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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연합 그린딜을 비롯해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자총회(COP26) 등에서도 기후변화 논의에서 순환경제와 탈플라스틱 논의가 부분적으로 확대하고 있는 이유다. 순환성을 위한 제품 설계, 폐기물 회수·재사용, 저탄소 대체재 개발 등을 통해서다. WARM 모형에서 페트 재사용(Reuse)은 -2tCO2eq(이산화탄소 환산량), 재활용(Recycle)은 -1.02tCO2eq의 감축효과가 발생하는 것으로 평가한다.
이에 지난 21일 모습을 드러낸 윤석열 정부표 ‘탄소중립녹색성장 기본계획 정부안’을 순환경제 이행 측면에서 평가하고 나아갈 방향을 전문가와 관련 기존연구 등을 통해 짚어봤다.
◇‘바이오 납사’ 원료 부족으로 완화해준 탄녹위
윤석열 정부 탄소중립 청사진에는 순환경제 활용 방안이 논의에서 크게 두드러지지 않았다. 정부 공청회 지정 토론에서도 폐기물 및 순환경제 전문가는 제외돼 관련 논의는 다소 소외된 양상이다.
‘2050탄소중립·녹색성장위원회’는 2030 국가온실가스감축(NDC) 로드맵을 발표하면서 석유화학업계에 대해 ‘바이오 납사’ 원료 부족을 이유로 부담을 줄이면서, 플라스틱 문제 해결의 주요 축인 순환경제 활성화는 주요 감축수단 중 하나로 보지 않은 것으로 평가된다.
이는 산업부가 바이오 납사를 석유화학업계 온실가스 감축의 근본대안으로 판단하고 있기 때문에 나온 결론이다. 산업부 관계자는 이데일리와의 전화통화에서 “직전 NDC 이행안 발표에서도 석유화학업계 감축부담의 9할은 바이오 납사를 통해 해결가능하다고 설정하고 있다”며 이를 근본대안이라고 강조했다.
납사(나프타)는 각종 화학섬유나 플라스틱의 원재료가 되는 물질이다. 석유 기반 납사의 대체 원료로 대두유, 팜유, 폐식용유 등을 활용해서 만들어진 바이오 납사는 온실가스 저감실적으로 인정된다.
그러나 바이오 매스 기반 플라스틱이 온실가스 저감 핵심 대책이라고 보는 시각에는 회의론도 만만찮다. 바이오 기반 플라스틱은 옥수수, 사탕무 또는 감자 전분과 같은 바이오 매스 등으로 만든 플라스틱이다. 최종 플라스틱의 물성을 확보하기 위한 화학물질의 독성 논란과 농업단계에서 생성되는 배출량이 일회용 플라스틱보다 더 많을 수 있다는 연구도 있다.
유럽의 정책 입안자들 사이에서도 속도조절론은 나왔다. 독일 연방환경청(UBA)은 2012년 “이산화탄소 배출량과 석유소비는 낮지만, 비료 사용을 통해 다른 환경 영역에서 더 큰 부담을 준다”며 “물의 부영양화와 토양의 산성화가 일반적인 플라스틱 생산보다 훨씬 더 커 우월한 수단은 아니다”라는 연구 결과를 발표한 후, 2017년 ‘바이오 플라스틱에 대한 UBA의 입장’을 통해서도 “명확한 생태학적 이점은 평가할 수 없다(no clear ecological advantageousness can be assessed)”고 언급했다.
이 외에 원료 부족, 높은 비용 등의 문제 등으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도 바이오 플라스틱 점유율이 큰 폭 성장할 것이라고 보지 않는다. OECD가 지난해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바이오 플라스틱은 2019년 200만t에서 2060년 600만t으로 증가할 것으로 전망되나, 전체 플라스틱 시장에서 차지하는 비율은 0.5%에 불과하다.
특히 당장은 100% 바이오 기반 플라스틱으로 대체가 거의 불가능한 상황에서 2030년 감축 경로상에 바이오 납사를 이유로 부담을 줄인 것은 문제가 있단 지적이다. 박상우 저탄소자원순환연구소 소장은 “석유로부터의 탈출 수단으로 바이오는 30~40년 이후 먼 훗날의 이야기이며, 이마저도 근본 대안은 아니다”라며 “2030년 석유화학업계의 감축의무를 완화해주는데 바이오 납사 원료 부족을 원인으로 꼽는 것은 현실적으로 맞지 않는 이야기”라고 말했다.
기업들 스스로 자원순환을 위한 재생원료 인프라 투자 확대와 액션플랜을 수립하고 있는 것과 동떨어진 진단도 나온다. 석유화학사 관계자는 “하나의 대안을 절대적으로 수단으로 보지 않는다. 모든 수단을 동원해도 탄소중립은 어려운 과제”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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폐기물 부문에서 발생하는 온실가스를 2018년 대비 46.8% 감축한다면서 내놓은 환경부 주도 세부 이행 계획에서는 새로운 것이 없었다. △자원효율등급제 도입 △공공책임수거제 강화 △일회용품 감량 △폐패널·폐배터리 등 고부가가치 재활용 확대 등 기존에 수없이 나온 대책의 재탕이다.
특히 공동주택 재활용 폐기물을 지자체가 직접 수거하는 공공책임수거제도는 온실가스 감축과 연관성을 찾기 힘들다. 아파트와 수거 업체간 계약의 중간 관리자로 지자체가 개입해 책임을 강화하기 위한 논의가 진행 중인데, 수거거부 사태 재발을 막을 순 있겠으나, 기존의 수거 체계는 그대로 유지된다. 세부 이행 대책의 부실함이 드러나는 대목이다.
우리 정부는 2018년 5월 ‘재활용 폐기물 종합대책’을 시작으로 탈플라스틱 대책을 거의 1년마다 내놨다. 그러나 이행 성과는 반대의 길을 걸어왔다. 코로나19로 인한 배달수요 증가 등으로 플라스틱 사용량은 늘었다. 재활용률은 플라스틱의 발생과 재활용에 이르는 통계시스템이 구축되어 있지 않아 목표관리도 이뤄지지 않고 있다.
그린피스와 장용철 충남대 교수 연구팀이 최근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2021년 플라스틱 폐기물 발생량은 코로나19 팬데믹 이전인 2019년에 비해 17.7%가 증가했다. 특히 배달음식 포장재를 포함하는 ‘기타 폐합성수지류’는 이 기간 80.6% 폭증했다.
또 연구팀의 물질흐름분석 수행 결과 국내 물질 재활용률은 약간 증가한 약 27%이며, 생활계 폐기물의 물질 재활용률은 여전히 낮은 약 16.4%에 불과했다. 환경부가 발표한 2021년 우리나라 플라스틱 폐기물의 재활용률(발생량 대비 재활용량 비율)은 73%(생활계 폐기물 재활용률은 약 57%)와 큰 차이가 있다. 여기엔 OECD 여타 국가는 배제하고 있는 열적 재활용(연료화)이 포함됐으며, 재활용 분리수거 집계치다. 실질 재활용률은 파악되지 않는다. 순환이용률(실질 재활용률)은 일부 개별 사업장 통계만 산출하고 국가통계는 집계하지 않는다. 성과 지표 개선 논의는 수년째 그대로다. 성과관리가 이뤄지지 않는 목표의 남발은 공염불을 외는 격일 뿐이다.
지금처럼 무분별하게 플라스틱을 사용하고 폐기할 경우, 2030년에는 2020년 발생량의 1.5배나 많은 폐기물이 국내에 발생할 것으로 장 연구팀은 예측했다. OECD는 세계 플라스틱 폐기물이 2060년에는 2019년 대비 약 3배에 달할 것으로 전망했다. 또 바다로 흘러 들어갈 플라스틱 쓰레기도 2019년에 비해 3배에 증가하고, 플라스틱의 전 생애주기에서 발생하는 온실가스의 양도 2019년에 비해 2배 이상이 될 것으로 전망했다.
그는 이어 “폐기물 온실가스 감축은 절대적 비중을 차지하는 플라스틱을 중심으로, 플라스틱의 생애 전 과정에 걸쳐 논의가 이뤄져야 한다”면서 “그러나 산업부와 환경부는 서로 떠넘기기에 급급해 핵심 대책이 나오지 않고 있다. 플라스틱 온실가스 저감 대책 수립을 위해 부처 칸막이를 뛰어넘는 거버넌스 체계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