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자에 따르면 중국인의 인식론 바탕에는 EAST의 첫 글자이자 토대가 되는 시험, 과거(科擧) 제도가 있다. 587년 수나라에서 국가 주도의 관료 채용 시험으로 개발한 과거 제도는 오늘날 중국의 국가 주관 대학 입학시험 ‘가오카오’(高考, 보통고등학교학생모집전국통일고시)로 이어지고 있다. 이러한 ‘과거 메커니즘’이 중국 사회를 지배하고 있으며, ‘독재’ 체제 속에서 ‘안정’을 가능하게 했고, 국가 주도 ‘기술’ 발전을 촉진했다는 분석이다.
저자는 규모(Scale)와 범위(Scope)라는 상반된 힘의 축으로 중국의 역사를 해석한다. 규모는 동질성, 범위는 이질성을 의미한다. 중국의 역사는 국가 확장과 유지를 위해 다양성을 희생하고 ‘규모’를 우선했다. 저자는 중국공산당이 이러한 중국의 역사적 맥락에 기대고 있으며, 최소한의 ‘범위’도 인정하지 않는 시진핑의 중국공산당은 결국 중국을 파멸시킬 것이라는 부정적인 전망을 제시한다. “혁신 없는 대국은 무너지고 시진핑이 꿈꾸는 거대한 중국은 필패한다”는 것이다. 저자의 주장엔 이견이 있을 수 있겠지만, 중국에 대한 색다른 접근과 분석임에는 틀림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