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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창양 후보자, 연구연가 중 사외이사로 돈 벌고 해외여행 다녀

김형욱 기자I 2022.05.08 08:12:57

2019년 연구연가 때 LGD 사외이사 맡아…美·中 여행 다녀
후보자측 "연구연가와 사외이사 무관…여행 규정 따른 것"
9일 청문회…잦은 사외이사·대외활동 수익 축소신고 쟁점
탈원전정책 및 통상업무 이관여부 등 정책 공방 치열할 듯

[이데일리 김형욱 기자] 이창양 산업통상자원부 장관 후보자가 한국과학기술원(카이스트) 교수 재직 중 연구연가(연구 목적의 유급휴가)를 내고 여행을 다니거나 기업 사외이사를 맡는 등 연구에 소홀하며 제도 취지를 훼손했다는 지적이 나왔다. 이 후보자 측은 연구연가를 규정에 맞게 사용했다는 입장이다.

이창양 산업통상자원부 장관 후보자. (사진=대통령직인수위원회)
◇사외이사 하려고 연구연가?…후보자 측 “전혀 무관”

6일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산중위) 양이원영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카이스트로부터 제출 받은 자료를 보면 이 후보자는 카이스트 교수 재직 기간 2004~2005년과 2019~2020년 두 차례에 걸쳐 1년씩 연구연가를 썼다. 카이스트는 4년 이상 근속한 전임직 교원을 대상으로 8년 단위로 1년 연구연가를 신청할 수 있다. 카이스트의 교육·연구발전에 기여하거나 학술저서·강의교재 개발 등을 전제로 부여하는 유급 휴가다.

그는 첫 연구연가 땐 연구개발 투자 생산성과 관련한 연구 활동을 통해 2건의 논문을 발표했다. 그러나 두 번째 연구연가 때에는 논문 발표 건수가 1건으로 줄었고, 그 외 연구 실적이나 대외 활동은 확인되지 않았다. 이 기간 중 미국(15일), 중국(3일)에 여행도 다녀왔다. 두 번째 연구연가 개시와 함께 LG디스플레이 사외이사를 맡아 최근까지 보직을 유지했다. LG디스플레이는 사외이사 1인당 평균 7800만~9000만원의 보수를 지급했다.

이 후보자의 기업 사외이사 이력은 앞서 이해상충 논란도 있었다. 이 후보자는 카이스트 교수 재직 기간 13년에 걸쳐 도카이카본코리아(TCK)와 SK하이닉스, LG디스플레이에서 사외이사를 맡아 총 8억원의 보수를 받은 것으로 추정된다. 이 같은 사외이사 경력은 산업 현장을 잘 이해할 수 있다는 긍정적 시각도 있지만, 정책 수립 과정에서 이해상충의 여지가 있다며 부정적으로 보는 시각이 더 많다.

이 후보자 측은 연구연가와 사외이사와는 무관하다고 설명했다. 이 후보자 측은 “연구연가 사용과 사외이사 선임은 전혀 관련이 없다”며 “2005~2006년 연구연가 사용 이후 연구로 바빠 계속 이를 사용하지 못하다가 2019년에 한 번 더 쓴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2019년 5월과 8월의 출국 이력도 정상적인 휴가 목적”이라며 “절차상 문제가 없다”고 부연했다.

사외이사 이해충돌 우려에 대해서도 이 후보자는 앞서 “사외이사와 장관직 수행은 전혀 별개”라며 “경영대 교수가 기업 경영을 아는 것은 교육과 연구에 많은 도움이 된다”고 설명한 바 있다.

이창양 산업통상자원부 장관 후보자가 지난 4월11일 서울 종로구 삼청동 대통령직인수위원회에서 나오는 모습. (사진=인수위사진기자단)
◇9일 국회 청문회…민주당, 가족 포함 도덕성 검증 예고

국회 산중위는 오는 9일 오전 10시 반부터 이 후보자에 대한 청문회를 연다. 야당이 된 더불어민주당 의원을 중심으로 그의 도덕성과 정책과 관련해 ‘송곳 검증’을 예고한 상태다.

이 후보자는 연구연가 사례처럼 산업부·카이스트 재직 중 사익 추구를 위해 관련 제도 취지를 훼손했다는 의혹을 받아 왔다. 그는 상공부(현 산업부) 재직(1986~1999년) 시절 국비 지원 유학을 포함해 총 3년4개월 동안 미국 하버드대 대학원에서 석·박사를 수료하고 산업부로 복직한 지 5개월 만에 카이스트 교수로 자리를 옮겼다.

학업을 이유로 6개월의 훈련과 실습 후 전역하는 석사장교(특수전문요원)로 병역의무를 마치고, 곧바로 상공부에 복귀한 것 역시 비슷한 문제 제기가 있다. 그밖에 카이스트 재직 중 대외활동 수익을 카이스트에 축소 신고하고, 최장 5년으로 규정된 카이스트 서울 사택에서 16년 동안 거주하며 특혜를 받았다는 의혹도 있다.

장관 후보자 지명 이후 2010년 기고했던 칼럼 ‘출산 기피 부담금’이 논란이 되자 개인 블로그 ‘이창양 교수의 경제산책’의 글을 지우고 블로그를 폐쇄한 것 역시 논란거리다. 과거 칼럼에 논란이 일자 평소 성향을 드러낼 수 있는 글을 모두 지우며 인사 검증을 회피하려 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본인의 정책 및 의혹 외에 가족 관련 검증이 추가로 이뤄질 가능성도 있다. 민주당 측에선 이 후보자가 10~20년치 자료 요구에 5년치만 제공하거나 가족 관련 개인정보 제공에 동의하지 않는다는 점을 지적하고 있다. 양이원영 의원은 “이 후보자는 본인과 가족에 대한 의혹이 끊임없이 제기되고 있음에도 검증에 불성실한 자세로 임하는 중”이라며 “인사청문회를 통해 자신이 충분한 능력과 도덕성, 자질을 갖추고 있음을 국민에게 납득시키길 바란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 이 후보자 측은 “가족 사생활 관련 자료 요청은 개인정보보호 차원에서 적절한 수준으로 제공하고 있다”고 해명했다.

폐쇄된 이창양 산업통상자원부 장관 후보자 개인 블로그 ‘이창양 교수의 경제산책’ 초기화면. (그림=이동주의원실)
◇탈(脫) 탈원전 정책 등 정책 분야 여야 공방도 치열할듯

탈(脫) 탈원전 등 산업정책과 관련한 치열한 여야 공방도 예상된다. 앞서 이 후보자는 국회에 제출한 서면답변을 통해 “원자력을 기저발전원으로 삼고 재생에너지, 액화천연가스(LNG) 등 각종 에너지원과 합리적인 구성을 마련해야 한다”고 밝혔다. 또 외교부의 통상업무 이관 추진과 관련해선 “최근 통상환경이 산업과 기술, 에너지 등 실물과 밀접히 얽힌 형태로 변화하는 상황을 고려해야 한다”며 산업부 존치 필요성을 강조했다.

한편 이창양 후보자는 1985년 29회 행정고시 수석 합격 후 1999년까지 14년 동안 산업부에 몸담았다가 2000년부터 22년째 카이스트 경영공학부 교수로 재직 중인 산업 관료 출신 기술혁신경제학자다. 올 3월 대통령직 인수위원회 경제2분과 간사로 합류해 새 정부 산업·통상·자원 정책 수립을 주도했고, 지난달 초 윤석열 정부 초대 산업부 장관 후보자로 지명됐다. 한덕수 총리 후보자와는 산업부 선후배로 손발을 맞춘 경험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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