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르헨 트럼프’ 대선 예비선거 1위…기준금리 97→118%

김상윤 기자I 2023.08.15 07:15:53

여당 3위..좌우 양대연합 각축전 전망 뒤엎어
달러 통용 제도 도입, 중앙은행 폐지 내걸어
시장 충격…달러화 표시 채권·페소화 가치 급락
중앙은행 시장안정화 조치…고정 페소화도 18% 절하

[뉴욕=이데일리 김상윤 특파원] 경제난을 겪고 있는 아르헨티나가 기준금리를 한번에 21%포인트를 인상했다. 이에 따라 기준금리는 무려 118.00%까지 올라섰다.

아르헨티나 제1야당 보수연합의 하비에르 밀레이가 13일(현지시간) 부에노스아이레스 당사에서 대선 예비선거 1위의 기쁨을 만끽하고 있다. 경제 위기 속에서 치러진 이번 예비선거에서 밀레이는 30.5% 득표율(개표 약 90% 기준)을 기록하며 1위를 차지했다. (사진=AFP/연합뉴스)
14일(현지시간) 블룸버그에 따르면 아르헨티나 중앙은행(BCRA)은 기준금리를 21%포인트 인상하기로 결정했다. 1980∼1990년대 경제 대위기 이후 2000년대 들어 아르헨티나 기준금리가 100%를 넘긴 건 이번이 처음이다. 전 세계 각국은 긴축 종료 시점이 다가오고 있지만, 아르헨티나는 올해 들어서만 다섯번째 금리를 올렸다.

특히나 한번에 21%포인트나 인상한 인상폭도 21년만에 최대치다. 앞서 BCRA는 2002년 6월30일 44.74%에서 7월31일 67.60%까지 22%포인트 올린 바 있다. BCRA는 이날 페소 가치를 10월 대선까지 달러당 350페소로 고정하기로 했다. 18% 평가절하다.

BCRA는 “이번 금리인상은 환율 기대치 고정, 외환 보유 압박 완화, 아르헨티나 페소 통화 투자에 대한 긍정적 수익 등을 목표로 이뤄졌다”고 설명했다.

아르헨티나의 소비자물가지수(CPI)상승률은 2월 104.3%로 32년 만에 세자릿수대를 기록했고, 이후 3월(104.3%), 4월(108.8%), 5월(114.2%), 6월(115.6%) 등 기록적인 수치를 기록하고 있다. 살인적인 물가 급등에 달러 대비 페소화 가치도 1년 사이에 절반 이상 떨어졌다.

이날 기준금리 인상 결정은 대통령 선거 본선을 두 달 앞두고 진행된 예비선거(PASO)에서 ‘아르헨티나의 트럼프’라고 불리는 극우계열 하원의원이 1위를 차지한 것도 영향을 미쳤다.

제3세력이었던 극우로 분류되는 ‘자유의 진보’ 소속 하비에르 밀레이 하원의원이 득표율 30%로 깜짝 1위를 차지했다. 중도 우파 성향의 제1 야권 ‘변화를 위해 함께’ 소속으로 나선 후보들이 합계 28%를 기록한 반면 현 집권 세력이자 페로니스트인 ‘조국을 위한 연합’ 후보들은 합계 27%를 얻는데 그쳤다. 좌우 양대 연합 사이의 각축전이 될 것이라는 전망을 깬 예상 밖 결과다. 인플레가 치솟은 상황에서 중도좌파와 보수 야당연합에 대한 반발이라는 게 대체적인 분석이다. 재집권을 노리는 여당으로선 물가 잡기에 사활을 걸어야 하는 상황이 됐다.

말레이는 특히 100%가 넘는 극심한 인플레이션을 해소하기 위해 아르헨티나 중앙은행을 폐지하고 미국 달러를 공식 통화로 채택하자는 ‘달러 통용 제도’(dollarization) 도입 등을 공약으로 내세운 바 있다. 그가 예비선거 결과 1위를 차지하자 주식과 채권시장 모두 크게 흔들렸다. 실제 공약이 실현될 수 있을지 불확실성이 커지면서다. 달러 표시 채권 가격은 개장과 동시에 약 15%나 하락했다. 자유변동 환율은 달러 대비 40페소 하락한 달러당 673페소를 기록했다.

EM-Funding의 경제 고문인 피터웨스트는 파이낸셜타임스(FT)에 “그가 공약을 실행할 수 있을지, 실제 대통령이 될지 등에 대한 시장의 우려가 커지고 있다”고 언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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