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프리미엄 이어 중·고가 볼륨존 빌트인 유럽 첫 출시
‘스마트라이프 솔루션’ 기업으로 변신…B2B 가전 집중
프리미엄 영향력 확대 발판…불경기 버틸 체력도 확보
[이데일리 김응열 기자] 초프리미엄 제품으로 유럽 빌트인 시장에 진출한 LG전자가 현지 볼륨존(중간가격대 대중소비시장)을 공략하며 영토를 확장한다. ‘리인벤트(재창조)’를 키워드 내세워 ‘스마트라이프 솔루션’ 기업으로 변신하겠다는 LG전자 미래 전략의 일환이다. 현지 프리미엄 업체들이 시장을 탄탄히 장악하고 있는 상황에서 LG전자가 빌트인 볼륨존 공략에 성공할 경우 초프리미엄 시장에서의 영향력 확대뿐 아니라 불경기를 견딜 체력도 만들 수 있을 것으로 분석된다.
| LG전자가 유럽 빌트인 가전 볼륨존(중간가격대 대중소비시장) 시장 공략을 위해 공개한 주방가전 신규 라인업 연출 모습. (사진=LG전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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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일 업계에 따르면 LG전자는 내달 1일부터 5일까지 독일에서 열리는 유럽 최대 가전 전시회 IFA 2023에서 유럽 빌트인 시장의 볼륨존 수요를 공략할 매스 프리미엄 제품군을 공개한다.
이에 해당하는 제품은 △후드 일체형 인덕션 △인스타뷰 오븐 △식기세척기 △상냉장 하냉동 냉장고 등이다.
LG전자는 이미 지난 2018년 초프리미엄 빌트인 제품인 ‘시그니처 키친 스위트’를 앞세워 유럽 빌트인 시장에 진출했다. 이후 유럽 명품 가구회사인 발쿠치네(Valcucine), 시크(SCIC), 지메틱(SieMatic), 불탑(Bulthaup) 등과 전략적으로 협업해 사업을 가속화하고 있다. 2020년에는 이탈리아 밀라노에 시그니처 키친 스위트 밀라노 쇼룸을 오픈하기도 했다.
| 조주완 LG전자 사장이 지난달 12일 서울 마곡 LG사이언스파크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 참석해 미래 비전과 사업 포트폴리오 전환을 발표하고 있다. (사진=LG전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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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G전자가 초프리미엄 제품에 이어 볼륨존 제품까지 내놓은 건 지난달 발표한 스마트라이프 솔루션 기업 전략을 실행하기 위해서다. LG전자는 가전사업의 새로운 성장동력으로 B2B 사업 강화를 꼽았다. 빌트인은 가전시장에서 대표적인 B2B 사업이다. 가전 B2B 사업을 확대하려면 초프리미엄 제품을 넘어 수요가 더 많은 중~고가 볼륨존 시장까지 노릴 필요가 있다.
현지 빌트인 볼륨존 공략은 매출 성장에도 기여할 전망이다. 마진만 보면 초프리미엄 시장이 더 좋지만 수요층이 많은 볼륨존에서 자리를 잡으면 매출 상승에 유리할 수 있다.
업계 관계자는 “LG전자가 상반기에도 볼륨존을 공략하는 방법으로 불황에도 준수한 실적을 거뒀다”며 “유럽 빌트인 시장에서도 이러한 전략을 쓰는 것”이라고 언급했다.
중~고가 볼륨존에서 점유율을 높이고 브랜드 파워를 키우겠다는 판단도 깔린 것으로 보인다. 볼륨존에서 브랜드 친숙도와 충성도를 높이면 향후 초프리미엄 시장에서 영향력을 확대하기 용이하다는 설명이다. 유럽 초프리미엄 빌트인 시장은 독일 밀레와 가게나우, 프랑스 라코르뉴 등 현지 고급가전 브랜드가 입지를 탄탄히 다져놓은 상황이다.
심우중 산업연구원 전문연구원은 “중간가격대의 제품을 쓰던 소비자가 소득이 많아지면 전에 사용하던 브랜드의 고가 제품을 구매할 가능성이 크다”며 볼륨존 시장에서의 브랜드 중요성을 강조했다.