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증권사 대표 출신 경제전문가인 홍 의원은 정계은퇴 사유에 대해 “정치를 했던 분들과 안 했던 분들이 정치를 바라보는 시각 차가 크다”며 “정치권에 적응하기 어려웠다”고 했다. 소방관 출신인 오 의원도 “극단의 갈등 속에서 서로를 적으로 규정하고 배척하는 이들 속에서 이를 해결할 정치적 역량을 제 안에서 찾지 못했다”고 정계은퇴 이유를 털어놨다. 자신들이 가진 전문성과 시대의식으로 정치권에 들어와 세상을 바꿔보려 했지만 정치권의 한계에 부딪혀 이를 펼치기 어려웠다 얘기다.
이런 정치권 밖의 인재들을 수용하기 위해 바뀌어야 할 정치문화를 꼽으라면 단연 다양성, 다름을 인정하지 않는 분위기다. 현재의 정국 상황을 보자. 거대양당은 아예 상종도 하지 않는다. 대통령과 야당 대표, 여야 대표가 제대로 만나 국정을 함께 논의하는 모습은 단 한번도 연출되지 않았다. 양당은 서로를 악마화하며 다른 점을 찾기에 급급하다. 예전처럼 다름 속에서 공통점을 찾는 대화의 타협의 정신은 사라진 지 오래다.
그것 뿐인가. 같은 당 안에서도 계파색을 놓고 편 가르기를 하는 일도 비일비재하다. 팬덤층 역시 자신의 뜻과 맞지 않으면 피아식별 없이 무차별 공격한다.
다양성, 다름을 인정하지 않는데 어떻게 각계각층의 전문성을 갖춘 인재를 영입해 그들의 목소리를 정치에 반영할 수 있을까. 그러니 정치권에 발을 들였던 인사들이 제풀에 지쳐 뛰쳐나가는 것이다. 이는 마치 3급수에 1급수에 사는 물고기를 계속 넣는 것과 같다. 정치권은 오영환·홍성국 의원이 정계은퇴한 이유를 곱씹어봐야 한다.
정치권이 다양성을 인정하기 위해선 연동형 비례제를 유지하는 것이 급선무다. 2019년 민주당이 당시 야당이었던 자유한국당과의 폭력사태까지 감수하면서 쟁취해 냈던 것이 연동형 비례제다. 이 제도의 핵심은 국민의 지지율만큼 의석수를 가져가게 해 다양한 목소리를 내는 정당이 출연하게 하겠다는 것이었다. 이것이 시대정신이란 게 당시 민주당 의원들의 주장이었다.
민주당은 당리당략만 생각해 역사를 되돌리는 과오를 범하지 말아야 한다. 국민의힘은 기득권에 연연해 역사의 수레바퀴를 붙잡고만 있는 구태를 벗어야 한다.
선거 때가 되면 물갈이가 유행한다. 이번 물갈이는 사람만 바꾸는 것이 아닌 정치 문화를 바꾸는 일이 되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