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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령실을 이전한 지 1년이 지나면서 용산 주민들이 집회·시위에 몸살을 겪고 있다. 19일 경찰에 따르면 서울 용산경찰서에 신고된 용산구 내 집회·시위는 올해 1분기(1~3월) 1400여건에 달한다. 지난해 연간 총 3407건 대비 약 41%에 달하는 수준으로 올 들어 빠르게 늘고 있다. 용산구 집회·시위는 2021년 2516건에서 지난해 3407건으로 900건 가까이 증가했는데, 이러한 추세라면 4000건을 훌쩍 넘을 전망이다.
대통령실 인근 ‘집회·시위 명소’인 전쟁기념관 앞과 서울지하철 4·6호선 삼각지역 일대에 집중 신고가 이뤄진다. 각종 집회·시위에 인파와 교통량뿐 아니라 소음도 증가하면서 관련 민원 신고도 덩달아 늘고 있다. 용산경찰서 관계자는 “대통령실이 오고 나서 관내 치안수요가 더욱 늘었는데 최근 집회·시위가 급증하면서 올 들어 토요일 대형집회가 없었던 날이 지난 설연휴 첫날 단 하루밖에 없었다”면서 “특히 ‘맞불집회’를 하는 날엔 집회 소음도 같이 올라가 주민 신고가 수십 건씩 쏟아져 비상”이라고 말했다.
경찰은 대통령실 인근에 집회·시위로 인한 다중 인파와 소음 관리, 교통 통제 등을 위해 경력을 총동원하고 있지만, 어려운 실정이다. 대통령실을 중심으로 양옆으로 난 한강대로와 녹사평대로는 도심 주요 도로로 지정된 만큼 무단으로 점거해 통행을 막는 불법 행위를 적극적으로 단속한다는 방침이지만, 대규모 집회가 벌어지면 교통 혼잡은 불가피하다.
또 소음 관리도 실효성이 낮다. 집회 및 시위에 관한 법률(집시법)에 따르면 주거지역과 학교·병원 인근의 평균 소음 기준은 주간 65㏈(데시벨), 야간 60㏈ 이하다. 경찰이 10분간 측정한 평균 소음이 기준치를 넘거나, 1시간 동안 3번 이상 최고 소음 기준(주간 85㏈)을 넘기면 스피커나 앰프 일시 압수 등 제재를 가한다. 그러나 ‘꼼수’가 만연해 실제 제재로 이어지는 경우는 적다는 게 경찰 측 설명이다. 경험 많은 집회 주최 측이 고성능 확성기로 1시간에 2번만 기준 초과하는 소음을 내거나, 5분간 큰 소음을 낸 후 나머지 5분 동안 소리를 줄여 평균치 이하로 맞추거나, 1인 시위는 집시법 적용 대상이 아닌 점 등을 이용하는 식이다.
한 경찰 관계자는 “위반이 적발됐더라도 맞불집회처럼 여러 집회·시위가 한곳에서 많은 인파에 섞여 벌어지면 어느 쪽이 명확하게 소음 기준치를 초과했는지 재단하기가 사실상 불가능하다”며 “설령 위반자를 특정해 입건하더라도 징역 6개월 또는 벌금 50만원 이하의 처벌 수위에 따라 대부분 수십만원 수준의 벌금형에 그쳐 재발률이 높은 편”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