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케이뱅크는 지난 8일 상장 철회 계획을 밝혔다. 이로써 지난 2023년 상장을 철회한 데 이어 두번째 상장 도전도 실패로 돌아갔다. 케이뱅크 측은 대외적인 상장 철회 사유를 “대내외 불확실성 확대로 인한 증시 부진으로 올바른 기업 가치를 평가받기 어렵게 됨에 따라 상장 연기를 결정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업계에서는 케이뱅크 상장을 좌초시킨 가장 큰 요인으로 재무적투자자(FI)의 눈높이를 꼽는다. 케이뱅크는 지난 2021년 7월 진행한 1조2500억원 규모의 유상증자를 진행했다. 당시 제3자배정 유상증자로 7250억원을 투자한 FI는 베인캐피탈과 MBK파트너스, 신한대체투자자산운용(신한자산운용), JS프라이빗에쿼티, 컴투스 등이다. 당시 계약에 오는 2026년까지 7월까지 케이뱅크가 상장하지 못할 경우를 대비해 BC카드의 콜옵션 조항, 투자자들이 BC카드 지분을 포함해 동반 매각할 수 있도록 하는 ‘드래그얼롱’ 조항이 따라붙었다. IPO 완료일까지 내부수익률(IRR) 연 8% 이상을 보장하는 조건도 포함됐다.
그러나 사측과 FI간의 협의가 이뤄지지 않아 공모가가 무리하게 상향 조정됐다는 평가다. FI 눈높이를 맞춰 책정된 공모가 범위는 투자자들에게 하단 기준 46%대, 상단 기준 85%대의 수익을 보는 수준이었다.
공모가 산정시 비교대상이었던 카카오뱅크 대비 과하게 높게 책정된 주가순자산비율(PBR)과 가격대는 끝내 수요예측에서 투자자들에게 외면 받았다. 대부분의 기관이 공모가 밴드 하단 또는 이하에서 주문을 넣은 것으로 전해졌다.
당시 수요예측 참여를 검토했던 한 기관투자자(LP) 관계자는 “책정 범주가 9000원선 이하이기만 했더라면 적정 선으로 보고 수요예측 참여 의향이 있었지만 적용된 밴드가 과하게 높았다”며 “피어그룹 기준으로 잡아 비교할 수밖에 없으니 들어갈 수가 없는 수준이었다”고 지적했다.
한 은행권 관계자는 “최대주주도, 회사도 상장에 절박할 수밖에 없는 상황에서 FI들 눈높이가 높아 상장에 좀처럼 동의하지 않았던 점이 가장 큰 걸림돌일 수밖에 없던 셈”이라며 “케이뱅크 성장 동력이 꺾이고 건전성이 훼손되면 투자자 측에도 독이 되는 일인데 안타까운 사태”라고 평가했다.
또다시 상장에 실패한 케이뱅크는 당분간 성장 동력 확보에 고전할 전망이다. 유상증자로 확보한 자금 7250억원은 콜앤드래그 조항이 걸려있다는 점에서 당국에서 자기자본으로 인정받지 못하는 상태다. 지난해 IPO에 성공했을 경우 기존 유상증자 대금이 보통주자본으로 적용돼 건전성을 개선하고 대출 여력을 늘릴 수 있었지만, 상장 실패와 함께 이마저도 무산됐다.
두 번째 상장 실패는 투자자들에게도 독이 될 것으로 보인다. 2026년 약속 시점까지 케이뱅크가 상장하지 못할 경우 투자자들이 자금을 회수할 수 있는 수단은 우선 BC카드가 콜옵션을 행사해 투자자들의 지분을 사주는 안이지만, 이는 실현 가능성이 높지 않다. BC카드는 비금융주력자 규제로 케이뱅크 지분을 34% 이상 보유할 수 없어 사실상 콜옵션을 행사할 수 없다. 드래그얼롱 조항을 활용해 매각하는 안을 고려한다 해도 FI측이 IPO 공모가로 고집했던 높은 수준의 가격을 쳐줄 원매자 찾기가 쉽지 않을 전망이라는 평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