X

美, 사상 첫 對中 반도체 수출 통제…삼성·SK 영향은(종합)

김정남 기자I 2022.10.08 05:58:23

미 정부, 반도체장비 수출 통제 조치 발표
18nm 이하 D램, 128단 이상 낸드 등 대상
삼성·SK 등 외국 기업, 미 정부 개별 심사
"별도 심사 따른 사업 지연 등 악재 불가피"

[뉴욕=이데일리 김정남 특파원] 미국이 중국 반도체 생산업체에 미국산 첨단 반도체 장비의 판매를 사실상 금지하기로 했다. 중국의 반도체 개별 기업이 아닌 기술 등을 포괄적으로 규제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에 중국은 강하게 반발하고 있어, 미중 갈등이 더 격화할 가능성이 크다.

관심이 모아지는 것은 한국에 대한 여파다. 앞으로 삼성전자(005930)SK하이닉스(000660)가 중국에서 운영하는 공장은 미국에서 장비를 들여오려면 미국 정부의 개별 허가를 받아야 한다. 이에 따른 사업 지연 등 간접 여파는 피하기 어려워 보인다.

◇미, 사상 첫 중 반도체 수출 통제

미국 상무부는 7일(현지시간) 이같은 내용을 골자로 하는 수출 통제를 발표하면서 “이번 조치는 중국이 슈퍼컴퓨터와 첨단 반도체를 개발·유지하는 능력을 제한할 것”이라고 밝혔다. 상무부는 또 “중국은 (반도체 기술과 관련한) 이 능력을 대량살상무기(WMD)를 비롯한 첨단 무기 생산, 인권 유린 등에 사용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번 조치의 핵심은 미국 기업이 중국 반도체 생산업체에게 첨단 반도체 장비를 수출 판매할 때 별도의 허가를 받도록 하는 것이다. △18nm(나노미터·10억분의 1m) 이하 D램 △128단 이상 낸드플래시 △14nm 이하 로직칩 등을 중국 내에서 생산하는 경우 수출 허가를 받아야 한다. 생산 시설이 중국 기업 소유라면 ‘거부 추정 원칙’(presumption of denial)을 적용해 수출을 사실상 전면 통제한다. 미국이 중국 반도체 산업과 관련해 개별 기업이 아니라 기술과 장비 등을 포괄적으로 규제한 것은 전례를 찾을 수 없는 정책이다.

상무부는 이미 올해 초 미국 반도체 장비업체인 KLA, 램 리서치, 어플라이드 머티어리얼즈 등에 이런 조치를 취할 것임을 통보했다.

상무부는 아울러 첨단 컴퓨팅 반도체칩, 슈퍼컴퓨터용 반도체 등에 수출 통제를 하기로 했다. 고성능 인공지능(AI) 학습용칩 등이 그 대상이다. 미국 정부는 지난 8월 엔비디아와 AMD에 허가 없이 AI 반도체를 중국에 보내지 말라고 했다.

이번 규제 조치는 예상보다 구체적이고 강도가 세다는 평가가 나온다. 현재 중국 기업이 제조할 수 있는 최고 수준으로 알려진 18nm 이하 D램과 128단 이상 낸드플래시 등을 특정한 것은 초기에 중국의 반도체 굴기를 차단하겠다는 의지로 풀이된다. 테아 로즈먼 켄들러 상무부 차관보는 “이번 정책을 통해 미국 국가 안보와 외교 이익을 보호할 것”이라고 말했다.

◇삼성·SK, 사업 지연 등 악재 우려

관심이 모아지는 것은 한국 기업에 대한 영향이다. 미국 정부는 한국 같은 외국 기업은 개별 심사를 한 후 중국 수출 여부를 결정하기로 했다. 이를테면 삼성전자는 중국 시안 낸드플래시 생산공장과 쑤저우 테스트·패키징(후공정) 공장을, SK하이닉스는 우시 D램 생산공장, 다롄 낸드플래시 생산공장, 충칭 후공정 공장을 각각 가동하고 있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중국 공장이 미국에서 첨단 장비를 들여오려면 미국 정부 승인을 받아야 하는 것이다. 로이터는 “외국 기업에 대한 장비 수출은 허가할 가능성이 높다”고 전했다.

한국 기업들은 중국에서 최첨단 반도체를 생산하고 있지 않다. 이 때문에 이번 규제의 여파는 크지 않을 것이라는 게 중론이다. 그러나 별도 심사 자체가 생기는 것은 길게는 1년 이상 제품 수출이 늦어질 수 있다는 등의 악재는 있을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이에 중국은 강하게 반발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류펑위 주미 중국대사관 대변인은 “미국의 행동은 순전한 과학기술 패권주의”라며 “미국은 중국을 비롯한 개도국의 발전을 억제하고 막기 위해 기술력을 사용하고 있다”고 했다.

중국 장쑤성 우시에 있는 SK하이닉스 메모리반도체 생산공장. (사진=SK하이닉스)


주요 뉴스

ⓒ종합 경제정보 미디어 이데일리 - 상업적 무단전재 &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