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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람사르습지③] 걸어서 만나는 세계적인 생태 천국 '창녕 우포늪'

강경록 기자I 2018.05.27 00:15:00

한국관광공사 추천 6월 가볼만한 곳
경남 창영 우포늪
글·사진= 이정화 여행 작가

이른 새벽 물안개가 피어오른 우포늪 풍경(사진=창녕군청)
이른 새벽 물안개가 피어오른 우포늪 풍경(사진=창녕군청)
3포2벌 중 가장 규모가 큰 우포


[이데일리 강경록 기자] 여름철 우포늪은 온갖 생명의 움직임으로 분주하다. 개구리밥, 마름, 생이가래 같은 수생식물이 세력을 넓히고, 새하얀 백로가 얕은 물가를 느긋하게 거닐며 먹이 활동을 한다. 가시연꽃이 보랏빛 꽃을 피워 여름의 절정을 알릴 날도 머지않았다.

우포늪은 국내에서 가장 오래된 자연 내륙 습지다. 1억 4000만 년 전에 해수면이 급격히 상승해서 만들어졌다고 한다. 담수 규모는 축구장 210개를 합친 것과 맞먹는다. 끝이 보이지 않는 광활한 늪에 1000종이 넘는 생명체가 서식한다. 특히 국내 수생식물 50~60%가 이곳에 산다. 그 가치를 인정받아 1998년 3월 2일 람사르협약 보존 습지로 등록됐고, 유네스코 세계자연유산 잠정 목록에도 등재됐다.

사지포제방에서 조금 올라가면 일몰 포인트로 유명한 팽나무, 일명 사랑나무를 만난다.


◇국내에서 가장 오래된 자연 내륙 습지

우포늪은 제방을 경계로 우포, 목포, 사지포, 쪽지벌 등 4개 자연 늪과 2017년 복원 사업으로 조성한 산밖벌까지 3포 2벌로 나뉜다. 우포가 가장 크고 목포가 그다음이다. 이름의 유래가 재미있다. 소를 닮아 우포(소벌), 홍수 때 나무가 많이 떠내려왔다고 목포(나무벌), 모래가 많아 사지포(모래벌), 규모가 작아 쪽지벌이다.

본래 하나였는데 제방을 쌓고 주변 땅을 농경지로 만들면서 나뉘었다고 한다. 산밖벌은 농경지로 만든 것을 원래대로 복원한 우포의 막내 늪이다. 쪽지벌 아래 19만 2250㎡ 규모로 조성했고, 탐방로 둘레는 2.8km에 이른다. 산밖벌과 쪽지벌을 잇는 다리도 설치했다. 길이 98.9m, 보행 폭 2m인 우포출렁다리는 우포늪의 새로운 명물로 사랑받는다.

우포늪은 걷거나 자전거를 타고 둘러볼 수 있다. 대합면, 이방면, 유어면, 대지면에 걸쳐 들고 나는 곳이 여럿이지만, 대개 우포늪생태관에서 탐방을 시작한다. 우포늪을 일주하는 ‘우포늪생명길’ 8.7km를 이용해 걷는다. 30분에서 3시간 30분까지 코스가 여럿이다. 길이 모두 이어지므로, 가고 싶은 만큼 가서 중간에 빠져나가거나 되돌아가도 된다.

우포와 쪽지벌 사이 사초군락 인근에 형성된 작은 물웅덩이. 신비로운 모습으로 탐방객의 발길을 멈추게 한다


우포늪생태관 옆으로 걸어 들어가면 가장 먼저 포플러나무 길을 만난다. 이곳에서 안내 지도를 참고해 어느 방향으로 갈지 정한다. 왼쪽은 전망대와 숲탐방로1길, 따오기복원센터를 거쳐 사초 군락과 목포제방, 소목마을 주차장으로 이어진다. 오른쪽은 대대제방과 사지포제방으로 향하는 길이다.

자전거는 각각 따오기복원센터 부근과 대대제방까지 갈 수 있다. 대대제방까지 갔다 돌아와 따오기복원센터 부근까지 가면 우포늪생명길 구간 중 1/3을 둘러보는 셈이다. 이 정도로도 우포늪을 감상하기에 부족함이 없다. 하지만 걸으면서 만나는 풍경은 이보다 신비롭고 아름답다.

모곡제방에서 바라본 쪽지벌


쪽지벌은 규모가 작아도 우포늪 전체의 축소판이라 할 만큼 다양한 동식물이 살아간다. 고기잡이배 두세 척이 묶인 소목나루터는 안개 낀 새벽에 특히 몽환적이다. 사지포제방은 일몰 무렵에 찾으면 좋다. 우포와 쪽지벌 사이에 넓게 자리한 사초 군락, 사초 군락에서 목포제방 쪽으로 건너가는 징검다리, 우포와 목포의 경계에서 두 늪을 동시에 볼 수 있는 목포제방도 주요 탐방 포인트다.

우포늪을 탐방하기 전, 우포늪생태관에 들르자. 현장감 있는 입체 모형과 영상을 보며 우포늪의 사계와 생태 환경을 이해하기 쉽다. 특히 시청각교육실에서 하루 6회 상영하는 〈우포 사계〉와 3D 입체 영상이 큰 도움이 된다. 토요일 오후 2~4시에는 흥미진진한 생태 체험 프로그램도 진행한다. 온라인과 전화로 접수하고 참가비는 무료다. 외국인 참여도 가능하다.

우포늪생태관에는 외국인을 위한 영어·중국어·일본어 안내 팸플릿이 마련되었다. 전화로 예약하면 영어와 일본어 해설도 들을 수 있다. 영어권 관광객에게는 초대 관장을 지낸 노용호 연구관이 직접 고안한 생태 춤을 추며 우포늪을 쉽고 재미있게 설명해준다. 창녕읍 영신버스터미널에서 우포늪생태관까지 하루 5회 버스가 다닌다.

창녕 석빙고(보물 제310호)


◇석빙고·척경비 등 창녕의 문화재

창녕 읍내에는 주요 문화재가 많다. 석빙고, 신라 진흥왕 척경비, 술정리 동·서 삼층석탑, 교동과 송현동 고분군이 지척에 있어 걸어서 돌아볼 만하다. 조선 시대에 얼음을 보관한 창녕 석빙고(보물 310호)는 명덕초등학교에서 길 건너 도로변에 언덕처럼 솟아 있다. 1742년(영조 18)에 지역 현감이 세운 것으로 알려졌다. 석빙고에서 약 400m 떨어진 만옥정공원에는 창녕 신라 진흥왕 척경비(국보 33호)가 있다. 진흥왕이 영토 개척을 기념해 세운 비다.

술정리 동삼층석탑(국보 제34호)


술정리 동 삼층석탑(국보 34호)과 서 삼층석탑(보물 520호)은 이중 기단에 삼층 탑신을 올린 전형적인 통일신라 석탑이다. 동 삼층석탑은 상륜부가 모두 없어졌을지언정 크기와 조각 기법이 불국사 석가탑과 비교할 만한 위풍이 있다. 서 삼층석탑은 동 삼층석탑에 비해 기법이 다소 떨어지고, 제작 연대도 늦은 것으로 보인다. 두 탑은 제법 거리를 두고 있다. 탑 이름에 동·서가 붙은 것은 한 절터에 있어서가 아니라, 술정리에 탑 2기가 있어 이를 구분하기 위함이란다.

창녕 교동과 송현동 고분군(사적 제514호)
창녕 교동과 송현동 고분군(사적 514호)은 5~6세기 부족국가인 비화가야의 흔적으로 추정한다. 2007년 송현동 15호분에서 순장 인골 4구를 발견해 화제를 모았다. 그중 16세 정도로 추정되는 소녀의 인골이 학제 간 융합 연구로 복원됐다. 1500년을 거슬러 모습을 드러낸 가야 소녀는 ‘송현이’라는 이름을 얻었다. 고분군은 창녕읍 교리와 송현리 일대에 넓게 자리하며, 산책로가 나서 여유롭게 둘러보기 좋다.

관룡사 용선대 석조여래좌상(보물 제295호)


경치 좋기로 소문난 화왕산 관룡사도 빼놓지 말자. 통일신라 사찰로 원효대사가 제자 1000명을 데리고 화엄경을 설법한 곳이라 전한다. 대웅전(보물 212호), 대웅전 관음보살 벽화(보물 1816호), 약사전(보물 146호), 용선대 석조여래좌상(보물 295호) 등 문화재가 많다. 대웅전 뒤로 수려한 바위산이 병풍처럼 둘러섰고, 석조여래좌상을 모신 아슬아슬한 바위에 올라서면 탁 트인 전망이 펼쳐진다.

촬영 장소로 인기 높은 소목나루터. 소목마을 주차장에서 가깝다


◇여행메모

△당일 여행 코스= 우포늪생태관→우포늪생명길

△1박 2일 여행 코스=우포늪생태관→우포늪생명길→숙박→창녕 교동과 송현동 고분군→만옥정공원(창녕 신라 진흥왕 척경비)→창녕 석빙고→창녕 술정리 동·서 삼층석탑→관룡사

△가는길=중부내륙고속도로 창녕 IC→교차로에서 우회전, 이정표 따라 약 5.8km→회룡마을에서 우회전, 우포늪 세진주차장까지 2km

△주변 볼거리= 산토끼노래동산, 화왕산, 부곡온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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