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인이니까, 어쩔 수 없다고 생각해요" - 김수연(17·여)
"그 글 보고 (마음이) 열 발짝 멀어졌어요" - 윤수빈(27·여)
지난 1일 중국 출신 아이돌들이 공산당 창당 100주년 기념글을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올려 논란이 됐다.
그룹 NCT(엔시티)의 천러와 런쥔, 세븐틴의 디에잇, 준 등은 중국 최대 SNS인 '웨이보'에 공산당 창당 100주년을 축하하는 글을 올렸다. 엔시티의 중국 활동 유닛인 'Way V'는 그룹 공식 SNS 계정에도 공산당 창당 100주년 기념글을 올렸다.
이를 본 누리꾼들 사이에서는 갑론을박이 벌어지고 있다.
SNS와 인터넷 커뮤니티에는 '공산당 100주년 기념글 올린 중국아이돌들'이라는 내용으로 아이돌들 명단이 올라왔다. 게시글에는 “이런 글 올릴거면 너네 나라로 돌아가라” “한국에서 활동할거면 한국 눈치도 봐야한다” 등의 댓글이 달렸다.
"소속사가 해명하라"... 총공세
특히 적극적으로 불만을 나타내는 누리꾼들도 있다. 엔시티와 세븐틴 팬들은 집단적으로 소속사에 해명을 요구하는 일명 '총공'('총 공격'의 준말)까지 진행했다.
모 그룹의 총공에 참여한 20세 여성 박모씨는 "한국에서 활동하면서 공산당 창립 100주년을 축하하는 글을 올리는 행위는 잘못됐다고 생각한다"며 "앞으로는 SNS에 정치적인 글을 올리지 않았으면 하는 바람이다"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해당 멤버를 배척하기 위해 해명을 요구하는게 아니라, 초기에 (논란을) 잠재우지 못하면 그룹 전체에 피해가 갈까봐 걱정"이라고 말했다.
역시 논란이 된 아이돌 그룹의 팬인 이예슬(22·여)씨도 같은 입장이다.
이씨는 "매우 잘못된 행동이고 하루빨리 게시글을 삭제해야 한다"며 "가장 큰 문제는 아이돌 팬들의 주 연령대가 어려서, 역사 교육을 제대로 받기 전에 문화공정 등 중국의 동북공정에 영향을 받을 수 있다는 점이다"라고 강조했다.
32세 여성 김모씨는 팬들 역시 문제라고 지적했다. 김씨는 "유명인이 그런 글을 눈치도 보지 않고 올릴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준 팬덤 문화에 문제가 있다"고 말했다.
반면 이해할 수 있다는 입장도 있다.
김수연(17·여)씨는 "이미지가 중요한 연예인들이 굳이 (축하) 글을 올린 데에는 중국인이니까 어쩔 수 없는 측면도 있다"며 "이런 글이 문제가 되지 않으려면 소속사 차원의 관리가 필요하다"고 방법을 제시했다.
익명을 요구한 20세 여성은 "우리나라 대중들이 '어쩔 수 없으니 이해해야 한다'고 생각하는 것은 아니다"라면서도 "아이돌은 소속된 회사 내외부의 복잡한 이해관계와 (아이돌 활동 이후) 이어질 중국에서 삶 등의 맥락이 있다"고 했다. 이어 "그것을 고려하지 않고 무작정 (논란이 된 아이돌) 개인에게 해명을 요구하는 것이 답답하다"고 말했다.
한·중 갈등에 '등 터지는' 아이돌
아이돌을 통해 한국과 중국 간의 갈등이 드러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지난 해 10월에는 방탄소년단(BTS)이 한미 관계 발전에 기여한 공로로 '밴 플리트상'을 수상하며 한국전쟁 70주년을 언급한 데 중국 누리꾼들이 격양된 반응을 보였다.
지난 2014년에는 그룹 EXO(엑소) 출신의 루한, 타오, 크리스가 계약 기간이 남아있음에도 불구하고 소속사 SM을 상대로 전속계약 무효 소송을 제기했다. 법원의 화해 권고 결정으로 마무리 됐으나, 당시 누리꾼 사이에서는 중국 출신 멤버에 대한 불신과 우려가 확산됐다.
이후 그룹 우조소녀의 성소, 그룹 프리스틴의 주결경 등도 한국에서 자취를 감추고 중국 활동에 매진하고 있다.
한편 중국 출신 아이돌들의 '공산당 창당 100주년 기념 축하'글 외에도 일부 연예인은 개인 SNS에 '항미원조 동조', '신장 목화 지지', '홍콩 경찰 지지' 등의 글을 올려 논란이 된 바 있다.
지난 6월에는 "항미원조를 지지한 ** **, 그 외 중국인 아이돌의 한국 활동을 막아주세요"라는 글이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올라왔다.
청원인은 "우리나라 기획사들의 자본으로 양성한 중국인 아이돌들이 계약을 위반하고 중국으로 돌아가 항미원조 및 동북공정 게시물을 올리고 있다"며 "왜 우리나라의 자본과 영향력으로 세계적인 동북공정 중국인 스타를 만들어주어야 하나요?"라고 썼다.
이 청원은 1만 4536명의 동의를 받고 지난 7일 종료됐다.
전문가 "한국과 중국이 서로 이해하려는 노력 필요해"
연예인을 통해 터져나오는 양국 간 갈등은 장기적으로 관계 악화에 영향을 미칠 수 있어 문제가 된다고 전문가는 강조했다.
강준영 한국외대 국제대학원 중국학과 교수는 "시진핑 집권 이후 강화된 애국주의 교육을 받은 세대가 지금의 아이돌 세대들"이라며 "이 세대는 자국에 대한 자부심이 높고 성과를 과시하려는 특징이 있어 SNS 에 글을 올리는 것일 수 있다"고 진단했다.
강 교수는 "연예기획사에서 애초에 중국인 멤버를 끼워넣는 것은 중국시장을 겨냥하기 위한 것"이라며 "중국시장에서 지지를 받고자 하면 이런 글을 올리는 것이 중요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청년층에서 양국간 갈등이 커지는 것이 우려된다"며 "서로의 주장만 할 것이 아니라 양국 청년들의 주장이 나오게 된 배경을 서로 이해하고 고쳐나가려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스냅타임 이수빈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