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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서 지난해 11월 30일 중국주류업협회가 중국 내 브랜디 업계를 대표해 ‘200L 이하 용기에 담긴 포도주를 증류해 얻은 증류주(브랜디)’에 대한 반덤핑 조사를 신청했다고 중국 상무부는 설명했다.
이번 조사는 길어지면 1년 6개월간 걸릴 전망이다. 중국 상무부는 “이번 조사는 2024년 1월 5일에 시작해 통상적으로 2025년 1월 5일 전에 마쳐야 하지만, 특수한 상황에서는 6개월 연장할 수 있다”고 밝혔다.
중국 상무부는 조사 대상 업체에 대해선 구체적으로 밝히지 않았다. 다만 포도주 증류를 통해 생산된 증류주로 한정했다는 점에서, 코냑 등 프랑스산 브랜디를 직접 겨냥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중국 세관 데이터에 따르면 중국은 작년 11월까지 15억7000만 달러 상당의 증류주를 수입했으며, 프랑스는 전체 EU 브랜디 수출의 99.8%를 차지하는 등 비중이 크다.
프랑스 코냑 산업 협회는 중국 당국에 전적으로 협조할 것이라고 밝혔지만, 이번 조사가 주류 시장보다는 더 광범위한 무역 분쟁과 관련이 있다고 보고 있다. 프랑스 코냑협회(BNIC)는 로이터에 보낸 성명을 통해 “우리는 우리의 제품과 상업적 관행이 중국 및 국제 규정을 완전히 준수하고 있다고 확신한다”고 말했다.
EU 위원회는 접수된 문서를 평가하고 있으며 관련 EU 산업계와 긴밀히 협력해 적절한 경우 조사에 개입하겠다고 밝혔다.
이번 조사를 두고 프랑스가 지난달부터 개편·시행 중인 전기차 보조금 대상에서 중국산이 배제된 데 따른 보복성 조처라는 해석이 제기된다. 프랑스는 전기차 생산과 운송에 이르는 전 과정에서 탄소 배출량, 즉 환경 점수를 따져 보조금을 지급하기로 정책을 바꿨으며 중국산은 보조금 지급 대상에서 제외했다.
작년 하반기 EU 행정부 격인 집행위원회가 중국산 전기차에 대한 반(反)보조금 조사에 착수한 이후 EU-중국 간 불편한 기류가 고착화한 가운데 양측 간 무역갈등이 더 심화할 것이란 전망도 제기된다.
숀 레인 중국 시장 조사 그룹의 설립자이자 전무이사는 로이터에 “중국의 움직임은 유럽에서도 유럽의 보호무역주의 확산에 맞서 강경 대응을 할 수 있다는 것을 유럽에 알리기 위한 신호탄”이라며 “유럽 브랜드에 대한 중국의 조치는 지난해 9월 중국의 전기 자동차 수입에 대한 EU의 보조금 조사에 대한 ‘반격’”이라고 말했다.
유럽의 주요 싱크탱크인 메르카토르 중국 연구소의 맥스 젠글라인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중국이 EU과 비슷한 각본을 따르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그는 “이것은 매우 표적화된 첫 번째 대응이며, EU에 조심스럽게 접근하라는 경고의 역할을 하는 것이 목표”라며 “중국은 자국 경제에 대한 피해를 제한하면서 경제적 압력을 가하는 데 있어 잘 정립된 패턴을 따르고 있다”고 말했다.
이러한 소식이 전해지자 프랑스 증류주 회사들의 주가가 출렁였다. 레미 쿠앵트로의 주가는 11% 이상 하락해 2020년 초 이후 최저치를 기록했다. 그룹 매출의 10%를 중국에서 내는 페르노리카의 주가도 4.8% 하락했다. 중국 시장 진출을 확대하기 위해 프랑스 코냑 브랜드 쿠르부아지에를 인수한 이탈리아의 캄파리도 2% 하락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