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씨는 신상이 공개된 직후인 12일 고려대 온라인 커뮤니티 ‘고파스’에 입장문을 남겼다. 그는 “디지털 교도소에 올라온 사진과 전화번호 그리고 이름은 제가 맞지만 그 외에 게재된 내용 모두는 결코 사실이 아니다”라며 해킹을 당했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디지털교도소측은 정씨의 주장이 ‘거짓’이라며 요목조목 반박했다.
◇ “제 동기를 능욕해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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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를 적발한 디지털교도소는 A씨로부터 반성글과 녹취록 파일, 현재 위치 등을 받았다.
A씨 반성문을 통해 “저(정씨)는 학교 동기인 A(22·고대)를 능욕 및 성희롱을 했다. 이 문제가 매우 심각하다는 것을 알게 됐다. 앞으로 같은 일이 다시 일어나지 않는다고 다짐한다”며 “비록 실제 일이 일어나지 않았다고 해 이를 가볍게 여길 마음은 없으며 속죄의 마음을 가지고 살아갈 것을 다짐한다”고 밝혔다.
하지만 디지털교도소 운영자들은 같은 날 오후 11시20분께 녹취록에서 오류를 발견했고 A씨에게 수정을 요청했다. 이때 A씨 태도가 돌변했다. 갑자기 자신이 정씨가 아니라며 운영자들을 조롱했다.
A씨는 운영자들에게 ‘내가 당당하게 내 휴대전화로 할 것 같았냐. 정씨가 어떤 XX인지는 모르겠다. 너희들 그딴 짓 하는 거 재미있어서 대충 어울려줬더니 아주 기고만장하구만’이라고 메시지를 보냈다.
이 과정을 본 운영자들은 지인능욕 요청과 반성문·녹취 그리고 조롱 메시지를 보낸 사람 모두 정씨라고 확신했다. 그래서 디지털교도소 사이트에 정씨의 신상을 게재했다.
◇ 정씨 “휴대전화 해킹”VS 디지털교도소 “80%가 동일한 핑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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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에 운영자들은 “거짓이다. 검거자 약 80%가 같은 핑계를 댄다”라며 “최초 지인능욕 요청을 한 시간은 7일 오후 10시 30분이다. (정씨가) 시간과 날짜를 착각한 것 같다”라고 지적했다.
또 URL 클릭, 휴대전화를 빌려줬다는 해명에 대해선 “저희가 가장 많이 듣는 변명이라 낯설지도 않다”고 비판했다. 이어 “정씨 주장대로라면 범행 당시 모르는 누군가가 휴대전화를 빌린 후 텔레그램 가입 및 인증절차를 밟았다는 얘기다. 이후 같은 고대생의 사진을 보내 지인능욕을 요청했다는 논리”라며 “시간도 틀릴뿐만 아니라 범행시간 30분 동안 정씨는 모르는 사람에게 휴대전화를 빌려준 후 어디서 뭘 하고 있었을까”라고 의심했다.
디지털교도소 측은 이어 정씨가 정말 억울하다면 8일 11시께 전송된 해킹 URL이 담긴 해당 문자메세지를 비롯해 5건의 내용을 확인하고 연락줄 것을 요청했다.
정씨는 디지털교도소를 상대로 고소를 진행하겠다고 알렸다. 그는 “사이트 특성상 빠른 시일내에 해결이 될 것 같지 않다. 하지만 시간이 오래 걸릴지라도 끝까지 갈 것”이라며 “13일 변호사를 만날 예정이며 진행되는 대로 관련 사항을 고파스에 올리겠다”라고 밝혔다.
◇ 정씨 ‘해킹’ 주장 사실이라면...디지털교도소 운영방식 논란될 듯
정씨와 디지털교도소의 입장이 엇갈리면서 양측 진실공방은 쉽게 가라앉지 않을 전망이다.
정씨가 지인능욕을 요청했다면 수사당국의 조사를 받고 처벌을 받으면 된다. 하지만 정씨의 휴대전화 해킹이 사실이고 그가 아닌 다른 해킹범이 지인능욕을 요청했다면 디지털교도소측은 명예훼손으로 처벌 받을 가능성이 높다.
특히 정씨 주장이 사실로 확인된다면 현행 디지털교도소 운영 방식도 논란이 될 것으로 보인다. 국민들의 꽉 막힌 심정을 시원하게 해주는 사이다 역할을 하고 있지만 방식이 현행법에 저촉되는 것은 사실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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