ‘단순 정비’도 없이 9600㎞ 무중단 가동한다는건 공학적으로 무리라는 견해가 지배적이었다. 게다가 그간의 품질개선으로 성능을 검증받아 수출길에도 올랐다. 이에 더해 업체 측은 정비 대체장비(MF장비) 추가 납품과 현장기술지원센터 설립을 약속했다고 한다. 품질보증 기간도 기본 3년에 1년을 더 해주는 것도 제안했다. 손해보는 장사가 아니라는 얘기다. K2 전차 탑재가 결정되면 폴란드 수출 전차에 독일제를 달지 않아도 된다. 제작업체 뿐만 아니라 협력사들의 일감 창출이 예상되는 대목이다. 당국의 대승적 결단이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