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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한·일 국교정상화 50년을 맞으면서

논설 위원I 2015.06.22 03:00:00
한국과 일본이 국교를 정상화한 지 오늘로 50주년을 맞이한다. 그동안 양국은 껄끄러운 과거사 문제를 안고 있으면서도 전략적인 협력관계가 필요하다는 상호인식을 공유하는 협력과 갈등의 관계를 유지해 왔다. 초창기의 일방적 관계가 점차 호혜적 관계로 바뀐 가운데 때때로 과거사 문제가 발목을 잡기도 했으나 근본 관계가 흔들리지는 않았다. 전체적으론 우호협력 관계를 기반으로 하고 있다.

하지만 최근 들어 양국 사이의 갈등은 심각하다. 박근혜 정부 출범 이후 2년 반이 가까워지도록 현해탄에는 냉랭한 기류만이 감돌고 있다. 아베 정부의 왜곡된 역사 인식과 독도 도발 등으로 한국에선 반일감정이, 일본에선 혐한감정이 높아지고 있다. 사회·경제·문화 등 각 분야에서 활발하던 민간교류도 주춤거리고 있다.

박근혜 대통령(왼쪽)과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가 오는 22일 열리는 한·일 국교정상화 50주년 관련 행사에 교차 참석하기로 했다. 【서울=뉴시스】
과거의 일방적인 의존관계가 경쟁관계가 됐고, 중국이라는 변수가 등장했다는 환경 변화가 영향을 미친 게 사실이다. 그러나 양국 정치권이 국가·민족주의에 편승해 정치적 이익을 얻으려다가 서로의 관계를 악화시킨 사실을 간과할 수 없다. 물론 우리로선 할 말이 더 많은 것도 사실이다. 그렇다고 더 이상의 관계 악화를 방치해선 곤란하다. 경제적으로나 외교·안보상으로도 국익을 저해할 뿐이다. 양국 여론조사에서도 서로의 관계 개선을 원하는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최근 양국이 대화를 시작한 것은 그나마 다행한 일이다. 지난달 국방장관과 재무장관의 회동에 이어 어제는 윤병세 외교부 장관이 현 정부 출범 이후 처음으로 일본을 방문했다. 정상회담이 성사될지는 미지수지만 한·일 양국이 관계 정상화를 염두에 두고 대화를 모색하는 것만으로도 다행이 아닐 수 없다.

이제 수교 50주년을 맞이한 시점에서 지난 반세기를 돌아보고 미래를 내다보며 새로운 관계 정립을 모색해야 할 때다. 과거사 문제를 풀기 어렵다면 서로가 필요한 분야에서만이라도 협력하는 선택적 협력이나 정경분리 정책도 고려할 필요가 있다. 이번에 관계를 복원할 기회를 놓친다면 한·일 양국의 실책은 회복하기가 쉽지 않을 것이다. 꽉 막힌 양국 관계의 물꼬를 트기 위해 서로 최선의 노력을 다하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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