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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비현실적 김영란법 손질, 식사비 한도 조정뿐일까

논설 위원I 2024.07.15 05:00:00
김영란법(부정청탁 및 금품 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상 식사비와 농축수산물 선물 가액 한도가 상향 조정될 모양이다. 추경호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식사비 한도를 3만원에서 5만원으로, 농축수산물 선물 가액을 15만원에서 20만~30만원으로 올릴 것을 최근 정부에 요청했다. 그러잖아도 정부는 윤석열 대통령의 지시로 식사비와 선물가액 한도 상향 조정 방안을 검토해 왔다. 조만간 인상 폭을 정하고 시행령을 개정할 것으로 보인다.

명분은 자영업자와 소상공인의 영업 여건 개선이다. 식사비와 농축수산물 선물 가액 한도 상향 조정은 부진한 내수 경기에 임금 상승과 고금리로 고통을 받는 자영업자와 소상공인, 농축수산인이 간절히 원해온 것이다. 현행 한도가 물가에 비춰 낮은 것도 사실이다. 식사비 한도 3만원은 2016년 김영란법이 처음 시행될 때 2003년 제정된 공무원 행동강령을 기준으로 설정된 후 요지부동이었다. 20여 년간 물가 상승이 반영되지 않은 셈이다. 농축수산물 선물 가액 한도는 식사비 한도와 달리 다소 신축화됐다. 설과 추석 24일 전부터 5일 후까지에 한해 2021년 20만원, 지난해 30만원까지 허용됐다. 이것도 평소 한도와 명절 한도 둘 다 올리는 방식으로 더 완화해야 한다는 것이 여당 주장이다.

하지만 김영란법의 문제점은 식사비와 농축수산물 선물 가액 한도에 그치지 않는다는 지적이 많다. 한도 운영이 비현실적인 가운데 법 적용 대상이 250만명 이상으로 너무 넓어 잠재적 범법자가 양산될 수 있기 때문이다. 애초 공직자 외에 민간 분야 교육기관과 언론 종사자까지 적용 대상에 포함시킨 탓이다. 민간 분야는 자율·자정 기능에 맡기는 것이 나을 수 있고, 적용 대상을 좁히는 것이 공직사회 청렴도 제고라는 입법 취지 살리기에 효과적일 수 있다.

현실에서는 김영란법을 위반해도 처벌될 걱정을 안 해도 된다는 풍조가 만연해 있다. 현실과 법의 괴리가 그만큼 큰 것이다. 김영란법을 입법 취지에 초점을 맞춰 현실에 부합하게 대폭 손질할 때가 됐다. 민간 분야는 물론 공직사회도 법보다는 내규나 직업윤리로 청렴 풍토를 지키는 것이 성숙한 사회의 모습일 것이다. 임시변통으로 대응할 일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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