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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 판매사와 소비자는 고통을 분담하고 있다. 판매사인 한전은 지난해 무려 32조6000억원의 역대 최대 적자를 내며 뼈를 깍는 고강도 쇄신에 돌입했다. 1년 가까이 발전 원가의 절반밖에 안 되는 가격으로 전기를 공급한 결과다. 소비자인 기업·가정도 지난 1년간 30% 전후 오른 전기·가스요금으로 고통받고 있다. 난방비 폭탄에 이어 다가올 냉방비 폭탄 걱정에 전전긍긍하고 있다.
이 와중에 민간발전소만 손실을 볼 수 없다는 건 이기적인 생각이다. 물론 민간 발전사가 국내 전력공급의 20%를 분담하는 등 국가 에너지 공급 체계에 큰 역할을 해왔다는 건 모르는 바 아니다. 특히 태양광·풍력발전 사업자들은 힘든 여건 속에서도 정부의 탄소중립 목표 달성을 돕고 있다. 하지만 지금은 1970~1980년대 석유파동 수준의 국제 에너지 위기 상황이다. 대승적 차원에서 고통 분담이 절실한 시점이다.
정부도 눈치보지 말고 과감하게 SMP 재연장을 결정해야 한다. SMP 상한제는 지난해 12월 유례없는 위기 상황에서 1년 한시(이후 일몰 폐지)로 도입한 제도다. 물가 우려를 이유로 요금 현실화를 늦추기로 한 마당에 업계 반발을 이유로 고통 분담까지 추진하지 않는다면 그건 직무유기다. 산업통상자원부는 2021년 연료비 연동제를 도입해놓고도 이를 제대로 활용하지 않은 결과가 이번 겨울 난방비 폭탄의 빌미가 됐다는 걸 잊어선 안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