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자의 할아버지는 1935년 태어나 일제강점기와 해방, 한국전쟁 등 한국 현대사의 굵직한 현장을 몸소 체험했다. 저자는 할아버지의 생애 중 그가 탄생한 때부터 결혼할 때까지 1935~1959년에 집중해 할아버지의 이야기를 듣고 이를 하나의 역사로 풀어썼다. 할아버지의 이야기 맥락을 살펴보기 위해 많은 자료를 찾아봤고, 사실 여부에 대한 검증과 함께 불분명한 부분을 특정하기 위한 노력을 기울였다. 이를 통해 기존 구술생애사의 한계를 넘어 역사학의 성격을 갖추는데 초점을 맞췄다.
할아버지의 이야기는 단순한 ‘옛날이야기’가 아니었다. 일제강점기 시절 ‘창씨개명’의 본질, 해방 직후 중학교 입시제도 변화, 한국전쟁 당시 인민공화국의 점령 이후 펼쳐진 좌우익의 학살 등 한국사의 생생한 이야기를 탄탄한 자료를 바탕으로 전한다. ‘몸뻬’가 조선 여성의 전시복장으로 통일된 사연, 영화관에 ‘지정좌석제’가 도입된 배경 등 교과서에서 만날 수 없는 이야기도 확인할 수 있었다.
평범한 사람의 ‘구술’을 담은 기록은 많다. 그러나 ‘구술’을 철저한 사료비판을 거쳐 역사적인 자료로 만든 작업은 흔치 않다. 저자는 “자기 가족의 이야기 혹은 뿌리가 궁금하거나, 어떻게 접근해야 할지 몰라 망설이는 분께 하나의 참고할 만한 교보재가 되었으면 좋겠다”고 집필 의도를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