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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황의 파이터]23분만에 포터 한대 계약 뚝딱.. 판매왕 비결은

김형욱 기자I 2013.04.26 06:00:01

'1년 437대' 현대차 임희성 차장 일일 동행기
전화 150통 미팅 15여명.. 멀티플레이 인상적

[공주=이데일리 김형욱 기자] “옆집 김씨는 얼마에 샀다던데, 그 이하에 안 팔 거면 됐슈.”

“이장님, 계산법이 틀리잖아유. 김씨는 장애인 가족이 있어 등록세가 면제된 거잖아유.”

‘자동차 판매왕’ 임희성 차장(현대자동차 공주지점·40)은 지인의 소개로 충남 세종시 외곽 마을의 이모 이장(67)을 만났다. 30년 된 고물 트럭을 ‘포터’로 바꾸려는 이장은 단호했다.

하지만 판매왕도 만만치 않았다. 10여분간의 줄다리기 끝에 묘수(?)를 던졌다. “그러면 이렇게 해유. 갖고 계신 (고물) 트럭을 80만원에 팔아드리면 그만큼 싸게 사는 셈이지유?”

노인은 결국 항복했다. 옥신각신 했던 게 자못 미안했던지 “믿겠네”라는 말을 되풀이했다. 동행한 기자를 보조직원 쯤으로 착각해 ‘밥값’을 우격다짐 주려 했다. 이게 시골 영업의 맛이다. 한번 믿으면 내 사람이다.

오후 1시 10분에 시작한 판매왕의 상담은 33분에 끝났다. 첫 상담에서 실제 계약까지 23분 걸렸다.
고객들과 상담중인 판매왕 임희성 차장(현대차 공주지점). 상담 내용은 신차 구매는 물론 중고차 매매, 자동차 보험까지 자동차와 관련한 모든 것을 아울렀다. 김형욱 기자
임 차장은 지난 4년 연속으로 국내에서 가장 많은 자동차를 판매한 ‘영업의 달인’이다. 지난해 무려 437대, 하루 2대꼴로 팔았다. 대도시가 아닌 시골에서 판매왕으로 우뚝 솟아오르면서 일약 ‘전국구’ 스타가 됐다. 공주 인구는 11만여명. 2000만명이 몰려있는 수도권의 1%도 안 된다. 이달에도 23일까지 30여건을 계약했다.

비결은 뭘까. 지난 24일 현대차 공주영업소를 찾아 그를 동행 취재했다.

충청도 사람이 느리다는 것은 그에게 남의 일일 뿐이다. 구수한 사투리와 달리 아침 8시 출근 이후 저녁 7시 퇴근까지 식사는 커녕 화장실도 갈 수 없을 정도의 빡빡한 일정이 이어진다. 올들어 업무를 돕던 아내의 건강이 좋지 않아 그만큼 더 바빠졌다.

9시까지 서류업무를 본 후 외근이 시작됐다. 약 4시간의 오전 일정 동안 신차 3대를 고객에 인도하고 고객 3명의 민원을 듣고 시청 및 정비소에서 번호판 등록 업무를 마쳤다. 촌음을 아껴쓰는 빠듯한 일정 탓에 취재차 따라붙은 기자도 엉겁결에 일손을 거들었다.

그는 잠시도 시간을 허투루 보내지 않는다.운전할 때도 2G폰 2대와 손을 쓰지 않고 통화할 수 있는 무선 핸즈프리 헤드셋을 통해 고객들과 소통한다. 이날 하루동안 그는 150여건의 통화를 했다. 5분에 한통화를 한 셈이다. 이 까닭에 인터뷰도 한번에 3분 이상 이어지기 힘들었다. 그의 휴대폰에는 3600여명의 ‘고객’이 저장돼 있다.

만나는 고객 절반 이상은 기존 고객이다. 중고차, 수입차, 보험 등 어떤 내용이라도 척척 대답했다. 말 그대로 ‘카 마스터(Car Master)’다. 시골 어르신에겐 뭐든 해 준다는 믿음이 중요하다. 이날 신규 고객을 포함해 15차례의 미팅이 이어졌다. 인원으로 치면 총 30~40명이다.

임 차장은 공주 토박이다. 또 2001년 8월부터는 줄곧 현대차를 팔고 있다. 지난해까지 공주에서 판 차가 3116대, 공주 전체 인구의 3% 이상이 이미 그의 고객인 셈이다.

그에게 신입 영업사원에 들려줄 비법을 물었다. “리듬감을 가져야 한다. 벽돌은 쌓으면 눈에 보이니 성취감을 느끼지만 영업은 열흘 밤을 새더라도 팔리기 전까진 보이지 않아 초조해질 수 있다. 또 기본기가 중요하다. (현대차의 경우) 아반떼나 포터를 잘 팔아야 오래갈 수 있다.”

임 차장같은 판매왕이 불황을 뚫는 ‘파이터’로 각광받고 있다. 위축된 판매전선에 혼을 불어넣어 회사의 턴어라운드를 기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들은 혼자서 수백명의 몫을 대신하는 전사로 활약하면서 영업맨들의 희망이 되고 있다.
임희성 차장은 대부분 대부분 업무와 함께 핸즈프리 헤드셋을 이용해 고객 등과 통화했다. 하루에 약 150통화를 한다. 김형욱 기자
고객이 받을 차량 넘버를 적어 둔 ‘판매왕’ 임희성 차장의 손등. 휴대폰 메모가 어려운 이동중엔 곧잘 손등을 메모장으로 이용한다. 김형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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