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건은 2012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지인의 소개로 유부남 A씨를 만난 김씨는 결혼을 전제로 2년가량 A씨와의 내연관계를 이어왔다. 하지만 A씨가 본처와 이혼하지 않으면서 두 사람의 관계는 악화되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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범행 직후 119에 직접 신고한 김씨는 “장난하다가 흉기가 진짜로 들어가 버렸다”고 신고했다. 이후 경찰에 한 차례 조사를 받은 김씨는 그와 매우 비슷하게 생긴 일란성 쌍둥이 여동생과 함께 자취를 감췄다.
김씨는 은행에서 돈을 빼 도피자금을 마련한 뒤 이전까지 쓰던 휴대전화, 의료보험, 신용카드, 교통카드 등 자신의 행적을 노출할 수 있는 수단을 전부 사용하지 않았다. 김씨는 오로지 대포폰과 현금만 사용했다.
심지어 김씨는 경찰의 추적을 피하고자 동생과 비슷하게 성형을 하기도 했다. 2014년 8월부터 이듬해 1월 사이 보톡스와 필러 시술 등을 받은 김씨는 시술을 통해 구분이 불가능할 정도로 동생과 얼굴을 똑같이 만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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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던 중 김씨가 동생 이름으로 도시가스와 유선방송에 가입한 사실이 확인되면서 마침내 단서를 잡았다. 경찰은 해당 지역 일대 편의점 CCTV 등을 분석해 김씨의 거주지를 특정하고, 2015년 4월 그를 붙잡았다. 김씨가 잠적한 지 1년 3개월 만이었다.
경찰에 붙잡힌 김씨는 A씨를 살해한 이유에 대해 묻자 묵묵부답으로 일관했다. 그러다 조사 과정에서 “A씨가 이혼을 하고 자신과 결혼하기로 약속했지만, 이혼을 미루지 않는 태도에 화가 나 살해했다”고 범행을 시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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항소심 또한 원심과 같은 징역 10년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범행 직후 도피자금을 마련해 상당기간 도피하는 등 죄책이 매우 무겁다”면서도 “김씨가 우발적으로 범행을 저지른 점, 범행을 뉘우치면서 잘못을 깊이 반성하고 있는 점 등을 고려했다”고 덧붙였다.
다만 김씨의 도피를 도운 쌍둥이 여동생은 처벌을 받지 않았다. 형법상 범인이 친족이나 함께 사는 가족일 경우, 해당 범인의 도주를 돕거나 숨겨주더라도 처벌하지 않는 ‘친족 간 특례’ 조항에 해당하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