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유현욱 기자] 저축은행업계가 대출모집인 1사 전속주의에서 1지주사 전속주의로 규제를 완화해달라는 요구를 공식 제기해 금융당국이 검토에 나선다. 대출모집인 1사 전속주의 전면 폐지로부터 한발 물러나 이 같은 주장을 펼치는 건 금융권을 통틀어 이번이 처음이다. 1지주사 전속주의가 현실화하면 금융사는 모집비용, 마케팅비용을 줄여 이를 소비자들에게 돌려줄 수 있는 만큼 실현 가능성에 귀추가 주목된다.
7일 금융권에 따르면 한 금융지주회사 산하 저축은행 대표는 최근 윤석헌 금융감독원장과의 오찬 간담회에서 “소비자 선택권 제고에 도움이 될 것”이라며 업계를 대표해 이같이 건의했다. 금감원 실무진은 해당 저축은행에 전화를 걸어 구체적인 내용을 청취하기도 했다. 이어 저축은행중앙회는 지난 2월 금융위원회에도 ‘대출모집인이 하나의 금융사에 매여 있어 야기되는 비효율이 과도하다’며 1지주사 전속주의를 대안으로 서면 건의했다.
예컨대 A지주사 계열 은행, 카드사, 리스할부금융사, 저축은행이 대출모집법인 또는 대출모집인과 공동 위탁계약을 맺고 각 계열사 대출상품을 금리나 한도 순으로 일목요연하게 비교할 수 있게 하는 방식이다. 이를 통해 계열사별로 중복으로 투입되는 모집비를 줄이되 대출모집인에 대한 교육은 강화하겠다는 것이다. 저축은행은 다른 업권보다 영업망이 부족해 대출모집인에 대한 의존도가 높은 편이다. 이 때문에 모집비가 고스란히 대출금리에 반영돼 고금리가 적용될 수밖에 없는 구조였다.
대출모집인 제도 모범규준은 지난 2010년 제정됐다. 대출모집인이 여러 회사 상품 가운데 중개 수수료를 많이 주는 것을 추천하는 문제를 막기 위해서였다. 이후 일부 개정이 있었지만 ‘대출모집법인의 주주·경영진 등은 다른 대출모집법인을 설립하거나 임원 등이 될 수 없도록 한다(2017년 9월)’는 둥 규제 강화 일변도였다.
하지만 핀테크업체의 등장으로 지나치게 깐깐한 대출모집인 제도를 손볼 때가 됐다는 분위기가 형성됐다. 금융당국은 온라인 대출 간편 조회·신청 서비스를 제공하는 5개 업체에 대출모집인 1사 전속주의 규제 특례를 인정하고 필요시 이를 폐지하겠다는 입장이다. 실제로 권대영 금융위 금융혁신기획단장은 지난 2일 정례회의 직후 ‘혁신금융서비스 운영사항을 봐가며 추후에 일사 전속(주의) 규제 완화를 검토하겠다’는 최종구 금융위원장의 발언을 전했다.
이는 저축은행업계가 1사 전속주의 폐지에서 1지주사 전속주의 도입으로 수위를 조절한 배경이다. 금융지주사에 속하지 않은 일부 저축은행 역시 ‘둑이 무너지듯 점차 대출모집인에 대한 규제를 풀어주리라’는 기대에서 금융지주사에 속한 저축은행과 한목소리를 냈다는 해석이 나온다.
더군다나 금융지주사는 지난 2011~2012년 부실 저축은행을 떠안아 부실을 털어내고 ‘옥동자’로 키웠다. 은행 출신이 적잖아 건전성 관리나 컨플라이언스에 있어 높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규제 완화의 테스트 베드로서 충분한 여건을 갖춘 셈이다. 1지주사 전속주의로 혜택을 볼 회사는 은행계 금융지주사 5곳과 증권계 금융지주사 1곳 정도다. 시장에 미칠 충격도 그리 크지 않아 보인다.
유사한 규제 완화 전례도 있다. 이미 상호금융기관의 경우 해당 중앙회 소속 단위조합 전체를 하나의 금융사로 보고 있다. 또 생명보험사 소속 설계사가 손해보험 상품을, 반대로 손해보험사 소속 설계사가 생명보험 상품을 팔 수 있다. 이른바 교차판매다.
문제는 금융당국이 대출모집인을 낀 영업행위에 대해 탐탁치 않는다는 점이다. 금융당국은 “‘빚 권하는 관행’을 개선하겠다”며 대출모집인을 ‘손쉬운 대출’과 ‘과잉대출’을 유도하는 원인 제공자로 낙인 찍었었다. 복수의 금융당국 관계자는 “지금으로서는 뭐라 드릴 말씀이 없다”고만 했다. 저축은행업계는 서두르지 않고 차분히 금융당국을 설득할 논리를 가다듬는다는 방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