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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종속돼 제 기능 수행 못해...금융감독 기구, 한은처럼 독립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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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대웅 기자I 2022.03.11 05:00:00

전성인 홍익대 경제학부 교수 인터뷰
일반인 대상 금융사고 점점 늘어
소비자보호 위해 체계 바꿔야
건전성·행위규제 나누는 '쌍봉형'
규정제정권·재량권도 부여해야

[이데일리 서대웅 기자] “금융사고가 터질 때마다 금융감독원 책임론이 부각되지만, 이는 금감원이 정부에 종속돼 있어 제 기능을 수행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금융감독 기구를 한국은행처럼 정부로부터 완전히 독립시켜야 한다.”

전성인 홍익대 경제학부 교수(‘금융감독 개혁을 촉구하는 전문가 모임’ 공동대표)는 최근 커지고 있는 금융감독체계 개편 요구에 대해 “금융사고가 점점 ‘보통 사람’을 대상으로 발생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진단했다. 그러면서 체계 개편의 핵심은 정부로부터의 완전한 독립이라고 강조했다.

금감원이 금융위원회에 종속돼 있는 탓에 제대로 된 감독 기능을 수행하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정부 관료는 정치권 영향을 많이 받는데, 금감원이 정부 관료 눈치를 보니 공정하고 투명한 감독이 어렵다는 설명이다. 그는 과거 ‘재무부 출장소’라 불리던 한국은행도 정부에서 완전한 독립을 이뤘듯 금융감독 역시 독립이 가능하다고 강조했다.

다음은 전성인 교수와의 일문일답이다.

[이데일리 김태형 기자] 전성인 홍익대 교수
-금융감독체계 개편은 오래된 논쟁거리지만, 이번 대선을 앞두고 개편 목소리가 특히 커진 것 같다. 배경이 뭔가.

“과거엔 금융감독체계 개편은 전문가 영역이었다. 금융 스캔들은 대기업 특혜대출, 어음대출 사기, 수기통장 사건 등 시민 피부로 와닿는 것이 아니었다. 그런데 금융 사고가 점점 은행에 돈 맡기는 보통 사람과 밀접해지기 시작하면서 금융감독체계 개편에 대한 시민 관심이 높아졌다. 저축은행 사태, 동양증권 사태 등 피해자가 속출할 때마다 감독체계 개편 목소리가 나왔다. 개편이 제대로 안된 와중에 DLF(해외금리 연계 파생결합펀드) 사태, 머지포인트 사태 등이 잇따라 터지자 금융시장의 공정성과 투명성, 소비자 보호 강화를 위해 감독체계를 바꿔야 한다는 요구가 더욱 커진 것이다.”

-잇단 금융사고가 금융감독 개편 요구로 이어졌다는 건가.

“그렇다. 일례로 사모펀드 사태가 터진 후 시민들은 ‘감독기구는 뭐했냐’고 묻는다. ‘금융위원회는 뭐했냐’고 묻지 않는다. 언론도 마찬가지다. 사실 사모펀드 사태는 금융위가 관련 규제를 완화하면서 발생한 것이지 않나. 하지만 금융위 관료엔 책임을 묻지 않는다. 관료는 정책을 잘못해도 정책 실수에 대해 죄를 묻지 않는 것이다. 정치권에서 규제를 완화하라고 하면 관료는 따르고, 정치권은 관료의 방패막이가 돼주는 식이다. 반면 매는 금융감독원이 맞는다. 사태를 일으킨 원인을 잡아야 하는데 빙상 위에 드러나 있는, 감독하는 사람에게만 책임을 묻는다. 그러니 금감원은 최대한 문제가 생기지 않는 선에서 감독하는 데에 신경을 쓴다. 이런 금융감독 구조가 잘못 됐다는 거다.

-금융감독체계를 어떻게 바꿔야 하나.

“‘금융감독 개혁을 촉구하는 전문가 모임’(금개모) 공동대표로서가 아닌 개인 의견이라는 점을 우선 밝힌다. 금융감독 기구를 정부로부터 완전히 독립시켜야 한다. 한국은행과 비교해보자. 통화량을 조절하는 업무는 굉장히 공적인 업무다. 그런데 정부로부터 완전히 독립된 한은이 이를 담당한다. 반면 금융업은 이윤을 추구하는 집단인데, 이와 관련한 모든 정책을 정부 관료가 장악하고 있다. 이상하지 않나. 조세와 재정은 국회에서 치열한 정치적 타협 과정을 거치고, 한은의 통화정책도 이젠 정부 손아귀에서 벗어나 있다. 그러나 금융은 오직 관료가 좌지우지한다. 민간업인데도 불구하고. 금융위는 금융산업 정책에만 신경 쓰면 된다. 금융감독 업무는 감독기구가 알아서 해야 한다.”

-금감원이 금융위에 종속돼 있기 때문에 감독 기능을 제대로 수행하지 못하고 있다는 뜻인가.

“그렇다. 금융위설치법에 따라 금감원에 대한 지도·감독 권한을 금융위가 갖고 있다. 금감원장에 대한 임명제청권, 고위 임원에 대한 임명권, 예산권도 가지고 있다. 은행업감독규정 등 규정 제정권도 금융위 소관이다. 제재권한도 있다. 금감원이 제재 의견을 내면 금융위가 수위를 감경하는 경우도 많다. 무소불위의 권한을 갖고 있는 거다. 이러니 금감원은 금융위 눈치를 볼 수밖에 없다. 감독기구로서 잘못된 방향인 것 같아도 금융위가 하라는 대로 해야 하는 거다.”

[이데일리 김태형 기자] 전성인 홍익대 교수
-금감원의 독립을 주장하고 계신데, 감독 정책과 집행을 함께 담당했던 과거 금융감독위원회와 다른 점이 뭔가.

“2008년 이전의 금감위 시절에도 법령 제·개정 권한은 재정경제부(현 기획재정부) 금융정책국이 갖고 있었다. 금감위엔 감독규정에 대한 제·개정권이 부여됐다. 실질적으로 관료가 법령과 규정 제·개정을 모두 좌지우지한 셈이다. 현 금감원도 시행세칙 제·개정만 수행할 수 있다. 잘못된 것이다. 금융감독 기구가 독립해야 한다는 의미는 감독규정 제·개정에서 관료는 빠지라는 것이다. 앞서 예를 든 한국은행처럼 말이다. 한국은행은 과거 ‘재무부 출장소’라고 불렸다. 금융통화운영위원회(현 금융통화위원회) 의장도 재경원(재정경제원) 장관이었고, 한국은행 총재가 부의장이었다. 그러다 외환위기(IMF) 직후 ‘통화정책에서 정부는 빠져라’는 목소리가 커지면서 정부가 완전히 손을 뗀 것이다. 지금도 한국은행법(제91조)에 따라 기재부 차관은 금통위에서 ‘열석 발언권’을 행사할 수 있지만, 전혀 개입하지 않고 있다. 금융감독도 이렇게 독립할 수 있다.”

-금융감독 기구를 독립시키면 누가 견제하나.

“독립 후 그대로 놔두면 굉장한 권력 기관이 될 것임은 분명하다. 역할과 책임을 분명히 부여해야 한다. 사실 한국은행도 외부 감시기관은 국회 정도다. 주기적으로 금융안정보고서, 통화정책보고서 등을 국회에 제출하고 설명한다. 금융감독 기구도 반드시 이런 견제를 받아야 하지만, 이것만으론 부족하다고 생각한다. 별도의 견제 기구가 필요하다. 다만 공무원이 평가하기 시작하면 간섭 문제가 분명 생긴다. 민간에 덕망 있는 분들, 금융소비자 대표, 교수들 등으로 구성된 곳에서 살펴야 한다.”

-금융감독 구조를 이원화하는 ‘쌍봉형’ 체계에 대해선 어떻게 보나.

“지금처럼 통합형으로 할 것인지, 쌍봉형으로 할 것인지에 대해선 학자들마다 의견이 다르다. 개인적으론 건전성 감독을 하는 기구와 검사 및 조사를 담당하는 기구로 금감원을 분할해 쌍봉형으로 갈 필요가 있다고 본다. 조직의 성격이 완전히 다르기 때문이다. 건전성 감독 기구는 금융사고 예방을 담당하는 곳이다. 금융회사 장부를 보고 증자 명령을 내리는 식이다. 검사·조사 기구는 일종의 경찰 같은 곳이다. 잘못한 사람을 찾아내는 곳이다. 불완전 판매, 각종 금융사고, 주가조작을 벌인 이들을 경찰이나 검찰로 넘기는 역할이다. 따라서 현 금감원을 ‘건전성감독원’과 ‘금융시장감독원’으로 쪼개야 한다고 본다. 물론 이러한 쌍봉형 체계 역시 관료가 금융감독 체계에서 완전히 배제해야 한다는 점을 전제로 해서다.”

-금융 선진국의 금융감독 체계가 어떤지 궁금하다.

“미국은 전통적으로 은행 감독과 증권 감독을 하는 곳이 나뉘어 있다. 은행감독은 중앙은행이 하고, 증권시장 감독은 별도 기구인 증권거래위원회(SEC)가 한다. 명시적인 것은 아니지만 크게 보면 건전성 감독과 행위규제 감독을 분리해 놨다. 이들 기구 종사자들은 직위로 보면 연방 공무원이다. 하지만 전형적인 관료 집단이라고 볼 수 없다. 고위급은 인사교류가 있지만 직원들은 없다. 공무원이라기보다 공적 기구라는 의식이 강하다. 그렇기 때문에 정부로부터 독립이 가능한 것이다. 영국은 쌍봉형을 만든 곳이다. 금융감독청(FCA)이 행위규제를, 금융건전성감독청(PRA)은 건전성 감독을 담당한다. 처음엔 두 기구 모두 중앙은행인 영란은행 안에 있었지만 지금은 FCA는 빠져나왔다. 인사적으로도 독립돼 있어 정부 정책이 이들 기구를 좌지우지 하지 못한다. 미국 바이든 대통령이 금융 정책을 발표했다는 것을 들어본 적 있나. 이들 나라에서 금융정책은 정부 정책 대상이 아니다. 정부로부터 완전히 독립돼 있다.”

[이데일리 김태형 기자] 전성인 홍익대 교수
-금융감독 체계 개편이 금융산업 발전, 금융소비자 보호 강화로 이어질지에 대한 의문이 드는 게 사실이다.

“감독체계 개편은 충분조건이 아닌 필요조건이다. 바람직한 상황으로 가려는 최소한의 조건으로 봐야 한다. 하드웨어뿐 아니라 소프트웨어 개혁이 같이 이뤄져야 한다. 지금까진 금융감독체계 개편하면 하드웨어 개혁을 말했다. 정부에서 독립시키고 쌍봉형으로 바꿔야 한다는 등등. 이게 필요조건이다. 여기서 더 채워야 하는 게 원칙과 재량의 조화다. 원칙 없이 재량권만 있으면 권한이 남용된다. 원칙만 있고 재량권이 없으면 원칙은 유명무실해지고 결국 아무 일도 못하게 된다. 금융감독은 감독규정과 감독규정시행세칙, 별표, 서식 등 규정에 의해 이뤄진다. 하지만 이 규정들은 현실과 거리가 먼 경우가 있다. 이때 재량권이 필요하다. 법에 명시적으로 없는 규정도 있다. 이 역시 재량권을 줘야 한다.”

-금융감독 재량에 대해 구체적으로 설명해달라.

“예를 들면 미국엔 ‘셰브론 원칙(Chevron Doctrine)’이란 게 있다. 이는 규제당국과 사법부 간 관계와 관련한 문제다. 법, 규정이 모호해 해석이 필요한 경우 법원이 규제당국의 판단을 존중한다는 원칙이다. 지난해 한 금융지주 회장이 금융당국을 상대로 소를 제기한 판결을 보면서 셰브론 원칙이 떠올랐다. 법에선 ‘기준을 마련하라’고 돼 있고 이를 ‘준수하라’고 적시돼 있지는 않다. 사법부는 이를 근거로 금융지주 회장 손을 들어줬다. 그런데 기준을 마련하라고 한 것은 당연히 준수까지 해야 한다는 의미지 않나. 그 기준을 지키지 않아도 된다는 의미는 아니지 않나. 이렇듯 법적으로 애매한 부분을 감독당국이 판단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그리고 이를 존중하는 것, 이게 셰브론 원칙이다.”

-마지막으로, 금융위 해체론 목소리도 높다. 금융위는 어디로 가야 하나.

“개인적으로는 없어져야 한다고 보는데. 우선 기획재정부 개편 논의가 우선이다. 기재부가 쪼개지면 그에 따라서 관료들도 움직일 수 있지 않을까.”

◇전성인 홍익대 교수는

△서울대 경제학과 △미국 MIT 경제학 박사 △한국금융연구센터 소장, 한국금융학회장, 한국금융정보학회장, 한국금융소비자학회장 등 역임 △현 홍익대 경제학부 교수, ‘금융감독 개혁을 촉구하는 전문가 모임’(금개모) 공동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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