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강서구 염창동에 사는 새댁 김지은(34·가명)씨는 올해 설 연휴에 시댁을 찾지 않기로 했다. 지난해엔 시가의 가족 행사마다 빠짐없이 참석했지만, 코로나19의 무서운 확산세에 고민하다 이 같은 결정을 내렸다. 시어머니를 직접 찾아뵙지 못하고 전화기 너머로 아쉬운 소식을 전하는 김씨 본인도 마음이 편치만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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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일이 꼬이기 시작했다. 당시 회사에서 프로젝트 TF팀의 팀장을 맡고 있던 김씨는 재택근무로는 도저히 업무를 이행할 수 없었다. 업무 특성상 대면 업무가 필수적인 상황에서 한 발짝도 집 밖으론 나설 수 없는 처지가 된 것. 결국 김씨는 최종 경쟁 프레젠테이션도 참여하지 못하게 되면서 회사가 심혈을 기울였던 프로젝트를 따내는 데에 실패했다. 김씨는 당시 죄책감으로 스트레스가 극에 달해 우울증 치료도 받고 있는 상태다. 김씨는 “걱정을 한아름 안고 시댁에 가느니 몸과 마음을 추스리는 시간을 갖는 게 낫겠단 생각”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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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아들에게 단호하게 ‘찾아오지 말라’고 말은 했지만 마음 한켠엔 아쉬움이 가득하다. 최근 손주가 태어나 하루에도 열두 번도 보고 싶은 마음이 앞선다. 아들은 그 마음을 짐작도 못하는지 “그래, 나도 속으로 찜찜했는데 엄마가 그리 말해주니 나도 맘이 편하네. 그게 맞지”라는 말이 돌아왔다.
30분이면 왕래할 수 있는 거리지만, 이들은 서로 못 본 지 벌써 6개월이 다 돼 간다. 지난 추석 때도 보지 못하고 조용히 넘겼다. 전화를 끊으려는 찰나 아들 녀석은 “연휴도 기니까 이참에 여행이라도 다녀오려고”라고 한다. 김씨는 한없이 밀려오는 서운한 감정을 누르며 “그래, 사진 많이 찍어서 보내. 코로나 조심하고”라며 전화를 끊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