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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국고채 시장에선 내년도 200조원대 국채 발행량 발표 이후 금리가 일제히 상승 흐름을 보였다. 2일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내년 예산안 발표 직전인 지난 8월26일 오후 고시금리 대비 3년물 금리는 9.9bp(1bp=0.01%포인트) 오른 2.989%를 기록했다.
같은 기간 5년물 금리와 10년물 금리는 각각 12.4bp, 14.7bp 오른 3.049%, 3.121%를, 20년물과 30년물 금리는 12.8bp, 9.7bp 오른 3.118%, 3.002%에 거래를 마쳤다. 특히나 30년물 금리는 오후 고시금리 기준 지난 7월25일 이후 처음으로 3%대를 넘어섰다.
국내총생산(GDP) 대비 국가채무비율을 2025년 48.3%서 2028년 50.5%까지 올린다는 게 정부 계획인 만큼 이에 따른 국고채 발행량 증가 전망도 시장엔 약세재료다. 김진욱 씨티 이코노미스트는 “팬데믹 기간의 대규모 재정적자에 따른 예정된 상환과 공공 기금 활용으로 인해 향후 몇 년간 잠재적인 국채 발행 요구량은 여전히 클 것”이라며 “대규모 국채 발행이 몇 년간 지속될 수 있다”고 전망했다.
내년도 국고채 발행량 급증에 대해선 정부가 그간 건전재정을 강조해왔지만 사실상 세수 부족분을 여타 기금에서 더 이상 끌어올 수 없게 된 만큼 국고채 발행량을 늘린 것으로 풀이된다. 다만 시장에선 내년도에 이렇게 한꺼번에 발행될 줄 몰랐다는 견해가 대부분이었다. A자산운용사 채권 운용역은 “예상치 못한 재료에 당황스러웠다”면서 “올해보다 많이 찍을 거라곤 예상했지만 200조원이라는 역대급 숫자가 나올 줄은 몰랐다”고 전했다.
갑작스런 공급 충격에 시장 참여자들은 일제히 변동성에 대비하는 모습이다. 이날 엠피닥터에 따르면 3년 국채선물 미결제약정 물량은 지난달 26일 51만2212계약서 이날 47만9407계약으로 줄었고 10년 국채선물 미결제약정 물량은 26만8830계약서 26만4911계약으로 줄었다.
미결제약정은 시장 참여자들의 오픈된 롱·숏 포지션으로 미결제약정의 감소는 참여자들이 기존의 포지션을 축소해 향후 시장의 변동성에 대응하기 위한 움직임으로 풀이된다.
한 외국계 은행 채권 딜러는 “금리 인하 기대 횟수도 줄어든 가운데 국채 발행도 늘어난 만큼 변동성에 대비하는 모습”이라고 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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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장에선 이처럼 역대급 국고채 발행량 증가 재료가 나오기 전 당국의 소통이 부족했다는 아쉬움 섞인 목소리가 나온다. 예산안 발표 직전 총리가 직접 나서 세금 인상이 불가피하다며 고통을 감수해달라고 호소한 영국과 대비된다는 지적도 나온다.
B자산운용사 채권 운용역은 “영국 같은 경우만 봐도 최근 예산안 발표하기 전에 재정에 대한 우려를 다 같이 감내하자는 식으로 언지를 줬었다”면서 “반면 비슷한 시기 우리나라는 뭔가 감추다가 터뜨리는 식이었는데 당국의 시장 소통이 조금 아쉽다”고 토로했다.
실제로 키어 스타머 영국 총리는 오는 10월 발표할 정부 예산안에서 세금 인상이 불가피하다는 입장을 현지시간으로 지난달 27일 TV 연설에서 밝혔다. 키어 총리는 연설에서 “10월로 예정된 예산안이 고통스러울 것이며 상황이 상상했던 것보다 더 심각하다”면서 “다른 선택의 여지가 없는 만큼 장기적 이익을 위해 단기적 고통을 감수해달라고 큰 부탁을 해야 할 것”이라고 호소한 바 있다.
당국은 소통 부족 지적에 앞으로 시장과의 소통 및 조율에 적극 나서겠다는 입장이다. 기재부 관계자는 “소통을 했다고 생각하지만 미흡한 점이 있었다는 것은 인정한다”면서 “다만 국고채 발행량은 우리나라 재정을 짜는 구조상 총지출, 총세입이 다 정해진 다음 맨 나중에 결정이 되는 것이기에 그 과정에서 최종 발표직전까지 국채 발행량을 정확히 예측하긴 매우 어렵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