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고는 아타프주 세피안-세남노이 본댐 아래 있는 보조댐 5개 가운데 1개가 무너지면서 발생했다. 5억t가량의 물이 6개 마을을 덮쳤다.
렛사이아폰 주지사는 “지금은 댐 사고의 진상규명을 위해 조사하고 있는 상태라 원인에 대해 뭐라 단정해서 이야기하기 어렵다”며 “인명 구조가 우선이다”고 말했다. 또 나에게 “피해지역을 직접 방문해 현장 상황을 한국 정부와 언론에 알려주기를 바란다”고 요청했다.
아타프주 관계자의 안내로 이재민들이 묵고 있는 대피소 5곳을 방문했다. 학교 건물을 임시로 사용하고 있는 대피소는 그야말로 아비규환이 따로 없었다.
대피소마다 1000명이 넘는 이재민이 생활하고 있었고 정확히 무슨 냄새인지 알 수 없지만 악취가 심하게 났다. 협소한 장소에 수용된 이재민들은 제대로 발을 뻗지 못하고 잠을 자는 것조차 불편해 보였다.
이 중 가장 큰 문제는 화장실과 물 부족이었다. 1000여명의 이재민을 수용하고 있는 대피소의 화장실은 고작 1~2개였고 높이 1m 안팎의 물탱크가 1개만 설치돼 있었다. 몸을 씻거나 옷을 빨 수 있는 상황이 아니었고 화장실도 턱없이 부족해 이재민들은 대피소 주변 곳곳에서 분뇨를 배설하고 있었다.
위생상태가 심각해 수인성 질병이 급격히 번질 우려가 있어 방역이 시급했지만 인명 구조활동 때문에 인력이 부족해 원활한 방역활동을 할 수 없는 실정이었다.
대피소의 상황을 점검한 뒤 이번 수해로 많은 피해를 본 마이마을에 도착했다.
마을로 들어가는 길은 진흙더미와 황톳물 웅덩이 때문에 2시간가량 걸렸다. 마이마을은 그야말로 폐허 상태였다. 집들은 모두 무너지고 흙더미 속에 가축의 사체가 널려 있었다. 오토바이와 가재도구 등은 형체를 알아볼 수 없을 정도로 파손된 채 나뒹굴고 있었다. 무슨 냄새인지 알 수 없는 악취 때문에 숨 쉬기가 힘들 정도였다. 추측해 보건데 사체 썩는 냄새와 오물 등의 악취가 뒤섞인 냄새였던 거 같다.
구조대원들은 폐허가 된 마을에서 시신을 수습하느라 분주했다. 한낮의 기온이 40℃를 웃도는 날씨에 시신을 한 구라도 더 찾으려고 구슬땀을 흘리고 있었다. 가족의 소식을 듣기 위해 마을을 떠나지 못하고 있는 주민들은 나를 보자 “피해가 예상될 때 댐 관계자들이 빨리 대피하라고 알려줬다면 이렇게 많은 인명피해는 없었을 것”이라며 분통을 터트렸다.
아타프주는 여러 개의 댐으로 둘러싸여 있다. 마을은 분지로 형성돼 주민들은 댐 속에서 살고 있는 것이나 다름 없었다. 언제 또 댐이 터질지 몰라 주민들은 두려움에 떨었다.
라오스 정부는 이달 6일 기준으로 댐 붕괴로 131명이 숨지거나 실종됐다고 밝혔다. 그러나 라오스 정부는 시신 확인이 잘 안 되고 있어 실제 사망자 수가 더 많을 것으로 추정된다고 설명했다.
주민들은 희생자 중에 주민등록증이 없는 사람이 많아 사망자 집계가 부정확하다고 지적했다.
대부분의 피해 지역은 아직 물이 다 빠지지 않고 진흙으로 뒤덮인 곳이 많아 구조작업과 인명 수색에 난항을 겪고 있었다. 앞으로 사망자와 실종자 수가 더 늘어날 수 있을 것 같았다.
댐 공사에 참여했던 건설사 측은 구호단을 급파하고 임시 가옥과 도로 공사도 진행하고 있다. 우리나라도 구호단과 구호물품 등을 라오스 피해지역으로 보내 도움의 손길을 더하고 있다.
이번 일이 인재인지, 자연재해인지는 사고 원인을 좀 더 정확히 조사해야 알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한국의 건설업체가 참여한 공사였던 만큼 인도적 차원에서 라오스 이재민들이 피해를 극복하고 생활에 돌아갈 수 있도록 한국의 많은 지원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