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가 어제 시장의 예상을 깨고 기준금리를 3.25%에서 3%로 내렸다. 지난달 0.25%포인트를 내린 데 이어 두 번째다. 한은이 연속으로 금리를 내린 건 2009년 이후 15년만에 처음이다. 그만큼 경기침체 우려가 심각하다는 뜻이다. 이날 한은은 내년 성장률을 1.9%로 전망했다. 지난 8월 전망치(2.1%)를 하향 수정했다. 이어 한은은 2026년 성장률 전망치로 1.8%를 제시했다. 마침내 한국 경제에 1%대 저성장이 현실로 다가왔다.
우선 한은의 실기론을 거론하지 않을 수 없다. 지난 8월 금통위에서 금리를 동결하자 용산 대통령실은 “아쉽다”는 반응을 보였다. 한은은 10월 중순에야 긴축 기조에서 벗어나는 피벗(금리정책 전환) 결정을 내렸다. 실기론을 두고 국회 국정감사에서도 논란이 있었다. 한은이 서둘러 2개월 연속 금리를 내린 걸 보면 경기 대응 타이밍을 놓쳤다는 지적을 피하기 어렵다. 더 큰 걱정은 저성장 고착화가 본격화할 조짐을 보이고 있다는 점이다. 내년 1.9%, 2026년 1.8% 성장률 전망치는 잠재성장률(2.0%)을 밑도는 수치다. 한국 경제는 오일쇼크, 외환위기, 글로벌 금융위기, 코로나 팬데믹과 같은 비상 상황 아래서 몇차례 고꾸라진 적이 있다. 지금은 그때처럼 초대형 위기가 닥친 것도 아니다. 그런데도 성장이 잠재성장률에도 미치지 못한다는 건 예삿일이 아니다.
당장은 금리와 재정을 통한 경기 진작 노력을 펴야 한다. 윤석열 정부는 예산 지출에 인색했다. 재정건전성 측면에선 바람직하다. 그러나 경기가 쪼그라들 땐 재정이 마중물 역할을 하도록 지갑을 열 필요도 있다. 한은과 정부가 정책 공조에 나서면 내수 부진에 따른 자영업자의 어려움을 일정 부분 덜 수 있다.
구조개혁은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과제다. 한은 이창용 총재는 올 봄 한 세미나에서 “높게 매달린 과일을 수확하려면 어려움이 수반된 구조개혁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고령화, 저출산, 노동, 교육, 가계빚 등 우리 사회를 옥죄는 고질병을 치유하지 않고는 저성장 궤도에서 벗어날 수 없다. 일본이 반면교사다. 일본이 걸어간 길을 뻔히 보고도 그 길을 답습한다면 그만큼 어리석은 일도 없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