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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피를 마시러 가면서 동료 한 명을 부르지 않았다고 곧바로 직장 내 괴롭힘이 되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특정인만 반복적으로 빠지고, 그 과정에서 업무에 필요한 정보까지 공유되지 않는다면 얘기가 달라진다. 행위 하나만 떼어 볼 게 아니라 그 사람이 조직 안에서 어떤 방식으로 배제되고 있는지를 함께 살펴야 한다.
여러 조직에서 괴롭힘 사건을 조사하고 자문과 교육을 해오며 느낀 점은 괴롭힘이 그 조직을 꽤 많이 닮는다는 것이다.
영업 중심 조직에서는 실적과 고객, 영업 기회의 배분이 곧 권한이다. 연구조직에서는 연구과제와 성과평가, 프로젝트 참여 기회가 구성원에게 큰 의미를 갖는다. 고용안정성이 높은 조직에서는 해고나 퇴직보다 보직, 승진, 평가, 업무 배제가 더 큰 압박이 되기도 한다. 산업과 업무의 성격, 구성원의 성비와 연령, 직급 구조와 의사결정 방식에 따라 조직 안에서 ‘힘’으로 작동하는 것이 다르고, 괴롭힘도 그 힘을 따라 저마다 다른 얼굴로 나타난다.
얼마 전 한 시니어 변호사에게서 “직장 내 괴롭힘의 또 다른 모습은 결국 인격모독일 수 있다”는 말을 들었다. 그간 다룬 사건들을 떠올려보니 꽤 와닿았다. 괴롭힘이 드러나는 방식은 조직마다 달라도 그 이면에는 상대를 독립된 인격체로 존중하지 않는 태도가 깔려 있는 경우가 많다. 실적을 이유로 공개적으로 모욕하는 것, 전문성을 내세워 의견을 묵살하는 것, 조직 내 지위를 이용해 누군가를 배제하는 것은 방식은 달라도 뿌리는 같다.
그렇다고 괴롭힘 여부가 전적으로 ‘케이스 바이 케이스’라는 뜻은 아니다. 법에는 분명한 판단 기준이 있다. 지위나 관계의 우위를 이용했는지, 업무상 적정범위를 넘었는지, 그 결과 신체적·정신적 고통을 주거나 근무환경을 악화시켰는지다.
어려운 건 이 기준의 경계에 놓인 사건들이다. 정당한 성과관리인지 과도한 압박인지, 업무상 지도인지 인격적 모욕인지, 개인적 친소관계인지 의도적 배제인지 쉽게 결론 내리기 어렵다. 이럴 때는 해당 조직의 업무 특성과 관행, 의사소통 방식, 비슷한 상황에서 다른 구성원은 어떻게 대했는지 등을 함께 봐야 행위의 의미가 선명해진다.
조직에 대한 이해는 조사 단계에서만 필요한 게 아니다. 조사 이후 어떤 대안을 내놓을지, 재발 방지를 위해 어떤 교육을 할지도 조직마다 달라야 한다. 교육 현장에서 구성원들이 궁금해하고 바뀌기를 바라는 지점도 조직마다 상당히 다르다. 모든 조직에 똑같은 사례와 소통 방법을 제시해서는 실질적인 변화를 기대하기 어렵다.
괴롭힘이 조직을 닮는다면 해법도 그 조직을 닮아야 한다. 그 조직에서 무엇이 힘으로 작동하는지, 어떤 관행과 소통 방식이 문제를 낳는지, 무엇을 바꿔야 같은 일이 되풀이되지 않는지를 찾아내야 한다. 직장 내 괴롭힘 대응은 개별 사건에 결론을 내리는 데서 멈추지 말고 그 조직에 맞는 해법을 찾는 데까지 나아가야 한다.
■강서영 변호사 △서울대 사회복지학과 △이화여대 법학전문대학원 △변호사시험 2회 △캘리포니아대 어바인 로스쿨 방문학자 △헌법재판소 헌법재판연구원 책임연구관 △(현)부산여성가족과 평생교육진흥원 자문위원 △(현)보건복지부 고문변호사 △(현)법무법인 원 소속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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