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유엔퐁 만두 가게 전경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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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 강경록 기자] 삼수이포는 오랫동안 여행지로 주목받지 못했다. 홍콩 서민들의 주거지이자 번화가로 역사를 이어온 지역이었기 때문이다. 그 덕분에 이곳은 가벼운 지갑과 까다로운 입맛을 동시에 만족시키는 맛집들의 집결지가 되었다. 홍콩의 어느 도심보다 독특하고 선명한 활기로 약동하는 삼수이포의 중심가를 걷는다. 색색의 건물들과 가지를 드리운 보리수 사이로 각양각색의 음식 냄새가 코끝을 간질인다. 기막히게 맛있는 군만두와 홍콩 최고의 두부 푸딩, 진정성 넘치는 옛날식 카트누들을 맛보기 위해, 홍콩 사람들은 먼 길을 마다 않고 삼수이포로 흘러든다. 가격 또한 경이롭다. HKD 40 정도면 배부르게 한 끼를 해결할 수 있다. 진정한 맛과 향의 모험이 삼수이포에서 시작된다.
| 유엔퐁 만두 가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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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성비·맛도 ‘갑’…홍콩에서 가장 사랑받는 만두 가게
유엔퐁 만두 가게는 겉보기엔 네온사인 하나 없는 낡은 점포에 불과하지만, 이곳의 군만두를 먹기 위해 홍콩 섬에서 일부러 찾아오는 사람들도 많다. 오전 나절 가게에 들어서면 만두를 빚고 있는 직원들이 보인다. 분주하고 절도 있는 동작으로부터 노포 특유의 노련함을 짐작할 수 있다. 테이블에 앉은 사람들은 각양각색이지만, 그들이 택하는 메뉴는 비슷비슷하다. 자그마한 만두들이 뽀얀 생선 국물 아래 잠겨 있는 물냉이 만둣국 혹은 바삭하게 구운 부추 고기 군만두다. 만둣국에 사용한 재료 물냉이(Cresson)는 프랑스 고급 요리에 사용되는 채소다. 하늘하늘한 만두피, 물냉이의 아삭한 식감과 신선한 향기가 입 안에서 즐겁게 섞인다. 보기 좋게 갈색으로 익은 부추 군만두는 한 입 깨무는 순간 육즙이 사방으로 튄다. 무엇을 선택할까 고민된다면 그냥 둘 다 먹어버리자. 대부분의 메뉴가 4000원 이하라 부담 느낄 필요도 없다.
| 컹와 두부 공장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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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담없이 맛보는 달콤한 두부 푸딩
컹와 두부 공장의 실내는 비좁고 언제나 인파로 가득하다. 낯선 현지인들과 합석해야할 가능성 또한 높다. 그러나 쾌적함과 거리가 먼 분위기에도 불구하고 늘 손님들로 붐비는 데는 이유가 있는 법이다. 1960년대부터 삼수이포에서 역사를 이어온 컹와 두부 공장은 ’홍콩 최고의 두부 푸딩‘을 만드는 곳으로 유명하다. 우리에겐 낯설지만, 중국과 일본에서는 오랫동안 두부를 디저트로 즐겨왔다. 이곳의 시그니처 두부 푸딩을 한 입 삼키고 나면 그 이유를 단숨에 이해할 수 있다. 은은한 달콤함이 입 안을 채우고, 두부 조각은 비단처럼 부드럽게 목구멍 뒤로 미끄러진다. 갓 만든 두부 푸딩은 프랑스 디저트 ’크렘 부를레‘에도 곧잘 비교된다. 바삭바삭한 딥 프라이드 토푸(Deep Freid Tofu), 고소하고 향기로운 두유(Soy Milk) 또한 인기 높다. 그야말로 ’홍콩의 클래식‘이라 부를 만한 가게다.
| 삼수이포 카트 누들 식당 ‘만케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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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풍미도 가격도 몇 십년 전 그대로
홍콩 사람들은 어떤 식재료로도 국수를 만들 줄 안다. 육류와 해산물, 채소는 기본이다. 쇠고기 내장, 다양한 만두, 동글동글하게 빚은 어묵, 튀긴 생선 껍질… 경이로운 포용력은 토핑에만 한정되지 않는다. 쌀국수, 에그누들, 바람에 말린 이푸 누들까지 사용하는 면의 종류 또한 많다. 이쯤되면 홍콩 국수의 미덕은 다양성이라기보다 유연함이라고 말해야겠다. 삼수이포의 카트 누들 식당 만께이는 혼란스럽지만 맛있는 국수의 세계로 입장하는 통로다. 카트 누들은 수십 가지의 토핑과 다채로운 면, 육수를 손님이 직접 선택하는 홍콩의 옛 국수 노점을 가리킨다. 기나긴 식재료 목록으로부터 가능한 조합의 수는 수백에 이른다. 메뉴는 낯선 어감으로 가득하지만, 마음 가는 대로 고른 후 그 우연의 풍미를 맛보는 것 또한 여행자의 기쁨이다. 보다 안전한 선택을 원한다면, 부드러운 쇠고기 양지(Chuhau Beef Brisket)와 달콤한 스위스 치킨 윙(Swiss Chicken Wing), 가게에서 직접 제조한 칠리 소스(Special Chilli Sauce)를 토핑으로 택해보자. 이 시끌벅적한 국수집은 현지인들 사이에서 어찌나 인기가 많은지, 한 블록에 매장을 3개나 오픈한데다 미슐랭 스트리트 푸드 가이드에서도 호평 받았다.
| 선흥유엔 콘비프 샌드위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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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500원에 맛보는 본격 마라 샌드위치
광둥 남쪽의 작은 섬에 영국 해군이 상륙하기 전까지 홍콩이라는 도시는 존재하지 않았다. 홍콩의 식탁에서 서양와 동양의 전통이 서로 섞이는 건 당연했다. 수많은 이종교배 가운데 가장 흥미로운 결과가 차찬탱이었다. 차찬탱은 홍콩식 밀크티와 커피, 맛있는 족발 국수와 투박한 프렌치토스트가 공존하는 찻집이다. 삼수이포의 오래된 차찬탱 선항옌 또한 다양한 메뉴를 갖추고 있지만, 이 식당의 명성에 결정적으로 기여한 것은 콘비프 샌드위치였다. 노릇하게 구운 토스트 사이 스크램블드에그와 짭짤한 콘비프를 끼워내는 것이 전부. 동서의 만남을 더욱 독특하게 즐기고 싶다면, 지난해 본점 인근에 오픈한 2호점을 찾아가보자. 2호점에서만 판매하는 사천식 콘비프 샌드위치(Sichuan Cornedbeef Sandwich)는 기름지고 육중한 맛 사이 마라의 향을 더해 식욕을 한층 자극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