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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반도체 업계에서 ASML은 ‘슈퍼 을(乙)’로 통한다. 독점 생산하는 EUV 장비가 1대당 최소 2000억원에 달하는 고가인데다 생산 가능 수량이 1년에 약 40대뿐이라 확보가 쉽지 않기 때문이다. 주문부터 도착까지 최소 1년 이상 걸린다. 더구나 ASML도 글로벌 공급망 문제가 불거지면서 부품 부족으로 장비 생산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상황이다.
무엇보다 글로벌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1위인 대만 TSMC의 아성을 무너뜨리려면 삼성전자로선 EUV 장비 확보를 최대 과제 중 하나로 놓을 수밖에 없다. 이재용 회장이 2020년 10월에 이어 지난해 6월에도 직접 ASML 본사를 찾아 피터 베닝크 ASML 최고경영자(CEO) 등 임직원을 회동하는 등 공을 들이는 이유다. 이와 관련, 업계 관계자는 “ASML이 내년 말 차세대 장비인 하이 NA EUV 장비 ‘트윈스캔 EXE:5200’을 출시할 예정”이라며 “파운드리 업계에서 신형 EUV 장비 확보 경쟁이 더욱 치열해질 전망”이라고 봤다.
삼성전자는 지난해 세계 최초로 3nm(나노미터·10억분의 1m)에 이어 2025년 2nm, 2027년 1.4nm 공정 칩을 생산한다는 계획이다. 경쟁사인 TSMC의 경우 2025년 2nm, 파운드리 시장에 재진출을 선언한 인텔도 2024년 20A(2나노급) 공정 생산을 목표로 하고 있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ASML이 반도체 제조기업과 해외에 최초로 설립하는 R&D 센터로서 상징적 의미가 매우 크다”며 “우리 정부는 설치부터 운영까지 전폭적으로 지원할 계획”이라고 했다.
한편 SK하이닉스와 ASML은 이날 EUV용 수소가스 재활용 기술 공동개발 MOU를 맺었다. EUV 장비 내부의 광원 흡수 방지용 수소가스를 소각하지 않고 재활용하는 기술을 공동 개발하겠다는 것이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재활용 기술을 통해 EUV 1대당 전력 사용량을 20% 감축하고 연간 165억원의 비용 절감 효과가 기대된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